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회장의 중도하차를 점치는 일각의 목소리가 회자되는 가운데 전현직 KT인사, 정치권, 고위관료 출신 등을 중심으로 차기 KT CEO를 향한 인사들의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  그림=최민   © it타임스

KT 수장, 참 매력적인 자리인 모양입니다. 교체기만 되면 해보겠다는 선수(?)들이 넘쳐나니까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ICT(정보통신기술)기반 그룹의 리더라는 영예로운 자리인 만큼, 그럴 만 합니다.

지금은 더합니다. 교체기로 판단했을까요. 줄잡아 20여 명이 사전 선수등록 명단에 오릅니다. 내놓고 ‘나요 나!’를 외치지는 않지만, 조심스럽게 출발선을 주시하며 신발끈을 조여매고 있지요.

올해 들어 이곳저곳에서 줄기차게 이석채 회장의 중도사퇴를 점치는 목소리가 나온 탓에, 선수등록은 일찌감치 시작됐습니다. 아직은 장(場)이 열리지 않았다고 생각했을까요. 대개 ‘글쎄요~’라고 전하지만, 그렇다고 굳이 ‘난 아닙니다’라고도 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석채 회장은 끊임없이 대내외에 ‘중도하차 없다’를 천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진 하차가 아닌 외부 힘에 따른 하차’를 내다보는 기류 위에서 자연스럽게 내밀한 선수등록과 은밀한 하마평이 이어집니다.

크게 전현직 KT출신과 비KT출신으로 나뉩니다.

KT출신은 5명입니다. 사장과 경영고문을 지낸 후 대학으로 간 L씨, 통신장비회사 대표를 거쳐 KT에서 서비스디자인 사장을 지낸 C씨, 무선사업을 총괄하는 P씨, KT를 나와 기관장을 지낸 K(1)씨, 네트워크를 지휘하는 K(2)씨 등입니다.

L씨는 KT 수장 선출 때 마다 하마평에 올랐지만, 공모에 응하지 않았지요. 늘 타천(他薦)으로 이름이 오르내렸습니다. 줄곧 KT인들의 호응이 컸던 까닭에 장이 열리기도 전에 의지를 꺾어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직은, KT를 흔드는 부류가 되고싶지 않다는군요.

C씨는 이석채 회장 중도하차설이 나오자마자 이미 이름을 올렸습니다. 최근 만들어진 펀드를 이끌면서 KT와 거리를 두고있지만, 때가 되면 선수등록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언입니다.

P씨는 이석채호(號) 출범 이후 차세대 주자로 부각되면서, 이석채 회장이 후임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지요. 당연히 스스로 선수등록을 할 리는 없습니다. 무선부문이 짧지 않은 기간 ‘휘청’했던 탓에 내부의 원성을 사면서 하마평 명단에서 일단 빠진 듯합니다.

K(1)은 TK(대구경북) IT인들을 대표하는 인사로 알려지면서 수 개월 전부터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미 두 차례 CEO 공모에 응했던 경험 탓에 제법 내공이 있다는군요. 이른바 ‘외부후원’의 정점인 정치권의 폭 넓은 인맥에 기대어 이모저모로 이름을 올립니다.

K(2)는 사석에서 어슴푸레 의지를 밝히면서 잠깐 하마평 한 켠을 차지했지요. 구체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아서일까요. 이름이 오르자마자 사라졌습니다.

정리하면, KT출신 중 힘 좀 쓸법한 인사들을 만나며 활기차게 이름을 올리는 인사는 사실상 없습니다. 굳이 있다면 K(1)씨 한 사람일까요.

아, 또 있습니다. 자회사 대표를 거쳐 전략 CFT장으로 있는 S씨와 현직 2인자로 불리는 J씨가 있습니다. 각각 비KT출신 유력인사의 러닝메이트와 최근 경영참여 기색이 완연하면서 나타난 호사가들의 입방아로 보입니다.

정부 고위직 인사의 한 마디가 귓가를 맴돕니다. 철(季)모르는 철없는 ‘저요 저!’ 인사들을 경계하는 목소리로 들립니다. 

KT를 자동차에 비유했지요. “(KT회장 자리를)잘 치장된 운전석으로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핸들이 어때야 하고, 엔진상태가 어떤가를 잘 생각해야 합니다. 또 어디로 가야하나를 신중히 고려해야 합니다.”

나아가 “화려해 보이는 운전석만 보고 핸들을 잡으려해서는 안됩니다. 운전석에 박혀있는 듯한 보석과 치장된 화려함을 스스로 뺀 후 운전하겠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석채 회장은 최근 KT의 숙원이었던 광대역주파수를 확보한 후, ‘모바일 선두주자’를 천명했습니다. ‘중도하차 없는 전진’ 의지를 확실히 밝힌 것이지요.

상관없이 ‘KT수장 저요 저!’를 외치는 인사들의 이름은 오르내리고 발걸음은 이어질 것입니다. 장이 언제 열리든 또 선수등록에 나서는 인사들이 누구이든, KT 안팎에서 바라보는 KT수장의 제1덕목은 ‘희생과 봉사’ 입니다. 최근 KT를 둘러싼 시선과 KT 내부의 여건을 놓고 볼 때 더욱 그렇다는 것이지요. 

by 100명 2013. 9. 3. 0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