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서 공정무역 사역 조원희 선교사

“한국에 있을 때 기회 닿을 때마다 공정무역을 소개했어요. 하지만 제가 줄 수 있는 정보는 책에서 본 내용이 전부였죠. 제 눈으로 직접 보고 경험하고 싶었어요. 지난해 한국을 떠나 멕시코로 왔죠.”

조원희(35) 선교사는 2005년 기아대책에 입사했다. 기아대책이 세운 (재)행복한나눔에서 공정무역을 최초로 시작한 사람 중 한 명이다. 그가 입사했을 당시에는 ‘공정무역’이라는 말이 낯설었다.

2006년 말, 그는 우연한 기회에 멕시코에 있는 ‘익투스’ 선교단체와 만났다. 이 단체는 미국 한인교회에서 세운 선교단체로 멕시코 치아파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그들은 에티오피아 커피를 보고 치아파스에서도 커피를 생산한다고 말하며 관심을 보였다.

“그후로 2년 동안 서로 연락하지 않다가 2008년 공정무역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무턱대고 멕시코로 전화를 걸었죠. 공정무역을 하려는데 커피를 보내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가능하다고 했어요. 2009년 6월부터 공정무역이 시작됐어요.”

첫 시작은 생두 5t부터 시작했다. 분말 형태로 판매하던 에티오피아 커피를 생두로 계산하면 한 해에 1∼2t이 적당했지만 시험 삼아 조금 더 들여왔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2010년에는 15t, 2011년에는 25t, 지난해에는 30t을 들여왔다.

“판매량은 계속 늘었지만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았어요. 기아대책의 비전은 ‘공동체의 자립’이에요. 커피 생두를 사주는 일 외에도 해야 할 일이 많았죠. 이 일의 가치를 이해하는 사람을 파견해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기아대책의 공정무역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을 찾던 끝에 이인욱 선교사 부부를 파견하게 됐다. 그러나 이 선교사가 멕시코를 떠나야 하는 사정이 생기면서 조 선교사는 직접 나갈 생각을 하게 됐다. 2012년 6월 정식 파견을 받았다.

치아파스 지역은 인디오들이 살고 있는 멕시코 중 가장 가난한 곳이다. 20분만 차를 타고 나가면 선진국과 다름없는 풍경을 볼 수 있지만, 인디오들은 산에서 살며 오랜 풍속을 이어오고 있다.

“공정무역 커피는 대부분 유기농 커피예요. 책으로만 봤을 때는 공정무역을 하는 농부들이 의식이 있는 지식인들이라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비료를 사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유기농 커피를 재배하는 사람들이었어요. 그래도 이들에게 삶의 의지가 보여요.”

조 선교사는 받는 데만 익숙한 이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짜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공정무역을 하는 농민들은 조합을 만들어 서로 협력해요. 이 과정에서 조금씩 시민의식이 생기죠. 제값을 받고 커피 생두를 팔기 때문에 형편도 좋아져요. 제대로 교육할 수 있다면 의식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거예요. 공정무역으로 이들의 삶이 변화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습니다.”

by 100명 2013. 6. 19. 0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