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내 소프트경쟁력 강화가 대세]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에 이어 메모리 반도체에도 소프트웨어 바람이 불고 있다.

특정 제품이나 개별 기업에 특화된 시스템반도체와 달리 규격화된 D램이나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도 소프트웨어의 힘을 빌어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그동안 반도체 분야에서는 인텔 등 비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로직설계 등 소프트경쟁력을 갖춰 왔고, 메모리 분야는 미세회로 공정 진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왔다.

하지만 미세회로 공정이 10나노대의 물리적 장벽에 부딪혀 진화 속도가 더뎌지면서 선발업체와 후발업체간 기술경쟁력 격차가 축소되자 반도체 기업들이 차별화 전략으로 메모리반도체와 결합한 소프트웨어 기술력 제고에 힘쓰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메모리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이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곳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대체하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컨트롤러다. SSD는 노트북이나 PC 등에 탑재되는 주기억장치로 낸드플래시를 집적화한 것이며, 컨트롤러는 SSD를 CPU(중앙처리장치)와 연결해 데이터를 컨트롤하는 역할을 한다.

HDD를 대체하고 있는 SSD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CPU와 SSD 사이의 정보교환 과정에서 CPU의 속도를 SSD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데이터처리가 지연되는 병목현상을 줄여주는 핵심 소프트웨어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SSD 컨트롤러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미국 엔벨로의 지분 100%를 인수하고, 자사의 SSD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엔벨로는 CPU와 SSD 사이에서 발생하는 병목현상을 줄여주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확보한 기업이다. 애플이 내놓는 맥북에어 등에 이 소프트웨어 기술을 적용한 SSD가 탑재되면서 경쟁사인 일본 도시바나 SK하이닉스보다 우수한 성능을 자랑하고 있다.

이에 앞서 SK하이닉스도 지난해 6월 미국 컨트롤러 업체인 LAMD사를 2870여억원에 인수하고, 올 상반기 중 자체 컨트롤러를 내놓고 SSD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시스템반도체에 중점적으로 접목되던 소프트웨어 기술이 이제는 메모리 반도체로 이전되고 있으며, 이런 접목이 메모리반도체 경쟁력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는 D램이나 낸드플래시 등 하드웨어를 '카피'해 추격하려는 후발업체들을 따돌릴 수 있는 경쟁력의 핵심 포인트로 주목받고 있다.

1980년대 이전 미국의 메모리반도체 사업이 일본으로 건너가 1990년대 초반까지 꽃을 피우다가 한국으로 주도권이 넘어온 것은 하드웨어 기술 습득을 통한 생산성 향상만으로도 충분한 시장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모리분야에서 한국 20년 넘게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헤게모니 이전이 중국이나 대만으로 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도 그동안 꾸준히 확보해 놓은 소프트경쟁력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이유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내에 지난해 소프트웨어연구소가 설립됐으며, 최근 SK하이닉스는 KAIST와 손잡고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 육성에 나서기로 했다.

이미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메모리반도체에 소프트웨어 기술을 적용하기 이전부터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소프트웨어 기업 인수에 열을 올려왔다. 올 들어서도 지난 5월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이 보안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스톤소프트를 3억 8900만달러에 인수했다.

NXP반도체도 코드레드테크놀러지라는 임베디드소프트웨어 업체를 인수했으며, 반도체 설계 인력 2000여명을 보유하고 있는 LG전자도 모바일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2월 HP의 웹OS를 인수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소프트웨어 설계 능력의 중요성이 인식됐으나, 이제는 메모리반도체의 차별화를 위해서도 SW 기술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메모리반도체 분야의 핵심 소프트웨어 기업을 가진 기업에 대한 글로벌 인수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by 100명 2013. 6. 17. 0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