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파수 경매, 이익 극대화 기회 스스로 져버려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가 끝났다. SK텔레콤은 1조500억원에 1.8GHz 35MHz 주파수를 KT는 9001억원에 1.8GHz 15MHz 주파수를 LG유플러스는 4788억원에 2.6GHz 40MHz 주파수를 차지했다. 오름입찰 50라운드 밀봉입찰 1라운드 총 51라운드로 예정했던 경매는 마지막에서야 승부가 가려졌다. 경매를 주관한 미래창조과학부도 경매에 참여한 통신 3사도 모두 ‘합리적 가격과 결론’이라고 입을 모았다.

통신 3사는 원하는 주파수와 목적이 달랐는데 이상한 일이다. 경매의 사전적 의미는 물건을 사려는 사람이 여럿일 때 값을 가장 높이 부르는 사람에게 파는 일을 지칭한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고 어찌됐든 이를 결정한 것은 돈이기 때문에 돈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참여자 모두 불만이 없는 것은 이들이 담합을 했거나 생각보다 모두 낮은 가격에 낙찰을 받았거나 둘 중 하나다.

이번 경매는 경매 대상을 정하는 일부터 말이 많았다. 3사의 이해관계가 너무 달랐다. 미래부는 고심 끝에 경매 대상까지 경매에 붙이는 방법을 고안했다. 정책을 결정하는 역할을 감안하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경매라는 대원칙에도 맞다. 경매로 거둬들인 돈은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발전기금으로 쓰인다.

문제는 미래부가 판을 잘 짜놓고 운영에서 통신사의 눈치를 너무 봤다는 점이다. 시행세칙을 정하면서 라운드별 높일 수 있는 최저액을 너무 낮게 정했다. 미래부는 최저액은 최저액일 뿐이라고 강변했지만 지난 2011년 경매를 돌이켜보면 통신사들이 최저액만 올릴 것을 예측했어야 했다.

경매 총액은 출발가인 1조9202억원에 비해 5036억원 상승에 그쳤다. 1.8GHz 35MHz는 SK텔레콤보다 더 높은 금액을 쓴 사업자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에 돌아갔다. 결과적으로 미래부가 통신사 걱정을 너무 해 세수 극대화 기회를 져버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미래부의 통신 3사 이동통신 마케팅 비용 통제도 통신사 봐주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미래부야 통신비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서라지만 보이는 현상은 소비자는 휴대폰을 비싸게 사게 됐고 통신사는 영업이익이 급증했다.

물론 정책은 단기적 관점에서 추진할 것과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할 것이 다르다. 주파수 경매와 마케팅 규제를 동일 선상에서 보는 것은 어폐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미래부는 왜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잘 따져봐야 한다. 단기적 정책이던 장기적 정책이던 국민의 눈높이보다 사업자의 눈높이에서 일하고 있는 것 아닌지를 말이다.

by 100명 2013. 9. 3. 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