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강미 데일리안 산업부장
역대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철학과 목표를 펼치고 그 실천을 국민에게 약속해 왔다.

김영삼 대통령은 신경제, 이명박 대통령은 신인류국가건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국정운영 철학으로 제시했다. 박 대통령의 당선원인은 보는 시각(혹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국정운영 철학이 국민들의 지지와 공감을 끌어냈기 때문에 100만표 이상의 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다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는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만큼 이를 지원하겠다는 것과 청년들의 직접적인 창업을 촉진하는 수단으로서, 특히 정보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한 여러 가지 다른 기술의 융합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뜻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국민들의 점차 지지율은 낮아졌고,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높아지는 현상을 그동안 속절없이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누구보다도 약속의 실천을 중시하는 정치인이다. 그래야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고 국게 믿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 정부에서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거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을 것이다.

최근 주파수 할당문제로 이동통신 3사간의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고 있는 모습이다. KT는 여러 경로를 통해 이번 경쟁방식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 주장은 틀릴 수도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약속이 진정성을 보이려면 현재의 경쟁공식이 과연 공정한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만에 일이라도 KT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박근혜 정부도 그 이전의 모든 정부가 걸어갔던 길을 가고 있는건 아닐까. 약속, 이는 작은 약속이 아니라 큰 약속을 지키는 마지막 기대주인 이 정부마저 역대정권의 길을 간다면, 우리 정치사에 드리우는 그림자는 길고 짙을 것이다.

▲ 전도성 KT 상무보(가운데)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지난 2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 미래창조과학부에서 1.8㎓와 2.6㎓ 주파수 할당 경매 신청서를 접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창조경제는 창조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창조를 통해 새로운 기업들이 많이 만들어지는 것이 핵심이다. 현 상황에서는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실물경제 공간에서 많은 창업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사실상 기대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지금까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조경제를 통한 창업을 촉진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목표에 기대를 거는 것은 최근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스마트혁명 때문이다.

모든 휴대폰들이 작은 컴퓨터가 되고 유무선의 광대역 네트워크연결되면서 세계는 지금 폭발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사이버 공간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공간이 앞으로 상당기간 인류의 새로운 경제활동 공간이 될 것이라는 것은 틀리지 않은 예측일 것이다.

이 사이버 공간은 광대역 네트워크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따라서 네트워크가 없어지거나 약화된다면 그 공간 또한 약화되거나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 고위 당국자의 말에 의하면 인류 모두의 자산이 될 네트워크는 주파수 값이 아무리 비싸도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창조경제를 통해 창업을 촉진하겠다는 박근혜정부의 목표 또한 말 장난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누구보다도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정치인이다. 국민은 박 대통령이 그런 정치인이 되기를 간절히 바랄 것이다. 불신의 늪에 빠진 우리 정치가 구원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주파수 문제는 작은 문제일 수 있다. 그래서 다른 큰 이슈에 고민에 대통령으로서는 여기에 관심을 쏟을 여가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역사를 보라. 전문가 집단이 다루는 작은 문제에서 결정적 구멍이 난다는 것을.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 일자리 우선 약속은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것들이고, 우리 경제와 사회가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새 틀을 짤 수 있는 비전이다.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들이 밟은 전철을 반복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이강미 데일리안 산업부장]
by 100명 2013. 8. 19. 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