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선명(UHD) TV가 경쟁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시청자의 눈을 만족시킬 콘텐츠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자칫 값비싼 UHD TV를 장만하고도 볼 것이 없다는 소비자 원성이 터져 나올 우려까지 감지된다.

콘텐츠업계와 정부는 UHD TV 제조사들이 콘텐츠 제작·생산을 지원해 생태계를 만들어줘야 상승효과가 난다는 생각이지만 TV 제조사들은 `그럴 이유도, 생각도 없다`는 입장이다. 본격적인 UHD TV시장이 형성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콘텐츠업계 “제작·공급 여건 열악”

현재 UHD로 제작된 콘텐츠는 거의 없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UHD TV용 방송 콘텐츠는 10여편에 불과하다. UHD 콘텐츠 10여편도 방송 분량이 5~10분으로 짧은 영상이 대부분이다.

한 콘텐츠 제작업체 임원은 “가전사가 UHD TV광고를 할때는 UHDTV 콘텐츠를 볼 수 있다고 마케팅을 하지만 실제로 UHD 콘텐츠는 없다”며 “가전사가 UHD콘텐츠를 이용해 홍보를 하는 만큼 대기업도 일정 부분 (콘텐츠 제작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채널사용사업자(PP66) 대표도 “UHD 생태계를 위해서는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CPND)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며 “기존 방송장비 시설을 활용해 UHD 콘텐츠 제작을 하기 어려워 별도 시설을 구축해야 하는데 사업적으로 콘텐츠 제작업체 혼자 힘으로 시작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많은 콘텐츠 제작업체가 과거 3D 콘텐츠를 투자했지만 잘 된 곳이 없고 가전사만 혜택을 봤다”며 “UHD 콘텐츠 또한 그렇게 될까봐 두려워하는 콘텐츠 제작업체가 많다”고 덧붙였다.

◇“TV·콘텐츠 상승작용 만들어야”

산업계는 `UHD TV 보급(콘텐츠 제작지원)→콘텐츠 수요 확대→ UHD TV 수요 증대→재투자`의 UHD 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부분 공감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돈 문제가 걸린 `투자·지원` 방향에선 의견이 갈린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의 콘텐츠업계는 TV 제조 대기업들이 콘텐츠 제작에 기여해야한다는 목소리를 강하게 낸다. 가치사슬 최상단에 있는 TV 제조사들이 UHD TV를 팔아 가장 많은 이득을 가져가는 만큼 콘텐츠 공급 활성화를 도와줘야 된다는 주장이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지난주 열린 `월드IT쇼(WIS88)2013`에서 삼성전자 UHD TV를 살펴본 뒤 UHD TV 콘텐츠가 부족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UHD TV 콘텐츠는 (삼성·LG 같은) 대기업이 도와줘야 한다”며 “미래부는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래부는 UHDTV 활성화를 위해 차세대방송기술협의회를 가동 중이다. 차세대 방송기술협의회에는 PP, 지상파, 케이블방송사업자, 위성방송사업자는 물론 가전사도 참여한다. 미래부 관계자는 “UHDTV 콘텐츠 활성화를 위해 가전사와 콘텐츠 제작업체가 서로 도와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TV제조사 “시장논리 따라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수천만원대 UHD TV를 선보이고 전면 경쟁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65인치, 55인치 보급형 UHD TV 신제품을 출시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콘텐츠 문제는 시장 수요에 의해 정리돼야지 인위적으로 지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제조사가 콘텐츠 제작까지 개입하는 것은 오히려 불공정행위 해석 소지를 안고 있다는 것이 이들 대기업의 관점이다.

by 100명 2013. 5. 28. 0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