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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를 '위장도급·불법파견' 형태로 이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업체가 조직적으로 증거 인멸에 나선 정황이 드러났다.
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18일 "삼성전자서비스가 위장도급 의혹이 알려진 후 각 센터 사업장에서 삼성 로고가 박힌 홍보물과 물건을 치우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경기도 이천의 한 센터에서는 삼성전자서비스 마크가 박힌 조끼를 전부 회수하고 급하게 협력업체 로고를 급조해 박아 넣은 조끼를 주문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은 의원은 고용노동부에 조속한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요구했다.
전국 각지의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직원들은 협력업체가 삼성전자서비스 마크가 찍힌 현수막과 홍보물 등을 치우고, 관련 내부 문건을 파쇄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지역의 협력업체 직원 ㄱ씨는 "오늘 서비스센터와 같은 건물에 있던 본사 직원이 내려와 내부 문서를 파쇄하는 걸 봤다"며 "사무실에서 삼성전자서비스 지시사항, 플래카드, 액자 등을 모두 떼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지역 협력업체 직원 ㄴ씨는 "벽에 붙어 있던 삼성전자서비스의 고객응대 매뉴얼인 'MOT' 등 부착물을 모두 떼어내 벽이 깨끗하다"고 말했다. MOT(Moment of Truth)는 삼성전자서비스의 고객응대 매뉴얼로 총 18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ㄴ씨는 "MOT는 매일 아침 조회시간에 따라 읽게 했으며 이 중 하나만 지키지 않아도 '대책서'를 작성하는 등 문책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협력업체들은 직원들의 회유를 위해 개별 면담도 하고 있다. 서울 지역의 협력업체 직원 ㄷ씨는 "아침에 협력업체 사장이 면담하자고 연락이 와 만났다"며 "내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직원들의 인터넷 모임에 가입한 사실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으며 탈퇴를 권유했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의 협력업체 직원 ㄹ씨는 "센터에서 면담을 실시하고 있으며 본사에서 직접 불러서 회유·협박을 하는 곳도 있다"며 "협력사 직원들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직원들의 휴대폰을 열람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협력업체 직원들의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를 상대로 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온 전국 삼성전자서비스센터 협력업체들의 숫자가 급증하고 있다.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준비 중인 협력업체 직원 ㅁ씨는 "20여개의 센터에서 동참 선언을 했다"며 "계속 문의가 쏟아져 정확한 숫자가 집계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가 최저임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초과근로수당도 지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보도(경향신문 2013년 6월18일자 1·5·6면 보도)된 이후 부당한 처우와 열악한 근로실태를 호소하는 제보도 쏟아지고 있다.
지역을 밝히길 거부한 협력업체 직원 ㅂ씨는 경향신문에 전화를 걸어 와 "삼성전자서비스는 직원들을 상대로 1~2년 주기로 삼성전자에서 생산한 신형 휴대폰을 구매하라고 강요하고 있다"며 "업무수행 프로그램인 'Any Zone'이 업그레이드돼 휴대폰을 교체해야 한다는 내용의 e메일이 본사와 협력업체 사장으로부터 전달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사기 싫어도 울며 겨자 먹기로 사야 한다"며 "삼성전자서비스 직원이 아니라 직원 할인도 못 받고 제 돈을 다 내고 사야 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서비스가 고객만족도 등 실적을 관리하기 위해 협력업체들끼리 돈을 걸고 '실적 내기'를 시킨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내기에서 진 협력사 직원들은 월급이 깎였다. ㅅ씨는 "2주 간격으로 협력사끼리 내기를 하고 내기에서 질 경우 협력사 운영비에서 내기 돈이 빠져나가게 돼 내기 돈을 제외한 돈이 기사들에게 지급된다"며 "결과적으로 1만~2만원씩 월급이 깎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실적 내기에서 꼴등할 경우 그 지역 기사들은 밤에 사무실에 모여서 '대책서'를 작성한다"며 "내기에 이겨도 다른 기사들의 월급을 갖고 오는 것이어서 하나도 기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일이 없을 때는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도 지급받지 못하며, 실제 받지도 않은 돈을 '가불 처리'한다는 말도 나왔다. 수도권 지역 협력업체 직원 ㅇ씨는 "들어온 지 얼마 안된 기사이거나 비수기라 일이 없어 삼성전자서비스로부터 받게 되는 수수료 총액이 기본급에 못 미칠 경우 기본급에서 모자란 돈은 가불증을 쓴 적도 없는데 가불 처리한다"며 "기본급이 101만원인데 80만원어치만 벌었을 경우 20만원은 가불했다며 실제 주지도 않았는데 준 것처럼 서류를 꾸민다"고 말했다.
ㅇ씨는 "토·일요일에 출근해 대기해도 접수건수가 없을 경우에는 한 푼도 받지 못한다"며 "하루종일 나와서 대기했는데도 휴일근로수당은 전혀 받지 못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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