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칼끝이 KT를 향해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 최근 검찰주변에서는 이석채 KT 회장에 대한 검찰수사가 임박했다는 불길한 관측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KT가 추진한 여러 사업과 관련해 검찰이 상당부분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공기업 수장 교체가 KT 수사와 맞물릴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본격 수사에 착수할 시기를 조율하고 있으며 이미 관련 자료 검토도 상당량 수집한 것으로 파악된다.
KT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고위급 인사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 등 법조인을 고위직에 잇따라 앉혀 “이 회장이 향후 검찰수사에 대비해 방패막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KT는 최근 홍사덕 전 의원과 김병호 전 의원 등 한나라당 출신 친박계 핵심 인사들을 잇달아 고문으로 영입했었다.
이에 대해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된 이 회장이 검찰수사를 피하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 회장이 청와대 등 정치권에 줄을 대기 위해 영입한 인사들이라는 것이다.

 

   
▲ 이석채 <뉴시스>

이 회장은 KT 회장으로 임명되기 전부터 여러 구설에 올랐던 인물이다. YS시절 정통부 장관을 지냈고 재임 당시 PCS사업자 선정 등 의혹 사건으로 이미 수사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DJ정부 들어 미국으로 간 이 회장을 두고 “사실상 미국으로 도피한 것”이라는 말도 있다. 이 회장은 MB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부활했다.
YS 인맥 중 한명이었던 이 회장은 MB의 YS인맥 영입정책에 힘입어 미국에서 돌아왔으나 이 회장이 KT를 접수한 이후 주가가 폭락하고 여러 사업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지는 등 KT는 몸살을 앓았었다.

이석채 사업의 의문점들

회사 내부에서 이 회장에 대한 원성이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공포경영이다. 내부 관계자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이 회장은 반발하는 임직원의 입을 막기 위해 공포 경영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KT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전임 사장 시절에는 상무보였던 감사실장을 사장급으로 대폭 상승시켰다. 그리고 퇴직 검사를 ‘사장’급으로 영입한 후 상당한 연봉을 지급하면서 상무대우 직급을 타킷으로 많은 직원을 관례에 어긋나는 과중한 처벌로 파면을 시켰다”고 전했다.
이 인사에 따르면 KT는 감사 방법도 회유, 협박, 유도심문, 압력에 의한 불법 계좌추적과 통화내역 열람으로 편법과 불법을 자행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회장이 KT를 핵심 최측근들로 구성한 뒤 각종 비리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회장 비리 의혹과 관련, 검찰은 KT가 부족한 재원 마련을 위해 추진한 여러 사업과 수익 그리고 외주 업체와의 계약 등을 통해 조성된 비자금 용처 등을 주시하고 있다.
검찰은 서초동 사옥 임대 건을 살피고 있다. 운영자금이 없어 기존의 전화국을 매각하면서 거액의 비용을 지불하면서 다른 사옥을 추가로 임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검찰은 KT가 임대한 빌딩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를 파악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빌딩의 주인이 MB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말이 떠돌고 있어 의구심을 키운다.
이외에도 검찰은 BC카드사 인수부분도 조사하고 있다. 은행들 자체 카드사 운영으로 가입자가 줄어드는 상황에 BC카드사를 인수한 것은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또 금호렌트카 인수도 조사 대상이다.
특히 검찰은 KT차세대 프로젝트인 BIT 프로젝트 추진을 주목하고 있다. 이 사업은 대형 프로젝트로 컨설팅·제안 업체가 단독으로 입찰에 응찰, 수주해 의심을 사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KT의 비즈니스인포메이션시스템 트렌스포메이션(BIT)를 말한다. KT와 KTF라는 거대 회사의 인프라를 통합하는 초대형 규모의 IT 사업이자 2년여 동안 모든 정보시스템을 새롭게 재구축하는 빅뱅 방식의 프로젝트였다.
KT 관계자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조금 작은 집에 살던 사람들이 큰 집에 옮겨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기존과는 전혀 다른 규격의 집을 만들어 두 살림을 합치는 것이다. KT가 재탄생하는 데 수 천만 건에 이르는 새로운 규격이 만들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복잡하고 거대한 작업이라는 이야기다.
외부 컨설팅 업체들은 이같은 KT 프로젝트의 가능성 여부를 놓고 반신반의했다. 최소 2조원 이상이 투입돼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얘기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KT는 23개월동안 5,500억~6,000억 원의 예산 수준에서 BIT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이미 이 사업은 7,0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들이고 추가로 6000억 원을 더 투입했다는 것이다. 또 이 시스템은 이미 구식 시스템으로 기존의 KT시스템보다 모든 면에서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BIT시스템 사업은 KT내에서 최상위 보안 등급 사안이다. 때문에 이 사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프로젝트의 사업자 선정에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향후 조사 가능성이 높은 사항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여러 면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어 조사 중”이라며 “KT는 현재 이 사업에 보안을 철저히 지키고 있지만 향후 필요할 경우 수사팀이 압수수색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뼈만 남은 공룡기업 KT

