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라이프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 최대 순익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스카이라이프 올해 지난해 이상의 성적을 낼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런데 스카이라이프 임금 협상은 멈춰있다. 노동조합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중재안을 받았지만, 문재철 사장은 이를 거부했다. 언론노조와 경총이 평행선 교섭을 벌이고 있다.

2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태언 지부장은 몇 년 째 낙하산과 싸우고 있다. 스카이라이프지부가 생각하는 ‘낙하산’은 세 명이다. 그룹 회장인 이석채 회장이 첫째, 계열편입된 뒤 가장 먼저 내려온 김성익 감사가 둘째, 마지막으로 문재철 현 사장이 셋째다. 단적으로 집행부 등 20여 명의 노조 핵심 멤버 중 단 둘만 서울에 남아 있다. 박 지부장은 “질이 다른 낙하산을 만났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KT 계열사로 편입된 뒤 스카이라이프를 ‘이석채 회장의 사금고’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박태언 지부장은 “특정 개인의 회사가 된 것 같다”며 “이석채, 김성익, 문재철의 회사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이석채 회장은 고교·대학 동기동창이자 청와대에서 함께 지낸 김성익씨를 상근감사로 지난 2011년 ‘낙하’했다. “그리고 노조 탄압이 시작됐다.”

박태언 지부장은 인터뷰를 진행한 날 오전에도 사측에서 수차례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사측의 주장은 “일인시위는 노사발전을 위해 회사가 용인하는 활동이 아니기 때문에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제도)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 “회사를 비판하는 노동조합 활동은 인정할 수 없고, 일인시위를 한 시간만큼 월급을 까겠다는 이야기”라고 그는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스카이라이프 노사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두고 갈등을 빚어 왔다. 문재철 사장은 열 차례 임금 교섭을 사실상 결렬시켰고, 한국경영자총협회에 교섭권을 넘겼다. 이 과정에서 6000만 원의 돈을 줬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경총의 논리는 ‘케이블SO와 비교해 임금이 높다’는 것뿐이다. “300명이서 십 년 동안 노력해서 최대 매출 만들었는데 이제 와 딴소리를 하는 격”이다.

그런데 최근 스카이라이프에는 총 상금 수억 원의 ‘액션스타’를 찾는 공지가 올라왔다. 박태언 지부장은 “대상은 5억 원”이라고 전했다. 액션스타상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문재철 사장은 이 상을 83명에게 시상했다. 개인 당 최소 20만 원에서 최대 2000만 원의 특별보너스를 쥐어줬다. 문 사장은 최근 “83명 선택했고, 이들과 함께 가겠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직원들 앞에서 했다고 박 지부장은 전했다.

“이미 연말 성과급이 개인에 따라 400만 원 차이나는 성과연봉제가 부분적으로 도입돼 있다. 그런데 KT그룹에서 전면적인 성과연봉제를 받아들이지 않은 곳은 우리와 BC카드뿐이다. 조합원들 대다수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액션스타상을 만들었다. 돈을 줘서 자기편을 만드는 방식으로 조합원들 사이를 가르려 한다.”

   
▲ 7월 8일부터 박태언 지부장은 청와대 국회 새누리당사 앞에서 일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스카이라이프지부.
 
문재철 사장은 노노갈등을 유발하는 발언도 심심찮게 쏟아냈다. 박태언 지부장에 따르면 400만 가입자를 달성한 2분기 당시 직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고참 사원을 “원두막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하며 “새참은 일하는 젊은 직원들에게 주라”고 썼다. 경영진을 대변하는 직원 또한 사장의 이 같은 생각을 기자에게 전하는 상황이 됐다.

이를 두고 박 지부장은 “나이든 직원이 처음부터 끝까지 놀았다? 아니다, 대부분 열심히 했다. 오히려 사업적 측면으로 봤을 때 문재철 사장은 1년 반 동안 한 게 없다”고 말했다. 문 사장이 KT와 이석채 회장, KT미디어허브와 김주성 사장에 끌려다니며 스카이라이프를 빈껍데기로 만들었다는 것이 박 지부장의 주장이다.

그는 “우리에겐 직접사용채널 ‘스카이HD’가 있는데 실제 영향력은 없다”며 “미디어허브가 감사권을 가지고 있고, KT의 한 본부가 된지 오래”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죽하면 스카이라이프가 어떤 사업이라도 하려면 미디어허브 김주성 사장 결재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스카이라이프 수신기를 스카이라이프에서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그는 전했다.

박태언 지부장은 KT에 계열 편입된 뒤 본격적인 노조 탄압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치부를 드러내는 이야기를 하면 징계하고, 해고를 하는 분위기다. 이제 회사의 모든 내용, 모든 문서에 ‘보안’이 걸렸다. 문서를 하나 보려면 패스워드를 몇 개 넣어야 한다. 이석채 회장이 내려 보낸 낙하산들을 감시하려고 할수록 더 공고하게 방어막을 치고 있다.”

그는 “스카이라이프는 이제 정상적인 회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KT에 편입되기 전에는 회사를 떠나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최근 들어 회사를 많이 떠나고 있다”고 전했다. “KT의 낙하산 관행, 노무관리 등이 계열사로 그대로 내려왔고 이 부담을 고스란히 일선 동료들이 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박태언 지부장은 지난 8일부터 국회와 새누리당사, 그리고 청와대 앞에서 일인시위를 시작했다. 국회에 호소하는 것은 장단점이 있다. 최근에는 국회에서 큰 영향력이 있는 한 중진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박 지부장은 이 의원이 KT 사장에게 “문제를 처리하고 보고하라”고 말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KT가 그만큼 권력에 취약하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고 했다.

낙하산이 내려와 자기 사람을 또 내려 보냈고, 기간산업을 책임지던 스카이라이프는 일종의 ‘사금고’가 됐다. 회사는 본사와 다른 계열사에 휘둘리면서 직원들에게 전망을 제시하지 못했다. KT는 접시 없는 위성방송으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지만, 정작 접시가 깨지고 있는지 모른다. 노동조합은 파업을 결정했고, 경영진은 앞만 보고 달리고 있다.
by 100명 2013. 7. 29. 0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