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세계 양식 어패류 생산량 6600만t, 소고기는 6300만t]

-축산업 생산성 갈수록 떨어져

사막화로 가축 키울 땅 감소… 사료비 증가·웰빙 열풍 영향

-양식의 두 얼굴

경제성 높고 환경·건강에 도움… 부영양화·赤潮 유발 가능성도


지난 18일 미 워싱턴 DC 유럽풍 해산물 레스토랑 아주르(Azur)에서 작은 파티가 열렸다. 해양 보호 단체 '오시아나(Oceana)'의 앤디 샤플리스(Sharpless) 대표가 공동 집필한 '완벽한 단백질(The Perfect Protein)' 출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샤플리스 대표는 이날 "지속 가능한 수산물로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면서 전 세계를 먹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인류 문명사에서 처음으로 지난해 전 세계 양식(養殖) 어패류(魚貝類) 생산량이 소고기 생산량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어패류 1인당 소비량에서도 양식이 자연산을 올해 처음 넘을 전망이다. 기원전 500년 처음 기록에 등장했던 양식이 2500년 만에 경제성과 친환경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인류를 먹여 살릴 주역으로 떠오른 것.

미국의 환경 보호 싱크탱크 '지구 정책 연구소(Earth Policy Institute ·EPI)'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소고기 생산량은 6300만t인 데 비해 양식 어패류 생산량은 6600만t이었다. 양식의 대부분은 잉어, 연어 같은 물고기다.

인구가 급속히 늘면서 20세기 후반에 동물성 단백질 수요가 5배로 증가했다. 하지만 축산업 생산량은 1980년대 이후 증가세가 꺾였다. 한정된 땅에 가축을 계속 늘리다 보니 초지(草地)의 사막화를 불렀다.

소 몸무게 1파운드를 늘리려면 곡물 사료 7파운드를 먹여야 한다. 최근의 곡물 가격 폭등은 축산업의 생산성을 크게 악화시켰다. 반면 양식 어류의 대표 주자인 중국의 백련어(白�魚·Silver carp)는 별도 사료 없이 논에서 풀과 플랑크톤을 먹고 자란다. 중국은 세계 양식의 62%를 차지한다.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도 영향을 미쳤다. 육류는 심장병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비가 계속 줄고 있다. 가축을 키울 초지를 확보하기 위해 숲을 파괴하는 것도 육류에 대한 거부감을 높였다. 전 세계 1인당 소고기 소비량은 1970년대 11㎏에서 최근 9㎏으로 줄었다. 이에 비해 어류 소비량은 1970년대 11㎏에서 최근 19㎏으로 증가 추세다.

최근 어업도 축산업과 같은 어려움에 빠져 있다. 남획(濫獲)으로 연안 어족(魚族) 자원이 고갈되면서 점점 더 먼 바다로 나가야 한다. 수산물 소비는 계속 느는데 공급이 따라주지 못하면서 '피시플레이션(fishflation·수산물 가격 급등)' 우려도 나왔다.

해결사로 나선 것이 양식이다. 전체 수산물 생산량은 어획량 감소에도 양식이 확대되면서 1990년 이후 계속 증가 추세다. 소비도 양식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해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은 자연산이 9.7㎏, 양식이 9.4㎏.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양식 소비량이 자연산을 앞지를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5년쯤 이런 일이 벌어질 것으로 예측했었다.

양식에도 해결해야할 문제가 있다. 연어나 새우 같은 양식 어류는 가축처럼 사료를 줘야 한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로사먼드 내일러(Naylor) 교수는 2009년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연어 몸무게 1파운드를 늘리려면 자연산 어류 5파운드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최근 사료를 미생물이나 바닷말에서 얻는 연구가 한창이다.

양식장 어류의 배설물이나 사료 찌꺼기로 인한 부영양화(富營養化)와 적조(赤潮)도 문제다. 국립수산과학원 명정인 박사는 "조개나 바닷말을 함께 키워 여분의 영양물질을 해결하는 생태 통합 양식법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키운 완벽한 단백질 '퍼펙트 피시(Perfect Fish)' 시대가 오고 있다.

by 100명 2013. 6. 27. 0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