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직원이 노동탄압에 항의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관할인 여수고용노동지청이 아직까지 유서 내용조차 확인하지 않는 등 사건을 적극적으로 수사할 의지를 보이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여수지방노동지청 한 관계자는 19일 CBS와의 통화에서 "KT 노조에서 법 위반에 대해 사건을 제기하지 않았다"면서 "아직 유서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살한 직원이) 개인 부채가 많다는 내용은 듣고 있다"면서 "어제부터 내용을 파악 중에 있으며 아직까지는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순천경찰에 따르면 KT 전남본부 광양지사 직원인 김모(51)씨는 지난 16일 오후 7시 반쯤 순천팔마체육관 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차량 안에 번개탄을 피워 질식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KT노조는 한국노총에 소속돼 있지만 숨진 김씨는 과거 민주노총에 소속된 조합원으로 현재 KT민주동지회 소속인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김씨의 차량안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지난달 실시한 임금·단체교섭 찬반투표 용지를 찍은 사진과 함께 “15년 동안의 사측의 노동 탄압이 이젠 끝났으면 한다”며 "팀장이 직원 회식이나 조회 때 '똑바로 하라’며 엄포를 놓고 강압을 한다. 반대표를 찍은 것으로 판명된 직원은 어김없이 불려가 곤욕을 치르고 나온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씨의 유서에는 또 “2010년과 2011년에도 투표 전 팀장 면담 때 ‘반대 찍은 사람은 쥐도 새도 모르게 날아갈 수 있으니 알아서 찍으라’는 엄포를 들었다”며 “이런 현실 속에서 노조원이 주권(소중한 한 표)을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겠는가. 15년간 사쪽으로부터 이뤄진 노동탄압이 이젠 끝났으면 한다”고 적혀 있다.

유서에는 투표용지와 함께 특정인의 이름, 정황 등이 기록돼 있는 만큼 사측의 투표 개입과 관련한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KT는 지난달 실시한 임금·단체교섭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82.1%의 지지를 받아 통과됐지만 부정 논란에 휩싸여 있다. 노조는 임단협안을 회사측에 사실상 백지위임하며 조합원의 반발을 사고 있다.
by 100명 2013. 6. 19. 1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