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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광화문 사옥 전경 /사진=머니투데이 자료.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가 교체된다면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할 수 있을까요. 수개월째 반복되는 '조직 흔들기'식 소문에 조직 분위기가 온통 뒤숭숭합니다."

이석채 KT (35,750원 상승800 2.3%)회장의 조기 사퇴 종용설(設)이 보도된 29일 KT 발칵 뒤집혔다. 이 날 오전 청와대가 이를 공식 부인하면서 '헤프닝'으로 끝났지만 KT 내부의 당혹스런 분위기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박근혜 정부 출범 전부터 KT는 CEO 교체설에 시달려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선 이전부터 이석채 회장의 거취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해 새 정부 출범 이후 이에 대한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달며 6개월째 이어져왔다.

KT는 10년 전 민영화된 기업이다. 현재 정부가 보유한 KT주식은 단 한주도 없다. 6.81%의 지분을 확보한 국민연금공단을 최대주주로 국내외 투자기관들로 주주들이 혼재돼 있다. 이같이 명확한 주인이 없는데다 작은 도서까지 촘촘히 깔았던 KT의 광대한 통신설비 때문에 여전히 공기업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없지 않다.

때문인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석채 회장 역시 그다지 자유롭지는 못하다. 이 회장은 김영삼 대통령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과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뒤 이명박 정부 시절 KT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대내외적으로 KT CEO로서 이석채 회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취임 이후 잇단 정치권 인사 영입 논란, 구조조정 갈등, 독단적인 경영스타일 등 부정적인 시각도 있는 반면, 만년 공기업 문화에 젖었던 KT 조직을 혁신시킨 '개혁가'로서, 또 전통 통신 사업에서 벗어나 KT렌탈, BC카드 등 성공적인 인수합병(M&A)을 이끌어내면서 경영자로서의 긍정적인 평가도 공존한다.

문제는 3만2000명의 KT, 6만명에 달하는 계열사 임직원들의 자괴감이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하나다. KT를 이제는 공기업이 아닌 민간 기업으로 봐달라는 것. KT CEO의 공과나 임기 지속 여부를 정권이 아닌 KT 이사회의 엄정한 평가에 맡겨야한다는 얘기다.

설령 이석채 회장 취임이 정치적 발탁이었다 해도 마찬가지다. 또다시 동일한 관행에 의해 CEO가 교체될 경우, 앞으로 이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는 더욱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KT 관계자는 "향후 통신판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주파수 경매를 비롯해 올해 다양한 경영현안들이 산적해있는 와중에 'CEO 리스크'로 6개월째 발목이 잡혀있는 형국"이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동일한 리스크를 안게 될 경우, 더 이상 KT의 미래는 있겠느냐"며 아쉬워했다.

by 100명 2013. 8. 29. 1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