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erview ‘NEW 영화사업부 대표’ 장경익

2008년 설립…단기간에 4대 투자배급사 급성장
좋은 시나리오 확보 주력…전 직원이 투자 결정
장진 연출 故 김광석 뮤지컬 ‘디셈버’12월 공개

대학생 시절 아트 영화를 좋아했던 청년은 국내 4대 투자배급사로 성장한 NEW의 영화사업부 대표가 됐다. 극장 프로그래머로 경력을 쌓던 장경익 대표(42)는 2008년 NEW 창립멤버로 합류해 높은 타율을 기록하더니 결국 올해 초 ‘7번방의 선물’로 1200만 클럽에 가입했다. CJ, 롯데, 쇼박스 등 굴지의 대기업이 장악한 영화 투자배급 시장에서 이렇게 단기간에 성공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 이력을 보면, 신세기통신에서 일하다 영화로 넘어왔다.

▶ 당시엔 이동통신이 최고의 직장이었다. SK와 합병된 이후에 그만두고 2000년에 벤처 사업을 시작했다. 웹 애니메이션을 2년가량 했는데, 너무 어린 나이에 사장 명함을 다니까 직원과 소통이 단절되는 걸 느꼈다. 그때 다른 회사에 들어가면 꼭 팀장을 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메가박스로 재취업을 했고, 운이 좋아 1년 만에 팀장을 달았다. 90학번이라면 누구나 영화에 관심이 많았다. 나도 프랑스영화, 아트영화 보는 걸 좋아했다.

- 프로그래머 경력이 도움이 됐나.

▶ 2003년에 팀장이 됐다. 내 몸에 남아 있는 아트영화 때를 벗겨내고, 일반인의 관점에서 영화를 보는 훈련을 했다. 당시 코엑스 메가박스는 주말 좌석점유율이 85%에 달했다. 1% 포인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영화 한 편이 어떻게 흥행 추이를 갖고 가느냐에 모든 촉각을 세웠다.

극장 프로그래머는 작품이 아니라 상품을 고르는 일이다. 본 영화를 못봐도 예고편으로 상영여부를 결정했다. 개봉 첫주와 2주차 중반까지는 마케팅이 중요하다. 마케팅을 판단하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다. 1년에 300편을 보면서 일반 관객의 눈으로 영화를 관람했고, 일본영화제와 유럽영화제도 개최했다.

메가박스에서 직접 수입하고 배급하는 ‘무비 온 스타일’을 통해 크게 성장했다. ‘쉬즈더맨’은 13만명이나 들었다. 김기덕 감독 영화 상영회도 했는데, 그때 인연으로 ‘피에타’를 배급할 수 있었다. 세상에 쓸 데 없는 일은 하나도 없다(웃음).

- 2008년 NEW 설립 당시, 진입장벽이 높았을텐데 어떤 전략을 구사했나.

▶ 외화 시장에 틈새가 보였다. ‘무비 온 스타일’을 하면서 성공 가능성을 봤다. 외화는 선급금 구조이기 때문에 대여금만 받으면 된다. 영화가 실패해도 수수료만 적어지는 구조다. ‘트와일라잇’ 시리즈, ‘시간여행자의 아내’ ‘블랙’ ‘파라노말 액티비티’ ‘신들의 전쟁’ ‘언터쳐블:1%의 우정’ 등이 잘 됐다.

2009년에 ‘킹콩을 들다’ ‘청담보살’로 한국영화를 시작했다. 2010년부터 한국영화가 잘 됐다. 자연스럽게 외화에서 한국영화로 무게중심을 이동했다. 중요한 것은 영화지, 배급이 아니다. 고정된 ‘갑을관계’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좋은 콘텐츠가 있으면 슈퍼갑이 될 수 있는게 영화판이다.

- 작품 선택의 기준은 무엇인가.

▶ 배급사는 시나리오부터 캐스팅까지 패키지되어 있는 작품을 원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캐스팅은 상관없고, 시나리오만 좋으면 투자배급을 결정했다. ‘헬로우 고스트’는 시나리오를 읽은 뒤 곧바로 결정했다. 캐스팅은 우리가 해줬다. 제작사의 마인드로 일하는 게 중요하다.

