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IT기업의 음원시장 진출을 앞두고 국내 음원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업체들이 일제히 가격(월정액) 인하 경쟁에 돌입했다. 신규 가입자에게 약 6000원 안팎으로 책정된 월정액을 추가로 할인해주는 방식이지만, 이런 이벤트를 무기한 실시하기로 해 업계로서는 적잖은 출혈이 예상된다.

SK텔레콤의 음원서비스인 멜론은 올초부터 음원 무제한 듣기 서비스인 '스트리밍 클럽' 가입자를 대상으로 3개월간 정가(6000원)보다 훨씬 저렴한 3900원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멜론을 서비스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음원 품질은 사업자에 따라 차이가 없어, 할인방식의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엠넷닷컴이 제공하는 HD뮤직도 무제한 음악감상 서비스(월정액 5500원)에 가입한 이용자에게 6개월간 4200원에 제공한다. 중견 업체인 소리바다는 3개월간 정가(월정액 6000원)보다 저렴한 4200원에 모든 음악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벅스뮤직 역시 월정액(6900원)을 3개월동안 2000원씩 할인해주고 있다.

음원서비스 업체들은 올해 초부터 이 같은 월정액 할인을 해왔다. 대부분 이벤트 종료 시점을 정하지 않았고, 할인 이벤트가 끝난 후에도 '프로모션 시즌2'와 같은 식으로 할인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소비자들은 싼 가격으로 듣고 싶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스트리밍 업계는 할인 이벤트가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 5월 저작권료 책정 방식을 개정해 음원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늘어난데다 업체간 요금 인하 바람이 불면 사업자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음원 사업자들은 문화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온라인 음악 전송에 대한 사용료 징수 규정안'에 따라 올 1월부터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의 월정액을 기존 3000원에서 6000원으로 대폭 올렸다. 음원 플랫폼 사업자들의 이윤이 늘었지만, 저작권료의 인상과 사업자간 가격 인하 경쟁이 맞물려 사업자들의 부담은 오히려 늘어났다.

음원 사업자는 종전에는 가입자당 1800원(1개의 플랫폼에서 사용할 경우), 2400원(여러개의 플랫폼에서 사용할 경우)을 권리자에게 지급했다. 하지만, 현재는 음원 1회 이용할 때마다 3.6원을 지급해야 한다. 정액제 가입자 1인당 월 평균 음원 이용 횟수가 1000회라는 것을 감안하면 음원 사업자가 가입자 1인당 지급해야 할 평균 저작권료는 3600원(3.6X1000)이다. 기존에 지불했던 금액보다 1200~1800원 비싼 금액이다.

'멜론'은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월정액을 3900원까지 낮췄다. 가입자로부터 월정액 요금을 900원 더 받는 대신 권리자에게는 1200원을 더 지불하게 됐다. 멜론 입장에서는 가입자 당 300원의 손해를 보는 셈이다.

김시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음원 플랫폼 시장은 포화상태에 놓여있다"며 "향후 사업자가 추가로 이 경쟁 구도에 뛰어들면 요금 할인 등의 프로모션을 통해 가입자를 잡으려는 마케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IT공룡'인 구글과 애플이 음원 서비스 경쟁에 가세할 경우 이미 출혈 경쟁에 나선 사업자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은 이달 15일(현지시각) 올해 I/O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구글플레이 뮤직 올 액세스'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한달에 9.99달러(1만1300원)를 내면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물론 웹브라우저를 통해 수백만개의 음원을 실시간으로 무제한 감상할 수 있다. 애플 역시 '아이라디오' 음원 서비스를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IT공룡인 삼성전자도 케이티(030200)(KT)와 손잡고 'KT뮤직'을 6월 중 삼성 갤럭시S4의 콘텐츠 스토어 삼성허브에서 제공하겠다고 밝히면서 음원 서비스 시장은 급격한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일부에선 구글과 애플이 국내 음원 시장을 좌우할 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힘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구글이 발표한 월정액 9.99달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1월 책정한 음원스트리밍 월정액(6000원)보다 2배 가까이 비싸다. 애플 아이라디오의 월정액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아이튠즈 스토어에서 음악 1곡당 1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스트리밍 이용 금액 역시 높은 수준에서 책정될 전망이다.

또 애플과 삼성전자는 자사 단말기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음원을 서비스해 멜론, 소리바다 등 개방형 음원 플랫폼과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스트리밍 업계 관계자는 "구글과 애플도 수많은 경쟁자 중 하나"라며 "경쟁이 치열한 국내 음원 시장에서 자리잡는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와 반대로 애플과 구글의 국내 시장 진입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시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음반사와 개별적으로 계약하는 게 아니라 삼성뮤직이 KT가 이미 서비스하고 있는 음원을 사다가 제공하듯 이미 시장에 진출한 음원 플랫폼과 계약을 체결하면 된다"며 "애플 아이라디오는 국내 진출을 위해 음원 플랫폼 사업자와의 계약을 이미 체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by 100명 2013. 5. 27. 1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