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이 은근슬쩍 방송콘텐츠 가격을 올리고 있다. 지난 5월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IPTV사업자를 통해 지상파 콘텐츠 월정액 VOD(주문형비디오) 상품 가격을 30% 올린데 이어 최근엔 IPTV업체들과 케이블 방송업체에서 일제히 ‘홀드백(Hold-back)’ 기간을 1주에서 3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지상파 본방송이 끝나고 무료 VOD로 제공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인 홀드백 기간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상 가격이 오르는 셈이라서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 전문가 “‘지상파 유료화’ 소비자 분쟁 예상”..해결책은?]

오는 12일부터 케이블TV와 IPTV 가입자는 지상파 방송 콘텐츠 VOD를 무료로 보려면 본방송이 끝난 이후 3주를 기다려야 한다. 오는 12일 방송되는 ‘굿닥터’ 드라마를 무료로 다시 보기를 하려면 다음 달 2일이 돼야 가능하다.

홀드백 기간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지상파 방송국들은 광고수익 감소에 따른 수익 포트폴리오 변화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시청률이 하락하면서 광고수익이 꾸준히 떨어지는 반면 VOD 이용률은 늘고 있다. 광고 수익 감소분을 콘텐츠 판매 매출로 벌충하겠다는 얘기다. 지상파 관계자는 “그동안 유료방송플랫폼 시장을 키워준다는 입장에서 무료개념으로 VOD를 제공해왔다”면서 “VOD 성장세가 지나치게 빨라 광고 수익을 위협하고 있어 이를 보완하려는 측면에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IPTV 사업자나 티브로드 CJ헬로비전 등 케이블 방송업체들 입장에서도 이득이 된다. 지상파와 유료방송업계는 VOD 수익을 65대 35 비율로 나누는 만큼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SK브로드밴드(033630)(5,190원 0 0.00%)는 2분기 실적 발표를 하면서 “홀드백 기간 연장으로 장기적으로 VOD매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근슬쩍 값인상, 지상파 `甲의 횡포`
▲ LG유플러스 홈페이지에 올라온 지상파 홀드백 연장 공지


사업자는 수입이 늘지만 소비자에겐 피해만 돌아간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월 이용료를 내면서 다양한 채널을 보는 것외에 일주일 뒤에 지상파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조건에 유료방송을 가입했는데 이 조건이 바뀌어서다. 한 IPTV이용자는 “홀드백 기간이 늘어난 것은 가격 인상이나 다름없다”며 “이제는 1만3000원을 추가로 내고 지상파 월정액 VOD 상품을 사야 하는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를 문제 삼을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이용자 약관에 방송채널 변경 관련 조항은 있지만, VOD 홀드백 관련 규정은 없는 탓이다. 홀드백 기간은 사업자간 조율하는 문제로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정부가 나설 수 있는 부분은 사실상 없다”면서 “소비자 불만이 나올 수 있어 (해결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불만이 있어도 소비자들은 유료방송을 취소할 수도 없다. VOD 홀드백 기간 변경은 약관상 위약금 면제 조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플랫폼사업자들이 동시에 조건을 바꾸는만큼 다른 서비스로 이동도 의미가 없다. 이선화 한국소비자원 차장은 “사실상 계약 조건이 변경됐지만 소비자가 위약금을 내야 취소가 가능한 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소비자 불만이 신고되는 대로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by 100명 2013. 8. 5. 0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