2050년에는 세계 인구가 90억명이 된다고 한다. 그 많은 사람이 뭘 먹고 살까.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내놓은 대안은 곤충이다. FAO는 지난 13일 미래 식량 위기를 극복할 첨병으로 곤충을 꼽았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먹거리로 삼기에 곤충은 너무 징그럽게 생겼다. 안동대 생명자원과학과 정철의 교수는 지난해 11월 한국토양동물학회지에 ‘인류 식량으로서의 곤충 자원에 관한 연구’란 보고서를 실었다. 곤충도 알고 보면 훌륭한 먹거리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정 교수는 곤충이 간직하고 있는 풍부한 영양분에 주목했다. 말린 애벌레 100g에는 단백질 53g, 지방 15g, 탄수화물 17g이 들어 있다. 열량도 430㎉나 된다. 고품질 미네랄과 비타민도 함유돼 있다. 같은 양의 소고기나 돼지고기에 비해 영양가가 높다.

곤충은 기르는 과정도 친환경적이다. 곤충 양식은 소·돼지 등 가축을 사육하는 것보다 환경에 해로운 이산화탄소나 암모니아 가스의 배출량이 훨씬 적다. 병해충을 막기 위해 약품을 사용할 필요도 없다. 정 교수는 “곤충은 인간과 전혀 다른 면역체계를 갖고 있어 돼지독감이나 조류인플루엔자처럼 인간에게 옮기는 전염병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의 식용 곤충 예찬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곤충 양식에는 사료도 적게 든다고 강조했다. 곤충은 소·돼지와 달리 냉혈동물이어서 체온 유지에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같은 양의 단백질을 생산하는 데 드는 사료비는 귀뚜라미가 소의 12분의 1 수준이다. 새로운 농가 일거리를 창출해 소득 향상에 기여하는 것은 덤이다. 곤충은 어둡고 밀폐된 공간에서도 잘 살기 때문에 농민들이 공간 활용을 하기에도 좋다. 실제로 곤충은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식용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중국에는 전갈·귀뚜라미 튀김이 있고 미국에는 곤충 사탕이 있다. 일본에선 곤충 초밥이 팔린다. 먹을 게 없어 곤충을 먹는 것은 아니다. 태국에서는 오히려 귀뚜라미가 특식으로 취급되고 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애벌레와 메뚜기를 선호하고 일본은 말벌이 인기다.

메뚜기, 여치, 귀뚜라미, 굼벵이, 딱정벌레, 날개 달린 흰개미, 여왕 흰개미, 벌, 매미 등 먹거리로 사용되는 곤충 종류도 다양하다. 세계적으로 1900여종이 식용으로 쓰이고 있으며 이 중 1500여종은 113개국 300여개 민족에게 주식 또는 부식으로 대접받는다. 사람들은 딱정벌레(31%)를 가장 많이 먹고, 이어 애벌레(18%), 벌·개미(14%), 메뚜기(13%), 귀뚜라미(13%) 순이다.

그러나 곤충을 대체식품으로 이용하기엔 여러 문제를 넘어서야 한다. 크기가 워낙 작다 보니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려면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어야 하는데 단순 채집으로는 필요한 양을 공급하는 게 쉽지 않다. 현재 기술력으론 곤충의 대량 교배나 사육도 어렵다. 부산물이 많은 것도 문제다. 날개와 다리는 먹기 곤란한데 조리 과정에서 이를 일일이 제거하는 것도 골치다.

가장 큰 문제는 다른 데 있다. 곤충을 먹는 데 대한 사람들의 혐오감이 너무 크다. 국내에서 식용 곤충은 아직 환영받지 못한다. 먹거리로 이용되는 곤충은 ‘번데기(누에나방 고치)’가 거의 유일하다. 특히 서구에서는 식용 곤충 기피 현상이 심하다. 선천적으로 곤충 공포증이 있는 사람도 있다. 곤충을 먹으면 알레르기 때문에 위경련, 설사, 소화불량, 구토 등의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곤충이 먹거리로 자리 잡으려면 안전성을 알리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한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은 현재 장수풍뎅이, 갈색저머리, 흰점박이꽃무지의 식용화를 위해 안전성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미 단기적·유전적으로는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결과를 얻어냈다. 국립농업과학원 윤은영 연구사는 “내년쯤 연구가 마무리되면 곤충을 식품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등록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기능성 식품으로 활용할 가치가 많은 곤충을 숙취해소나 다이어트 식품 등으로 개발해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찾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레스토랑 메뉴에 곤충류를 포함시키고 곤충을 이용한 요리법을 개발해야 한다고도 했다. 애벌레가 최고급 요리로 대접받는 남부 아프리카처럼 곤충음식의 지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곤충의 겉모습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 교수는 “최근 설문 결과 초등학생들은 곤충 호감도가 높지만 중학생부터 그 비율이 확연히 줄어든다”며 “수목원·식물원과 연계한 전시회 등을 통해 곤충 거부감을 줄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곤충의 식품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09년 1570억원 수준이던 국내 곤충시장 규모가 2015년엔 2980억원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에서도 관련 연구가 활발하다. 네덜란드 정부는 2010년 와게닝겐 대학의 곤충 식품화 연구에 100만 유로를 지원했다. 이 연구는 올해 마무리된다. 연구 책임자 마셀 디키 교수는 “2020년에는 슈퍼마켓에서 벌레를 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by 100명 2013. 5. 25. 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