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직원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따라서 KT에서 재직하던 중 올해 사망한 근로자는 14명으로 늘어났다.

23일 <매일노동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KT영광지사 소속 직원 박모(31)씨가 자택에서 숨져 있는 것을 유족이 발견했다. 고인은 지난해 9월 KT에 정규직으로 채용돼 전남 영광지사 CS직군에서 일했다.

고인의 동료는 “고인은 KT에서 비정규직으로 몇 년 동안 일하다 CS직군에 정규직으로 채용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CS컨설팅팀은 현장 개통업무와 상품판매 등 영업목표를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평소 스트레스가 많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 KT

KT노동인권센터에 따르면, KT에 재직하던 중 올해 숨진 직원은 14명이다. 사망원인을 살펴보면 △자살 6명 △심장마비·뇌출혈 등 돌연사 5명 △암 2명 △추락사 1명 등이었다. 명예 퇴직한 직원 중 올해 사망한 9명과 재직 중 사망한 14명을 합하면 23명으로 1주일에 한명 꼴로 사망한 셈이다.

23일 <미디어오늘>보도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2년 4월까지 KT 재직 중에 사망한 직원은 150명이다. 특히 2006년부터 6년 동안은 15명의 근로자가 재직 중 스스로 목숨을 끊어 KT의 근로자 자살 현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KT는 자사 근로자 전체 사망 원인에서 자살이 차지하는 비율을 10%로 파악했다. 2011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자살이 전체 사망원인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6.2%다. ‘일하는 노동자가 상대적으로 건강하다’는 이른바 노동자 효과를 고려했을 때 KT 근로자의 자살 비율이 유달리 높은 배경에는 회사의 노무관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노동인권센터의 분석이다.

KT의 대규모 구조조정도 근로자 사망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KT의 근로자 수는 IMF 이전과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위원장은 “2009년 5000명이 넘는 근로자가 퇴직했고 이 중에 사망자가 5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지난 2009년 구조조정은 노동자들을 “단순히 내쫓은 것이 아니라 죽으라고 내몬 것”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과거에는 KT 근로자의 99%가 정년을 채웠고, 건강하게 퇴직했다”면서 “오히려 그 전에는 명을 달리하면 뉴스가 될 정도였지만 이제는 누가 죽어도 뉴스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KT는 이제 사람이 죽어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기업, 죽음의 기업이 됐다”며 노동조합이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잇단 죽음의 배경에는 부진인력 퇴출프로그램이 있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KT는 2004~2005년 수천여명의 퇴출명단을 작성한 뒤 2006년부터 일명 C-Player 프로그램을 시행해 왔다. 114 노동자에게 전신주 업무를 지시한 뒤 경고하고 면직하는 일종의 ‘학대해고’ 프로그램이다. 최근 대법원도 이 프로그램의 불법성을 인정했다.

KT 새노조는 22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 참석해 “CP들에 대한 이러한 잔인한 노무관리는 KT 전체 노동자들에게 공포와 우울의 전염병을 만들었다”며 “자신이 CP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CP들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차별에 저항하지 못하고 데 따른 인간적 무력감이 얽히며 KT의 기업문화는 죽음의 문화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by 100명 2013. 7. 24. 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