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의 사퇴설이 다시 불거졌다. 29일 일부 언론은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제3자를 통해 이 회장에게 조기 사임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며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청와대 측은 "`그런 적 없다"고 밝혔고, KT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전했다.KT 거버넌스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CEO 리스크`로 KT가 다시 경영 난맥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 회장이 사퇴설이 부상한 것은 △잇따른 낙하산 인사 영입 △경영실적 악화 △배임 혐의 고발 등 상당히 구체적인 실책들이 복합적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2분기 계열사를 제외한 KT의 실적을 보면 전년 대비 영업이익은 33.4%, 매출 4.7%가 줄었다. 경쟁사는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KT의 `나홀로 불황`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창사 이래 첫 월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실적악화는 LTE 사업의 실책을 이유로 꼽는다. 2세대(G) 종료가 늦어지면서 LTE 시작이 경쟁사 대비 늦은데다, 단독 영업정지를 방통위로부터 부과 받을 정도로 보조금을 많이 투입했지만 가입자는 오히려 가장 많이 줄어드는 모순적인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현장 영업라인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경영진이 잡음이 심한 900㎒ 주파수를 도입하면서 경쟁사가 이미 상용화한 LTE-A 서비스도 못하는 상황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이미 KT의 현장 영업단에 본사의 영이 제대로 서지 않고 있으며, 송사도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KT는 실적악화를 가리기 위해 수익성이 괜찮은 비통신 계열사의 잉여 자금을 신규사업 명목으로 본사로 대거 거둬들인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또 부동산, 동케이블 등 유형자산 매각도 계속돼 회사 자산 규모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KT 유형자산 지난해 3000억원 감소한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2800억원 감소했다.

`낙하산`이라 비판받는 정치권·사정기관으로부터 외부 인사 영입 역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처음 CEO를 맡은 2009년부터 올해까지 알려진 것만 수십명에 달한다. 17대 대통령 인수위원회 위원이었던 서종렬씨부터 김은혜 커뮤니케이션실장(전 청와대 대변인), 박병원 사외이사(전 청와대 수석), 윤종화 KT캐피탈 감사(전 청와대 행정관), 장치암 상무(전 청와대 행정관), 김기섭(전 안기부 차장), 오정소(전 안기부 차장), 임경묵(전 안기부 실장) 등 당시 정권 측근 인사와 국정원·검찰·국세청 등 권력기관 출신 인사를 대거 영입했다.

새 정권들어서도 `친박`으로 분류되는 홍사덕·김병호 전 의원을 자문으로 영입하며 통신 본원적 경쟁력과 무관한 영입이 계속됐다. 전직 KT 임원은 "외부에서 계속 영입이 되는데 이제는 누가 오는지도 알기 어렵게 고문, 감사 등의 형태로 영입된다"며 "떳떳하지 못하니 투명하지 못한 영입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KT 내부에서는 이 회장 거취가 불안해지면서 외부 영입 인사들의 리더십이 급격히 약해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 회장 이후 영입된 임원 중 일부는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그럼에도 불퇴 의지를 굽히지 않아 KT의 CEO 리스크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by 100명 2013. 8. 30. 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