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고승주기자] KT에 친박 인사들이 필요한가. 정치인들이 KT를 위해 한 일이 무엇이 있나. 기업인지 정치인의 한 축인지 그들이 KT를 위해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8월 28일 국내 10대그룹 회장단과 오찬을 가졌다. 우리경제 발전을 위해 투자활성화,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창조경제에 대한 재계의 의견을 폭넓게 듣겠다는 취지에서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국내에서 재계의 인사들과 모임을 가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 따라서 재계에서도 이번 초청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두고 있는 눈치다. 그런데 명단에선 의아한 점이 눈에 띈다. 재계 12위인 박용만 두산회장이 초청을 받은 반면 재계 11위인 이석채 KT 회장은 초청받지 못했다. 

 

   
 

12위에 밀린 재계 11위, ‘靑’은 특별한 뜻 없다지만…
문민정부 인사부터 영포, 친박 라인까지 두루 포진시켜

청와대 측은 초청 대상을 순수한 민간기업으로 국한했고, 박 두산회장은 신임 대한상의 회장 자격으로 초청하게 된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럼에도 정재계는 KT의 제외를 심상치 않은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KT가 현 정부로부터 ‘제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월 이 KT회장 등 주요기업 대표들로 이루어진 경제사절단을 함께 대동하고 중국을 방문했다. 그런데 6월 27일 방중 첫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재한 국빈만찬에서 이석채 KT회장은 국빈만찬에 초청받지 못했다.

청와대는 중소기업 위주로 국빈만찬 초청인사를 선정한 것 외에 별다른 기준은 없다고 했지만, KT 입장에선 씁쓸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박용만 두산회장은 이 날도 초청을 받았으며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초청받지 못했다.

이 같은 온도 차이에 대해 정재계는 정권유착설을 제기한다. KT는 민영화됐지만, 공기업에 태생을 두고 있는 만큼 정부의 입김에서 멀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권 교체기마다 공기업 사장 바뀌듯이 정권 인사들로 대표가 바뀌어 왔다. 이 회장은 영포라인, 경복고라인 등 전 정부와 깊숙이 연관된 인물이다.

줄줄이 떨어지는 친정권 코드인사

이 같은 정황은 KT 내부에서도 발견된다. 이 회장은 KT의 사업부문과 별 관계가 없는 친정부 인사들을 대거 기용해오고 있다.

이 회장은 문민정부 시절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의 전신)에 재직했던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 오정소 전 차장, 임경묵 전 안기부 102실장을 KT 계열사의 고문으로 받아들였다. 이들은 안기부 예산은 국회에도 공개가 안 된다는 점을 악용, 집권야당인 신한국당에 선거자금을 전달했다.

또 당시 대선 후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음해하기 위해 김대중 후보자가 김정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거짓 소문을 퍼트려 대중을 선동하는 등 중범죄를 저질렀다.

이들은 이 회장과 더불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씨 사람들로 알려져 있으며, 일각에선 이 회장이 MB정부시절 KT 대표가 된 것은 17대 대선 당시 MB를 지원해준 김영삼 전 대통령 덕분이란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KT내 MB정권 인사의 필두로 꼽히는 사람은 서종렬 KT 미디어본부장으로 그는 이명박 캠프에서 대통령직 인수위 전문위원이었다. MB인사 중 KT 사외이사진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셋이나 된다. 이춘호 KT 사외이사는 MB정부 초대 여성부 장관 후보였으며, 허중수 KT 사외이사는 대통령직 인수위원, 박병원 KT 사외이사는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이다.

청와대 인사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윤종화 KT캐피탈 감사와 장치암 KT상무는 청와대 행정관이었으며, 이태규 전 KT경제경영연구소 전무는 청와대 연설기록 비서관이었다.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해 말 KT인사발령 때 KT 홍보실장으로 승진해 30대 여성 전무가 됐다. 김 전무와 같은 시기 신사업본부 본부장에 부임한 오세현 전무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동생이다. 본부장이 되기 전 약 1년 동안 코퍼레이트센터 신사업전략담당 상무를 맡았지만, 그 역시 가시적인 실적은 없었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김규성 KT엠하우스 사장은 대통령직 인수위 경제2분과 팀장 출신이다. 변철환 KT경제경영연구소 상무는 뉴라이트전국연합 대변인 출신이다.

올해 들어 정권이 바뀌자 KT는 새로운 친정부 인사들을 불렀다. 지난 6월 KT 경영고문이란 새로운 직제를 만들어 친박 인사인 홍사덕 전 의원과 김병호 전 의원을 선임하는가 하면, 박근혜 대선캠프 미디어팀장을 맡은 김정관 씨를 KT렌탈 IMC본부장으로 맞아들이기도 했다.

최근 KT부사장으로 임명된 임현규 씨는 이명박 대선후보 홍보단장 출신으로 2007년 대선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을 음해하는 정보를 퍼뜨렸다가 유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그런가 하면 도덕성이 의심스러운 인사들도 있었다. 서유열 사장은 이 회장 부임 후 1년 동안, 전무에서 부사장,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KT 영포라인의 핵심실세로 지목받는 그는 지난해 5월 민간인 불법사찰에 관련,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에게 대포폰을 건네준 혐의를 받은 바 있다. 서 사장은 2012년 12월 3일 KT인사발령 때 부회장 승진을 통보받았으나, 이를 거절하고 지난 7월 1일 미국으로 떠났다.

조용택 부사장도 뜨거운 감자 중 하나다. 조선일보 부국장 출신인 조 부사장은 2011년 9월 경영지원 실장(전무) 시절, 신논현역 근처의 룸살롱에서 문광위 소속 최종원 민주당 의원과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에게 술접대를 한 일이 뒤늦게 드러났다. 그는 그 해 11월 말 자진퇴사했지만, 2012년 7월 KT는 그를 전무에서 한 단계 승진한 경영지원담당 부사장으로 선임했다. KT는 “경영지원 분야에서 과거의 공로를 인정하는 뜻”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고배당-저투자-저성장의 악순환

이 회장의 인사코드가 친정권으로 ‘우향우’할 동안 KT의 실적은 점점 바닥을 향해 떨어지고 있다. 역전이 좀처럼 나오기 어렵다는 통신시장에서다. 심지어 올 7월엔 창사 이래 최초로 14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KT의 2012년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4조3700억원과 1조1660억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 대비 매출액은 10.8%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19.4%가 줄었다.

이렇게 얻은 이익은 고액배당으로 빠져나갔다. 2009년 KT는 당기순이익의 94.5%를, 2010년엔 50.0%, 2011년엔 37.7%를 내놓았다. 모두 이석채 회장이 재임 시절 발생한 것으로 3년간 평균 배당률은 60.6%에 달한다. KT의 대주주의 상당수는 외국인 투자자 및 사모펀드로 해외로 흘러간 배당금은 1조2891억원에 달한다.

반면 연구개발과 설비투자비용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공기업 시절이었던 1998년 6.2%에서 민영화 이후인 2011년 1.5%까지 줄었고 설비투자비 비중은 29.5%에서 16.3%까지 줄었다.

권혜원 동덕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KT의 수익지상주의 경영은 장기적 가치보다는 단기 실적에 치중해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전했다. 권 교수는 “KT는 설비투자에 과도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통신비 인하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는데 실제로는 설비투자 축소가 이루어졌고 비용 절감의 몫을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나눠줘 왔다”면서 “그 결과 고배당-저투자-저성장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by 100명 2013. 8. 30. 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