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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회장의 구속수감으로 CJ그룹이 해외사업을 보류하고 있지만 방송사업은 속도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케이블TV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조짐이 나타나자 몸집을 불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디어 사업의 뼈대인 방송사업에 토대를 다지려는 의지도 엿보인다.
CJ그룹 케이블방송 계열사인 CJ헬로비전 (18,800원 700 3.9%)은 지난 6월 한달간 세 곳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인수하며 1720억 원을 쏟아 부었다. 지난달 25일 호남방송 지분 86.29%를 1240억 원에 인수키로 결정했다고 밝힌 데 이어 같은 달 17일에는 횡성유선방송과 영서방송을 각각 404억 원, 78억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추가 인수를 추진할 조짐도 보인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결정된 것은 없지만 추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SO 매물이 나오면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CJ헬로비전이 SO를 인수한 것은 지난 2010년 포항종합케이블을 인수한 이후 3년 만이다. 아울러 이재현 회장이 지난 1일 구속되면서 CJ그룹의 굵직한 사업현안이 줄줄이 차질을 빚는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라는 점에서도 눈에 띈다.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이 추진하던 해외M&A가 대표적이다. CJ제일제당의 중국 라이신 업체 인수가 보류됐고, CJ대한통운의 미국·유럽 물류회사 인수도 지연되고 있다. CJ푸드빌 등이 추진하던 한식세계화도 의사결정 지연에 따라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경영권 공백으로 의사결정이 지체되자 CJ그룹은 경영진 5명으로 구성된 그룹경영위원회를 발족해 공백을 메울 방침이다.
경영권 공백으로 의사결정이 지연되면서도 SO인수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IPTV를 비롯한 뉴미디어 등장으로 미디어 시장경쟁이 격화된 영향이 크다. 경쟁 격화로 점유율이 쪼그라들기 전에 SO를 서둘러 합병해 규모의 경제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CJ헬로비전은 18개의 SO를 보유한 가입자수(343만명) 점유율 23%로 1위의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다. 올해 가입자 400만 명을 목표로 잇따라 SO를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유료방송시장이 경쟁격화되면서 매각의 적기로 보고 시장의 매물로 등장한 지방 SO가 종종 있다"며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매물을 인수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방송법 규제가 완화될 것을 대비해 몸집을 불린다는 해석도 있다. 현 방송법에선 SO가 전체 케이블TV 가입자 가운데 1/3(500만 명), 전체 77개 케이블 방송권역 가운데 1/3(25개) 이하로 점유율을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런 점유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입법예고안을 추진하고 있다. 점유율 규제 완화를 염두에 두고 CJ헬로비전을 비롯한 MSO가 잇따라 인수를 추진하는 것이란 해석이다. 실제로 점유율 2위인 티브로드도 티씨엔대구방송을 인수하는 등 덩치를 키우고 있다.
아울러 CJ헬로비전의 그룹내 입지와 높은 수익성을 감안해 CJ그룹내에서 유독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tvN, Mnet, OCN을 비롯해 18개 케이블방송을 보유한 CJ E&M과 홈쇼핑 방송인 CJ홈쇼핑에 플랫폼을 제공하는 CJ헬로비전은 미디어사업의 수직계열화의 핵심고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CJ헬로비전이 여타 미디어계열사의 매출확대에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라 투자도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실적도 탄탄해 CJ그룹의 캐시카우로 각광받고 있다. 연결기준 매출액은 지난해말 기준 8910억 원으로 2010년 말(4638억 원) 대비 2배 수준으로 늘었고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도 3300억 원으로 2010년 1828억 원에서 훌쩍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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