- NEW의 영화는 단점이 분명히 보이는데, 그 속에서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을 구사한다.

▶ 그래서 마케팅이 중요하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유치하고, 치밀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우리는 패밀리 무비의 장점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 지점에서 관객이 호응했다.

- 전체 직원이 모여 최종 투자 결정을 한다고 들었다.
 
▶ 26명의 직원이 한 자리에 모여 자신의 의견을 밝힌다. 너무 솔직하게 말한다(웃음). ‘몽타주’는 어린 친구들이 좋아했다. 나이 든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결국 젊은 친구들 의견을 따랐다. ‘신세계’는 초기에 반대가 많았다. 찬성이 소수였다. 수정된 시나리오에서는 전원 찬성이 나왔다. 계속 반대가 나오다가 결국에 찬성이 나오는 과정이 재미있다.

‘7번방의 선물’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류승룡이 주연을 맡으면서 확신했다. 배우와의 시너지가 폭발했던 영화다. 이처럼 끝까지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전 직원이 ‘내 영화다’라고 받아들인다. 누구 한 명의 영화가 아니라 모두의 영화가 되는 것이다.

- 한 달에 한번 꼴로 영화를 개봉하는데.

▶ 우리는 영화가 충분히 상영될 수 있도록 무조건 3주 이상 떼어 놓는다. 나는 ‘배급 쿼터제’ 도입을 주장한다. 수직계열화를 바꾸는 것은 비현실적이지만, 배급 쿼터는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큰 배급사의 경우, 성수기때 매주 한 편씩 개봉한다. 그렇기 때문에 독과점 논란이 일어나는 것이다.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대안으로 배급 편수를 제한하자는 취지다.

- NEW가 뮤지컬도 제작한다는데.

▶ 영화 ‘7번방의 선물’의 뮤지컬 작업은 현재 검토 중이다. 올 12월에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고 김광석의 뮤지컬 ‘디셈버’를 무대에 올린다. 장진 감독이 총 연출을 맡는다. 김광석의 미공개 노래도 공개된다. 기존 뮤지컬과는 다를 것이다.

글 곽명동 사진 정선식 기자

‘감시자들’ 시작으로 ‘숨바꼭질’ ‘변호인’…NEW 흥행대박 하반기도 쭉~

감시자들
NEW는 하반기에도 흥행 가능성이 높은 영화를 내놓는다.

‘감시자들’(7월4일 개봉)은 서울 도심 한복판 자신의 정체를 감춘 채 흔적조차 없는 범죄 조직을 쫓는 감시 전문가들의 숨막히는 추적을 담은 범죄 액션 영화다. 설경구, 정우성, 한효주 등 캐스팅이 화려하다.

특히 정우성은 군중 속에 정체를 감추고 어떤 순간에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제임스’ 역을 맡아 매력적인 악역 캐릭터를 연기한다. 1분 1초까지 계산하는 치밀한 전략으로 점점 좁혀오는 감시반의 추적을 따돌리며 범죄를 이어가는 그는 자신을 쫓는 감시반과 팽팽하게 대립하며 극에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계획이 어긋나는 위기의 순간에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상황을 모면하는 그의 모습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또한 수많은 범죄를 지휘하지만 어디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 비밀스러운 매력으로 궁금증을 자아낸다.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곧바로 출연을 결정한 그는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영화 전반의 긴장을 몰고 가는 인물이다. 제임스를 어떤 배우가 하느냐에 따라 작품 전체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숨바꼭질’(8월15일)은 남의 집에 몸을 숨기고 사는 사람들로부터, 내 가족과 집을 지키기 위한 두 가장의 숨가쁜 사투를 그리는 영화다. 손현주, 문정희가 주연을 맡았다.

‘변호인’(12월 개봉 예정)은 격동의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인권변호사의 이야기를 담는다. ‘설국열차’의 송강호를 비롯해 오달수, 곽도원, 임시완, 김영애 등이 출연한다. 웹툰 ‘스틸레인’의 작가 양우석이 각본과 연출을 맡는다.

곽명동 기자

 

by 100명 2013. 6. 18. 1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