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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참 재미있다. 지난 10여간 영화산업이 정말 많이 발전했다는 데 이견을 달기 힘들다. 얼마 전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2년 영화소비자 조사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의 영화선택 국가별 선호도를 보면 한국 영화 선호도가 47%로 거의 절반 가까이 나왔다. 반면에 미국영화 선호도는 23%로 낮아졌다. 실제 `아이언 맨`처럼 거대한 자본이 투자된 프랜차이즈 미국 영화는 선호되지만 그 밖의 영화에선 한국 영화 선호도가 뚜렷하게 높다.한국 드라마 역시 참 재미있다. 한동안 미국 드라마 열풍이 불었는데 지금은 다소 주춤한 추세다. 한국 드라마는 한국을 넘어 꾸준히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물론 미국에서도 성장세가 돋보인다. 월스트리트 저널 아시아판에 따르면 2012년 훌루닷컴에서 한국 드라마 조회 건수가 전년 대비 135%가 증가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훌루닷컴은 NBC유니버설, 뉴스코퍼레이션 등 미국 주요 TV방송사 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동영상 제공 서비스이다.
K팝 역시 동남아, 유럽, 중남미를 넘어 미국까지 그 열풍이 거세다. 굳이 어떤 아이돌그룹 어떤 노래를 별도로 열거하지 않아도 K팝이 대표 한류 상품인 것은 누구나가 다 안다. 이렇듯 영화, 드라마, 대중음악으로 대표되는 한국 문화산업이 세계로 뻗는 것은 지식 정보사회 이후 감성사회로 넘어가는 인류 산업 발달사에서 한국 위상이 달라질 수 있음을 뜻한다.
사실 한류의 시작은 영화와 드라마다. 2000년대 초반 영화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엽기적인 그녀`가 일본에서 상영되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2004년 일본 NHK가 욘사마 배용준을 탄생시킨 `겨울연가`를 방영했다. 겨울연가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겨울연가 인기는 한국 드라마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계기가 됐다. 이후 `가을동화`, `대장금`, `풀하우스` 등이 성공적으로 `겨울연가`의 인기를 이어갔다.
반면 K팝 진출은 영화나 드라마보다 늦다. 2000년대 초반 `보아`와 `동방신기`가 일본에서 인기를 얻었다. 비슷한 시기에 `김완선`, `클론` 등이 대만에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K팝이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킨 것은 2000년대 후반 이후 `카라`, `소녀시대` 등 아이돌 그룹이 일본 진출 이후다. 특히 유튜브 등에서 우리 아이돌 그룹의 칼군무가 퍼지면서 세계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이제 K팝은 일본과 동남아시아는 물론 중남미, 유럽, 중동, 아프리카까지 퍼져나가고 있다.
그런데 음악, 방송드라마, 영화로 대표되는 한류의 국민경제적인 기여도를 숫자로만 보면 전체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높지 않다. 그래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성장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금 현재의 숫자에 국한에서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특히 문화콘텐츠산업은 더욱 그러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지난 2011년 콘텐츠산업 통계를 보면 한국 영화 수출액은 1583만 달러로 한화기준 180억원이 되지 않는다. 음악 수출액은 1억 9611만 달러로 한화기준 약 2180억원 안팎이다. 방송콘텐츠는 2억 2237만 달러로 한화기준 2500억원 내외다. 이중 약 81%가 드라마 수출액이니 약 2000억원 정도다. 이는 한국의 전체 산업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지만 1조 달러 이상으로 추정되는 세계 콘텐츠 시장 규모에서도 아주 작은 비중이다. 한 마디로 밖으로 보이는 화려한 외연만큼 아직은 큰돈이 안 된다.
하지만 한류로 대표되는 콘텐츠 산업은 이제 시작이다. 다른 어떤 산업분야보다 높은 성장률과 부가가치가 보인다. 이것이 바로 창조경제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비록 지금 작지만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작기 때문에 무한한 성장가능성이 있다. 거기에 부가가치 또한 높다. 동시에 국민에게 높은 자긍심을 심어줄 산업분야다. 이런 산업이 바로 한류라 일컫는 문화콘텐츠 산업이다.
김현우 리딩인베스트먼트 대표(한양대학교 겸임교수) hwood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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