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 호흡기 질병인 '낭포성 섬유종'으로 살날이 3∼5주밖에 남지 않은 열 살짜리 딸을 위해 법원과 여론을 움직여 결국 장기이식 관련 규정을 바꾼 부모의 눈물겨운 자식사랑과 특별한 집념에 미국 사회가 감동하고 있다.

주인공은 프랜 머내건과 재닛 머내건 부부. 두 사람에게는 폐를 이식받지 않으면 사망이 확실시되는 딸 새러가 있다. 태어날 때부터 호흡기가 좋지 않았던 새러는 의사로부터 낭포성 섬유종이란 진단을 받았다. 외분비선이 분비하는 분비물이 비정상적으로 점도가 높아서 모세기관지에 질환을 일으키는 증세로, 아동에게는 특히 치명적이다. 새러의 상태가 점점 나빠지자, 머내건 부부는 약 1년반 전 12세 이하 폐 이식 대기자 명단에 딸의 이름을 올려놓았다. 미국 내 장기이식 관련 가이드라인을 관장하고 있는 '장기조달 및 이식네트워크(OPTN)'의 규정에 따르면 12세 이하 아동은 성인의 장기를 이식받을 수 없다. 하지만 머내건 부부는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지는 않았다. 지난 18개월 동안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던 두 사람은 최근 새러가 입원한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의료진으로부터 남은 시간이 최대 5주밖에 되지 않는다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았다. 사실 새러가 폐 이식을 받을 가능성은 처음부터 많지 않았다. 지난 한 해 동안 12세 이하 환자가 폐이식을 받은 케이스는 10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반면 성인 환자는 1700명 이상이 폐 이식을 받아 건강을 되찾았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자 머내건 부부는 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파격적인 길을 택했다. 즉 미국 장기이식 규정을 바꿔놓기로 결심한 것이다. 두 사람은 지난 5월 말 국민청원 인터넷사이트인 체인지닷오르그에 딸 새러의 사연을 올려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데 이어 연방법원에 OPTN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6일 결국 법원으로부터 OPTN은 장기이식과 관련한 나이제한 규정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라는 명령을 받아내는 데 성공한 것. 이 같은 법원 명령에 따라 10일 OPTN 이사회는 장기이식을 집도하는 외과의들이 12세 이하 어린이들에게 성인장기를 이식할 수 있는지를 '케이스별'로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쪽으로 규정을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틀 뒤 12일, 재닛 머내건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늘 병원으로부터 장기이식자가 나타났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장기제공자의 명복과 새러의 수술성공을 빌어달라"고 호소했다고 AP통신, 타임지 등이 보도했다.

타임지는 새러 머내건 사례를 계기로 미국 장기이식 관련 규정의 근본적인 변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by 100명 2013. 6. 13. 1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