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김하주 이사장 링거 꽂고 중환자 모습 법정 가더니

구속영장 발부 뒤 일어서…누리꾼 “아프면 법원 가라”


‘법원은 아픈 사람도 고치나?’

누리꾼들 사이에서 ‘법원의 기적’이란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 서울 영훈국제중 입시비리 혐의로 2일 구속수감된 영훈학원 김하주 이사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김 이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북부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했다. 링거를 꽂고 의료용 침대에 누워 법정으로 들어가는 김 이사장의 모습은 중환자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구치소로 향하는 김 이사장은 완전히 달랐다. 불과 몇 시간 전에는 거동이 불편할 정도의 중환자 모습이었지만, 두 다리로 꼿꼿하게 선 채로 북부지검을 나선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예수가 “일어나라”라고 하자 환자가 벌떡 일어났다는 성경 속의 기적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었다.

누리꾼들은 입을 모아 조롱하고 있다.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이른바 사회 유력인사들의 구속을 피하기 위한 전형적인 ‘꼼수’라는 지적이다.

트위터 이용자 mindxxx은 “법원의 기적? 중환자처럼 들어갔다가 구속이 결정되자 걸어나오는 영훈중학교 김하주 이사장. 이 나라 유력층이 사는 방법”이라고 꼬집었다.

이 밖에도 “아프면 법원 가야겠다”, “영장 판사 전업해라”, “판사가 ‘내 눈을 바라봐’ 이랬나”, “이제 몸이 아프면 북부지법으로 오세요”, “의사들은 이제 뭐 먹고 살라고” 등 촌철살인의 반응들이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퍼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롱 뒤에는 한국사회 지도층들의 ‘양심 불량’에 대한 분노가 깔려있다. 트위터 이용자 yangxxx는 “이동식 침대에 누운 김하주 영훈학원 이사장, 입시 비리와 횡령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면서 이동식 침대를 이용했군요. 지도층입네 하는 자들이 조사받거나 재판받을 때는 꼭 병에 걸리니 일종의 풍토병인가요?”라며 도덕적 해이를 질타했다.

교육자가 보여준 행태라는 점에서 더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트위터 이용자 designxxx는 “영훈학원 김하주 이사장이라는 노인을 보면서, 노인은 많은데 어른을 찾기 힘들고 선생은 많은데 스승을 구하기는 힘든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같다. 교육자의 모습을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저렇게는 늙지 말아야 겠다”며 씁쓸해했다.

by 100명 2013. 7. 3. 1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