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IST 크리스토퍼 피오릴로 교수 연구성과
- 8월2일자 사이언스 게재.."처벌엔 반응없어"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직장인 김모(39)씨는 평소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해질 때면 자신이 좋아하는 초콜릿이나 카페라떼 같은 음료를 사 먹는다. 힘들게 일한 ‘나에게 주는 선물’인 셈. 그렇다고 해서 기분이 완전히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마음이 안정되면서 나아지는 것을 느낀다.

이처럼 행복감이나 만족감 같은 쾌감을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선물과 같은 ‘보상’에만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크리스토퍼 피오릴로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KAIST 제공)
2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피오릴로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는 원숭이를 이용한 동물실험 연구를 통해 보상을 받거나 기대했던 것보다 큰 보상을 받았을 때 도파민 생성이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실험 결과 처벌을 받았을 때는 도파민이 생성되지 않았다.

기존 연구에서는 도파민계 신경세포들이 보상을 받거나 처벌을 받았을 때 모두 반응하는 일직선상의 총체적인 가치를 지닌다고 봤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 보상과 처벌은 일직선상이 아닌 별개의 범주에 속하는 가치라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피오릴로 교수는 원숭이들에게 특정 동영상을 보여줄 때 단 맛이 나는 주스를 주는 방식으로 보상을, 소금물을 주거나 코에 강한 바람을 쐬어주는 방식으로 처벌을 실시했다. 도파민 생성을 측정하는 방법으로는 도파민 신경세포 근처에 금속선을 넣고 도파민의 전기적 활량을 추적했다.

그 결과 원숭이들은 예상대로 주스를 받거나 예상보다 주스의 양이 늘어나면 도파민 생성이 활발히 이뤄졌고, 기대와 달리 주스를 받지 못하거나 예상보다 양이 적은 주스를 받게되면 도파민 생성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맛이 쓴 주스를 받거나 소금물을 받는 처벌이 이뤄졌을 경우, 그리고 예상보다 맛이 덜 쓴 주스를 받거나 덜 짠 소금물을 받았을 경우에는 도파민이 전혀 생성되지 않았다. 이는 처벌에 반응하는 또다른 신경세포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피오릴로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도파민이 ‘보상받는 것’에만 반응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보상받지 못하는 것과 처벌받는 것, 처벌받지 않는 것 등 3가지에 반응하는 신경전달물질은 아마 별도로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로토닌이나 노르에피네프린, 아세틸콜린 등 도파민과 유사한 종류의 신경전달물질이 이들 3가지에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성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 8월2일자에 게재됐다. 피오릴로 교수는 지난 2000년 미국 오레곤 보건대학에서 신경과학 분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스위스 프리부르대학과 영국 캠브리지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2009년 KAIST에 부임했다.

 

by 100명 2013. 8. 2. 1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