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8조·SK하이닉스 3조… 올해 영업익 사상 최고 전망 中스마트폰 수요 3억대 예상, 저가 태블릿PC도 1억대 수준 모바일·PC용 D램 동시에 불티… 차세대 반도체 개발 앞두고 대규모 투자 경쟁 없어진 덕도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다시 호황기로 접어들고 있다. 1달러를 계속 밑돌던 D램 가격은 거의 배로 치솟았다. 세계 1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2위 SK하이닉스가 올해 사상 최대 규모 영업이익을 내거나 또는 그와 맞먹는 실적을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D램 가격 상승, 제조업체 이익 급증

작년 11월 말 0.8달러였던 일반 D램(주로 PC에 넣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6월 1.53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 가격은 보통 2년이 지나면 반 토막이 난다. 기술 발전으로 원가는 떨어지고, 생산량은 늘기 때문이다. 이런 D램 가격이 7개월간 91% 오른 것이다.

덕분에 2012년 영업손실을 본 SK하이닉스가 1분기 깜짝 실적(영업이익 3170억원)을 냈다. 이를 지켜본 증권사들은 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8000억원대로 올렸다. 전망치는 갈수록 좋아진다.

신한증권은 최근 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을 1조원으로 추정하는 보고서를 냈다. 하이닉스는 2010년 사상 최대인 2조9750억원의 영업이익을 봤다. 1·2분기는 반도체 비수기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해 신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크다.

한국투자증권 서원석 연구원은 "하이닉스는 올해 사상 최대인 3조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서 2010년 기록한 10조원에는 못 미치더라도 8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낼 전망"이라고 말했다.

◇중국발 모바일 D램 품귀 현상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지금 전환기다. 주력 상품이 PC용 D램에서 스마트폰용 모바일 D램으로 변하고 있다. 모바일 D램은 PC용 D램보다 전력 소모가 적다.

또 어느 제조업체나 같은 제품을 사용하는 PC용 D램과 달리 제조업체별로 형태나 사양이 조금씩 달라 주문생산하는 제품이다. 당연히 가격도 비싸다. 삼성전자는 이미 PC용 D램보다 모바일 D램을 더 많이 생산한다. 작년 4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세계 모바일 D램 시장 점유율은 51%다. 2위는 SK하이닉스(점유율 25%), 그 뒤를 일본 엘피다(20%)가 쫓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요즘 모바일 D램이 없어서 못 판다. 스마트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휴대전화 사업부 신종균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하이닉스에서 모바일 D램을 사오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세계 최대 모바일 D램 업체가 타 회사 제품을 사용할 생각을 할 정도다. 모바일 D램 품귀 현상의 진원지는 중국이다. 작년 중국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1억7800만대. 올해 예상 판매량은 3억대 수준이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폭발로 모바일 D램 부족 사태가 벌어졌다.

중국은 PC용 D램 가격도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 대만 디지타임스는 올해 중국업체들이 저가 스마트패드(태블릿PC)를 1억대 이상 생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작년 6000만대보다 70% 이상 늘어난 숫자다. 스마트패드는 모바일 기기로 전력 소비가 적은 모바일 D램을 사용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저가 스마트패드를 만드는 중국 업체들은 고가의 모바일 D램 대신 싼 PC용 D램을 쓰기 때문에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덕분에 지난 5월 반도체 수출액은 사상 최대인 49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2~3년 뒤 차세대 반도체 경쟁 온다

메모리 반도체 호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때 15개가 넘었던 D램 생산업체 숫자가 치열한 경쟁을 거치면서 사실상 3개로 줄었다. 현재 D램을 생산하는 업체는 삼성전자·하이닉스와 일본 엘피다를 집어삼킨 미국 마이크론 정도. 과거처럼 무모한 투자 경쟁은 일어나기 어렵다. 만만한 상대가 없어 서로 눈치를 본다. 덕분에 공급 과잉으로 반도체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이 줄었다. 작년 1분기 반도체 사업에 5조7600억원을 투자한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1조5357억원을 투자했다. 투자 액수가 적어지면 영업이익은 늘어난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가 투자에 소극적인 또 다른 이유는 2~3년 뒤 벌어질 차세대 반도체 양산 경쟁을 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최대 주주인 SK텔레콤 하성민 사장은 "향후 1~2년간 기술과 체력을 비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현재 반도체보다 수백 배 성능이 좋은 차세대 반도체 양산 기술을 완성하면 쌓아 놓은 돈을 쏟아 부어 차세대 반도체 생산라인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by 100명 2013. 6. 11. 0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