3G/4G Cloud Communication Center 구축 계약도 의혹이 가기는 마찬가지다. 관행상 장비가로 체결돼야 하는데 가입자당으로 체결되어 공사가격이 많이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또 게리 하멜 런던 비즈니스 스쿨 교수에게 혁신·창의·경영컨설팅 비용으로 약 1000억을 지급했다는 소문도 의심을 키우고 있다. 이 회장은 취임 이후 각종 국내 컨설팅을 모두 없앴다. 만약 그런 이 회장이 외국 컨설팅에 막대한 예산을 지불했다면 석연치 않는 내막이 있었을 수도 있다.
KT와 티맥스 합작법인인 KT이노츠에 이 회장의 아들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져 문제가 된 적 있다. 여기에 모바일 클라우드 관련 사업을 KT이노츠가 주도한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또 친 MB정권 인사들을 영입해 입맛대로 인사를 단행한다는 비난을 샀다.
MB정부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동생 심지어 이 회장의 운전기사까지 모두 50여명을 임원으로 영입해 핵심 요직에 앉혔다. 반면 KT 출신 임원들은 대부분 퇴직시키거나 지역본부 등 한직으로 물러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정권의 청탁과 사적인 인간관계로 많은 사람을 고위직으로 영입하면서 기존 직위에 지급하는 급여와 별개로 고액 연봉을 지급했다. 예컨대 지식경제부 국장출신이 상무로 오면서 연봉 7억으로 계약하는 등 기존 임원들 연봉 2억에 비하면 4~5배를 지급하며 예산을 썼다. 이에 2009년 임원들에게 지급한 급여예산이 181억2000만 원 이었던 것이 2010년에는 406억3,800만 원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KT에 대한 수사는 반드시 필요하며 그렇게 될 경우 1000억 정도의 여유자금을 운영하던 KT가 자금 사정에 허덕이는 이유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KT가 최근 영입한 홍 전 의원은 박근혜 캠프의 좌장으로 불렸던 사람이다. 박근혜 캠프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으면서 “유신은 수출 100억달러를 넘기기 위한 조치였다”거나 “유신을 얘기할 때 안 좋은 부분만 얘기하고 좋은 부분은 빼는데 참 비열한 짓”이라는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홍 전 의원은 지난해 9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면서 새누리당을 탈당, 지난 1월 벌금 300만 원을 선고 받은 바 있다.
KT 관계자는 “단순히 경영 자문 차원이지 정식으로 고용 계약을 맺은 것은 아닌 걸로 알고 있다”고만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석채 KT 회장의 퇴진설과 관련해서도 “그런 소문이 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KT의 인사를 두고 바람막이 인사조치라고 불리는 이유는 더 있다. 최근 뉴라이트전국연합 대변인을 지냈고 뉴라이트 후신인 민생경제정책연구소에서 상임이사로 활동했던 변철환씨를 경영연구소 상무로 영입하기도 했다. 변 상무는 이명박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국민제안센터기획팀 팀장으로 활동한 경력도 있다.
KT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앞서 검찰출신 인사를 고위직에 올린데 이어 이번에는 잇따라 정치권 인사들을 영입하는 것을 두고 “여러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 무마용 아니냐”는 비판이 무성하다. KT는 지난해부터 법무팀을 대폭 강화, 법조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했다.
검사 출신의 정성복 사장과 남상봉 전무에 이어 최근에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 출신의 박병삼 상무를 영입했다.
KT 관계자는 “내부 감사를 강화했고 사회적으로 준법경영·윤리경영을 강화하는 추세라 법무 업무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최근의 조치와 연결지어보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다분하다.

by 100명 2013. 7. 25. 1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