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

시장 "어느 정도 예상…CEO 리스크 해소 가능성"

공기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한계 지적도


[본 콘텐츠는 9월 2일 11:36에 인베스트조선(Invest.chosun.com)의 유료고객 서비스를 통해 소개되었습니다.]

 

이석채 KT 회장의 사퇴 종용설이 다시 한번 불거졌다. 최고경영자(CEO)의 거취에 대해 이래저래 말이 많지만 금융시장에서는 큰 반응이 없다. 사퇴 종용설 이후 KT의 주가는 오히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9일 이석채 KT 회장의 조기 사퇴 가능성이 거론됐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제3자를 통해 이 회장에게 조기 사퇴를 종용했지만 이 회장이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며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의 임기는 2015년 3월까지다.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인 이 회장은 2008년 남중수 전 KT 사장이 중도 사퇴하면서 KT 수장이 됐고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했다.

당사자인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청와대 측은 “조원동 경제수석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했는데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석채 회장이 사퇴를 거부하자 이번에는 민주당이 사퇴 요구에 나섰다. “청와대 사퇴 종용은 온당치 않지만 이 사태 불러온 장본인은 이석채 자신”이라며 “‘때가 아니다’며 사퇴 거부하는 이석채 KT 회장, 때는 이미 지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노조는 “정치권은 틈이 날 때마다 경제민주화를 위해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정작 뒤로는 공기업도 아닌 민간기업에까지 외압을 넣고 있다”며 “이제는 더 이상 정권 교체기마다 민간기업 KT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구태와 악습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KT 새노조는 “이석채 회장 취임 이후 KT는 다른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비정상 경영의 일상화였다”며 이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이제 집안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이에 대해 KT 측은 “사실 관계의 실체가 없는 상황에서 딱히 입장 내놓을 가치를 못 느낀다”며 “만약 실제로 청와대의 입김으로 이 회장이 물러나면 당연히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민간기업인 KT의 CEO는 KT 스스로 뽑는 것”이라며 “오너가 없는 기업이다 보니 이런 말이 나오기 쉬운 것 같다”고 전했다.

이처럼 이석채 회장의 거취를 두고 정치권과 회사, 노조가 시끄럽지만 금융시장에서는 큰 반응들이 없다. 오히려 사퇴설 종용 보도 이후 주가는 상승했다. 8월28일 3만4950원이었던 KT 주가는 29일 3만5750원, 30일 3만6100원으로 마감됐다. 9월2일에는 주파수 경매 결과까지 더해지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석채 회장이 한국판 스티버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발머 회장은 지난달 23일 12개월 이내에 물러나기로 했으며 현재 후임자를 물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MS의 주가가 급등, 전날보다 주당 7~8% 상승했다. CEO 리스크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금융업계의 평가는 냉정했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09~2010년에는 당시에는 이석채 회장이 아이폰 도입 등을 통해 사업성과를 올리던 시절이라 조기 사임 종용을 받았다면 문제라고 여겼을 것”이라며 “지금은 LTE 사업에서 밀리고 인사 문제, 기업가치와 맞지 않는 사업 추진 등으로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양 연구원은 “만약 이 회장이 이렇게 물러나고 그 공백기간이 길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별다른 영향 없을 것”이라며 “이 회장도 취임할 때 지금과 비슷한 상황과 절차로 된 만큼 이런 식으로 물러나더라도 할 말은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정권이 바뀔 때부터 KT 회장이 바뀔 수 있다는 말은 시장에서 계속 돌았기 때문에 시장에서도, 투자자들도 큰 충격을 받을 것 같지 않다”며 “오너가 있는 기업이 아니다 보니 한 사람에 의해 사업 방향이 좌지우지되지 않아 회장이 바뀌더라도 회사 전략 방향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KT는 정부의 영향 하에 있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 회장이 MB정부 사람이다 보니 정부 교섭이 약한 면이 있다”며 “시장에서도 KT 회장이 교체될 수 있다는 짐작은 해왔기 때문에 별 다른 반응이 없다”고 말했다.

CEO 교체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업체와 정부의 관계는 긴밀한 편인데 새로 오는 회장은 현 정부와 가까운 사람일 가능성이 커 회사가 추진하는 사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정부가 경영진 바꾸려는 상황에서 경영진이 버티고 물러나지 않는 상황이 길어지는 걸 더 안 좋아하기 때문에 바뀌는 게 더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의 ‘입김’ 고리를 끊지 못하면 향후 민간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시장 관계자는 “이석채 회장의 경우 가상재화, 아이폰 도입, 비통신 사업 강화 등 그동안 많은 사업을 한 것은 사실”이라며 “KT가 오너가 없는 기업이지만 CEO라는 자리 자체가 역량에 따라 많은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는 만큼 향후 진행 사업도 다소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통신시장 포화상태에서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민간기업과의 경쟁하기 위해선 CEO의 역량이 갈수록 중요하다”며 “정부가 바뀔 때마다 CEO가 교체되는 것은 회사 경쟁력 강화에 긍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by 100명 2013. 9. 3. 0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