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업계 “불량주파수 900MHz 판 부채의식 작용”… KT “자체해결 시간 걸려”

정부가 ‘불량 주파수’를 KT에 넘긴 정책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KT에 주파수 할당 특혜를 주려 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이달 말 발표할 신규 주파수 할당 방안에 KT가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용으로 사용 중인 주파수 인접 대역을 사실상 매물로 포함시켰다.

KT는 기존에 사용하던 1.84~1.85㎓ 주파수 옆의 1.83~1.84㎓ 주파수를 확보하면 손쉽게 넓은 폭의 주파수망(광대역망)을 구축할 수 있어 지금보다 2배 빠른 데이터 송수신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KT 경쟁사의 한 관계자는 24일 “정부가 이 대역을 매물로 내놓은 것 자체가 KT에 대한 특혜”라며 “그 배경엔 KT가 정부로부터 매입한 900㎒ 주파수가 깊이 관여돼 있다”고 말했다.

2010년 4월 방송통신위원회는 SK텔레콤의 저대역 주파수 독점을 개선하기 위해 이 회사의 800㎒ 일부를 회수한 뒤 900㎒ 주파수와 함께 경쟁사들에 할당했다.

당시 KT가 우선권을 따내 900㎒ 주파수를 선택했고, LG유플러스는 남은 800㎒ 주파수를 가져갔다. 이후 SK와 LG는 800㎒ 주파수를 롱텀에볼루션용으로 사용한 반면 KT는 900㎒ 주파수를 아예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자사의 2세대(G)용 주파수인 1.8㎓를 롱텀에볼루션용으로 돌리고 2세대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 과정에서 2세대 이용자들과의 소송이 벌어져 KT의 롱텀에볼루션 진출이 상대적으로 지연되기도 했다.

KT는 900㎒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로 ‘전파 간섭’을 꼽았다. 가정용 무선전화기나 빌딩에서 사용하는 각종 무선식별장치(RFID)에 사용되는 주파수가 900㎒ 대역으로 동일해 전파 간섭을 받는 탓에 통신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대역을 쓰지 못하는 바람에 KT는 지금도 ‘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드(LTE-A)’ 등 첨단 통신 기술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부가 ‘불량 주파수’를 판매한 셈이다. 수천억원을 받고 KT에 불량품을 판 정부의 ‘부채 의식’이 KT에 유리한 주파수 할당안으로 연결됐다고 경쟁사들은 보고 있다.

실제 방통위 후신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최근 “전담반을 구성해 900㎒ 전파 간섭을 제거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주파수 신규할당과 별도로 ‘불량’ 900㎒ 주파수에 대한 사후 조치도 병행해주겠다는 것이다. 입찰 결과에 따라 KT는 2배 빠른 롱텀에볼루션에 활용할 광대역 주파수와 이를 보조할 추가 주파수를 한꺼번에 확보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배려’ 뒤에 KT에서 부사장까지 지낸 윤종록 제2차관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KT도 이 같은 국면을 활용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KT는 지난달 처음으로 900㎒의 전파 간섭 문제를 제기했다. 롱텀에볼루션용 새 주파수에 문제가 있는데도 3년 넘도록 침묵해온 셈이다.

경쟁사들은 “KT가 수익성이 낮은 2세대 서비스를 종료하기 위해 (900㎒가 아닌) 1.8㎓ 주파수를 롱텀에볼루션용으로 사용했다”면서 “전파 간섭은 기술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데도 신규 주파수 확보 명분을 쌓기 위해 ‘불량’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KT 관계자는 “900㎒ 전파 간섭을 제거하려면 개별 가정과 전국 주차장 등을 돌며 주파수 변경을 요청해야 해 사실상 불가능한 작업”이라면서 “오랜 기간 불량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건 자체 해결 노력 등에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by 100명 2013. 6. 25. 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