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국내 대기업 그룹이 해외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법인의 자산 총액이 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 전문 사이트 재벌닷컴은 26일 자산 1조원 이상 대기업 그룹(공기업 제외)의 역외법인을 조사한 결과, 케이만군도·버진아일랜드·파나마·마셜군도·말레이시아 라부안·버뮤다·사모아·모리셔스·키프로스 등 9개 지역 조세피난처에 국내 24개 그룹 소속 125개 해외법인이 설립돼 있고, 이들 해외법인이 보유한 자산총액은 5조6903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들 지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과거 조세피난처로 지정했던 곳으로 세율이 매우 낮고 금융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곳이다. 케이만군도에 있는 18개 법인이 자산 2조649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파나마 77개 법인(1조6197억원), 버진아일랜드 14개 법인(1조669억원) 자산이 많았다.
대기업 중 조세피난처에 역외 법인을 가장 많이 둔 곳은 SK그룹이었다. SK(003600)는 파나마에 52개 등 총 63개 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그룹이 12개로 2위를 기록했고, 현대그룹과 동국제강은 각각 6개 법인을 보유했다.
STX(011810)와 한화(000880)가 각각 5개, 4개 법인을 보유했고, LG,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동원그룹은 3개 법인을 조세피난처에 두고 있었다. 삼성그룹은 파나마에 전자제품 판매법인과 컨설팅 회사 2개를 갖고 있고, CJ는 버진아일랜드에 영화관 운영회사 등 2개를 갖고 있다.
자산 규모는 한화그룹이 가장 많았다. 4개 법인이 총 1조6822억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SK그룹이 1조3267억원, 대우조선해양이 7849억원, 포스코그룹이 4660억원으로 집계됐다.
125개 역외 법인 중 1990년대 설립된 곳은 3개였고 나머지는 모두 2003년 이후 설립된 것으로 파악됐다. 13개 법인은 지난해와 올해 새로 설립됐다.
재벌닷컴은 "125개 법인 중 절반 이상(71개사)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산이 전혀 없거나 매출 실적이 없는 법인이었다"며 "이들이 이름만 있고 사업 활동은 하지 않는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집계에 포함된 한화, SK 그룹 등 대기업 관계자들은 "해당 법인들은 사업상 필요해 설치한 법인"이라며 조세회피 등 불법을 위한 유령회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