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정상회담 교섭과정에서 중국 측이 제기한 '센카쿠제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유보론'의 구체적인 내용이 최근 일본에서 공개됐다. 양국 간 물밑 교섭 내용이 드러나면서 정상회담이 당분간 어려워지는 등 가뜩이나 얼어붙은 중·일 관계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신문은 2일 일본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중국이 지난 6월 중순 센카쿠 문제와 관련해 영토 문제 존재 인정과 센카쿠 문제 유보를 정상회담 개최 조건으로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가 지난달 28일 "중국 측이 센카쿠 문제에 대해 일정한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고 처음 실체를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측은 이에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내각관방참여가 지난달 17∼18일 중국 다이빙궈(戴秉國) 전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만나 '수용 불가'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아베 총리도 지난달 30일 중국 측이 제시한 조건에 대해 "그건 틀렸다고 계속 말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우선 정상회담부터 열자고 요구했다.

중국 측은 1972년 중·일 국교정상화와 1978년 평화우호조약 체결 과정에서 양국이 '센카쿠 유보론'과 '현상 유지론'에 대해 논의하고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이런 논의를 한 적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일단 정상회담 개최를 둘러싼 협의내용이 공개됨으로써 중·일 정상회담은 당분간 성사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이런 태도를 갖고 있다면 중·일 관계는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양국은 지난해 5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와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회담한 뒤 정상회담을 열지 않고 있다.

일본이 센카쿠제도를 둘러싼 중국의 요구 조건을 공개한 것은 국제 여론이 일본에 결코 불리할 게 없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은 중국에 대해 센카쿠제도를 '미·일 방위조약 범위 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센카쿠제도를 둘러싼 중국의 행동에 대해 국제사회 비판이 커지면서 중국 정부가 초조감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7·21 참의원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아 현실적으로 회담 개최도 여의치 않다.

일각에선 참의원 선거를 의식해 정상회담 협의 내용이 공개된 측면이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센카쿠 문제가 불거지면 자연스럽게 강경보수진영 목소리가 커져 자민당 등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8∼9월 중국, 한국과의 영유권 분쟁이 불거지면서 아베 총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됐고 자민당은 12월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최근 일본 정부와 자민당 등은 "중국 측에서 보면 일본이 (센카쿠를) 훔쳤다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다"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의 발언을 "국익을 해치는 일"(스가 관방장관)이라며 집중 공격하고 있다.

by 100명 2013. 7. 3. 0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