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형 이민모델 만들자 ②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 에드와도 새버린, 중국을 대표하는 영화배우인 리롄제(이연걸)와 궁리(공리).' 이들의 공통점은 2008년 이후에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이들 각자는 속사정은 다르겠지만 싱가포르 국적이 매력적이라고 느낀 것만은 틀림없다. 낮은 세금이 됐든 우수 인재에 대한 우대 정책이 됐든 이들은 싱가포르를 선택했다.

바야흐로 국적을 쇼핑하는 시대가 됐다. 한국이란 나라가 매력이 없으면 한국 국적 소유자도 다른 나라로 바꿀 것이다. 한때 태극마크를 달고 쇼트트랙으로 세계를 제패한 안현수 선수 역시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러시아로 떠났다. 안 선수는 러시아행에 대해 "한국에서 소속팀이 해체되면서 훈련할 공간을 잃어버렸다"며 "훈련할 수 있는 공간과 환경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한국의 이민 정책을 미국과 비교하지만 한국과 미국은 국가 매력도를 비롯해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나는 만큼 비교 대상으로 적절하지 않다. 차라리 같은 아시아에 있으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싱가포르, 일본과 비교하는 게 더욱 현실적이다.

싱가포르는 1965년 말레이시아에서 독립한 후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가장 적극적인 이민 정책을 펼쳐왔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 인근 국가의 노동력을 적극 활용해 획기적인 경제 발전을 이뤘다. 저숙련 노동이민은 물론이고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결혼이민도 대거 받아들였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부 싱가포르 주민이 외국인이 일자리를 빼앗고 시민으로서 의무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며 반발하면서 정책 변화를 시도하고 나섰다. 2010년부터 단순노동자 이주민을 고용하는 기업에 부과해온 고용세를 지속적으로 인상하고 해외 부자와 고급 인력을 타깃으로 한 이민 확대 쪽에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에드와도 새버린이 국적을 미국에서 싱가포르로 옮긴 것은 페이스북 기업공개에 따른 세금 폭탄을 피할 목적으로 해석된다. 미국 국민은 세계 어느 곳에 거주하든 전 세계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한 납세의무가 있고, 특히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율은 39.6%에 이른다.

반면 싱가포르는 외국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으며 법인세 17%, 소득세 최고세율이 20%다. 비즈니스를 하기에 편리해 2011년 한 해에만 미국의 부자 100명이 국적을 싱가포르로 옮겼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싱가포르는 고급 인력이 교육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일할 수 있는 정책을 펴왔다"며 "미국 와튼스쿨이나 유럽 인시아드 등 세계 최고 수준의 학교 분교를 설립해 해외 우수 인력을 끌어들였다"고 소개했다.

싱가포르와는 달리 일본은 이민에 관한 한 '반면교사' 국가다.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약 215만명(일본 법무성ㆍ2008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 중 1.69%다.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본은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국민의 학력 수준이 높아 노동 시장의 수요ㆍ공급이 불균형한 상태다. 이주자 인구 비율이 낮고 일본계 브라질 출신 등 동포 외국인을 주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는 우리와 상황이 비슷하다.

일본은 이미 20년 전 지금의 한국과 비슷한 상황에 맞닥뜨렸지만 '폐쇄적인 이민 정책'을 고수해왔다. 1952년 최초의 이민법이 시행될 때부터 '외국 노동자를 고용 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원칙에 충실했다. 1990년 의회를 통과한 이민법 개정안은 고급 인력을 적극 받아들이고 불법 외국인 고용을 엄격히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본 내 체류 외국인 중 가장 큰 비중이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입국한 재일동포나 중국 출신자, 또는 이들의 후손이다. 특별영주자 신분인 이들을 제외하면 실제 이민자 수는 매우 적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폐쇄적인 일본 이민 정책의 단점을 지적한다.

최홍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 역시 "일본은 자기쇄신에 실패하면서 사회적 역동성을 상실하고 경제적으로 장기 침체에 직면했다"며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이민을 허용하지 않아 부담하는 기회비용이 연간 3조8000억엔으로 추산된다"고 분석했다.

by 100명 2013. 6. 18. 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