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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엔터 인수전 참여 탈락‥KT뮤직과는 음원서비스 제휴
삼성전자가 음원유통서비스 '멜론'과 아이유, 가인 등을 매니지먼트하는 로엔 (14,300원 100 -0.7%)엔터테인먼트(이하 로엔)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에 따라 야심차게 준비하던 콘텐츠 사업 진출 전략에 차질을 빚게 됐다.
27일 인수합병(M&A)업계에 따르면 로엔의 최대주주인 SK플래닛이 최근 실시한 보유지분 매각 예비입찰에 사모투자회사 MBK파트너스와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AEP)가 참여했다. 세계 최대 사모투자회사 중 하나인 칼라일도 제안서를 제출했지만, 최종 가격조건이 맞지 않아 탈락했다.
인수전에 참여한 두 주체는 이번주부터 로엔에 대한 실사를 시작한다. 내달 중순께 최종 우선협상대상자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SK플래닛이 기대하는 거래금액은 4000억 원 선으로 알려졌다.
당초 SK플래닛의 로엔 보유지분 매각 움직임이 전해지자 삼성전자, NHN 등 전략적투자자(SI)들의 관심이 높았다. 특히 삼성전자는 적극적으로 인수전 참여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이건희 회장의 소프트웨어 산업 중요성 천명과 발 맞추어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 콘텐츠 사업 강화 등을 추진키로 한 바 있다. 현재의 안정적인 하드웨어 비즈니스를 토대로 고부가가치의 창조적 산업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최근 로엔과 함께 국내 음원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KMP홀딩스를 인수한 KT뮤직과 음원서비스에 대한 제휴를 체결했다. 이어 6월 갤럭시S4부터 기본 탑재된 자체 콘텐츠 마켓 '삼성허브' 내에 '삼성뮤직' 브랜드로 음악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3월 갤럭시S4 공개 때 음악, 동양상, 전자책, 게임, e러닝 등의 콘텐츠를 한 곳에서 소비할 수 있는 삼성허브를 공개했다. '삼성뮤직' 서비스 개시는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가장 큰 영역을 담당하는 음악서비스에 대한 삼성의 선전포고다. 업계에서는 안드로이드판 '아이튠즈'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2000만 곡 이상의 음원을 확보, 15개국에서 음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음악·동영상 스트리밍 전문업체 엠스팟 인수, 스포티파이와의 제휴 등을 통해 음악서비스 확대를 적극적으로 전개 중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출시 휴대폰에 음악서비스 앱을 기본 탑재해, 음원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며 "세계 1위 휴대폰 판매회사인 삼성전자의 이 같은 움직임은 현재 다양한 음악서비스들이 산재해 있는 안드로이드 진영을 한데 묶을 수 있는 파괴력으로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그간 저작권 문제 때문에 국내 서비스 개시가 늦어졌던 삼성전자였지만, KT뮤직과의 제휴를 통해 국내에서도 음악서비스의 포문을 열었다. 하지만 국내 음원시장 1위 업체인 로엔 인수를 통해 좀 더 확고한 지위를 확보하려 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로엔을 인수할 경우 음원시장은 물론, 국내 콘텐츠 시장에서 단숨에 '톱 티어(Top-Tier)'로 발돋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이러한 전략은 '통신'이라는 SKT의 파이프라인을 통한 콘텐츠 비즈니스에 사활을 걸고 있는 SK플래닛 입장에서 달갑지 않았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물론, NHN 등 관심을 표명하던 SI들 모두 이번 인수전에서 배제됐다.
삼성전자 또한 로엔 인수에 실패하면서 콘텐츠 사업 강화에 대한 전략을 새로 구상하기 시작했다. M&A업계 관계자는 "로엔 인수는 실패했지만 삼성의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사업에 대한 니즈는 확고하다"며 "콘텐츠 사업 강화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강력히 추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초 SK그룹은 공정거래법 상 지주회사 규정을 충족시키기 위해 로엔의 지분 매각에 나섰다. 9월 말 유예기간 만료 전에 증손회사인 로엔의 지분 100%를 소유하거나 매각해야 한다. 하지만 SK플래닛의 주요 사업 중 알짜 회사인 로엔을 내려놓기란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SK는 이번 매각 관련 입찰제안요청서(RFP) 발송 때부터 추후에 지분을 우선적으로 되살 수 있는 권리(바이백옵션)를 조건화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SK플래닛의 로엔 보유지분 67.56%를 매각하는 이번 딜은 매각주관사 없이 SK플래닛이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5월초 발송된 RFP도 SK플래닛이 직접 송부했다. 업계에서는 최태원 회장의 절친으로 알려진 SK플래닛 서진우 사장이 직접 이번 딜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진우 사장은 2011년 출범, 그룹 차원의 신성장 사업과 글로벌 사업 강화를 담당해온 핵심 전략 컨트롤 타워인 G&G(Global & Growth)추진단 단장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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