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유영호 기자]['MB맨' 잇따라 사의… 이석채 KT 회장·정준양 포스코 회장 거취 주목]

'관치' 논란으로 중단됐던 공공기관장 인선 작업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명박(MB) 정부 시절 임명된 기관장의 사퇴가 잇따르고 있다. 새 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나 집권 체제를 '안착'시킨 박근혜 정부의 대대적인 'MB맨 물갈이'를 예고하는 신호탄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3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이사회는 5일 임원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를 구성하고 신임 이사장 후보 선정에 나선다. 이사장 자리가 공석이 된 지 85일만이다.

후보군은 지난 6월 공모때 신청했던 후보군이 그대로 물망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후보군은 공모 당시 서류를 접수한 것으로 확인된 인사를 포함해 총 11명. 황건호 전 금융투자협회장, 최경수 전 현대증권 사장, 임기영 전 대우증권 사장, 정의동 전 예탁결제원 사장 등 업계 출신과 이철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장범식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 우영호 울산과학기술대 테크노경영학부 석좌교수 등 비(非)업계출신이 경합하고 있다.

거래소 안팎에서는 이 가운데 최 전 사장이 가장 유력하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행정고시 14회의 최 전 사장은 재정경제부 세제실장과 중부지방국세청장, 조달청장을 역임한 전통 관료이면서 증권사 수장자리를 거쳐 관과 민을 두루 경험한 것이 강점으로 부각된다.

안택수 이사장의 공식임기가 지난 7월 17일 만료된 신용보증기금도 이날 신임 이사장 선임을 위한 임추위를 구성했다. 신보는 4~5일께 공고를 내 후보 접수를 받은 후 다음 달 16일 서류심사, 26일 면접을 진행한 뒤 최종 후보 3명을 금융위원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금융권에서는 신보 이사장에 서근우 금융연구원 기획협력실장이 유력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 실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조정실 실장과 하나은행 전략담당 부행장, 하나은행 경영관리그룹 부행장을 역임했다.

이 밖에도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해 서부발전, 남동발전, 대한석탄공사 등 에너지공기업들도 사장 공모를 마무리하고 서류, 면접절차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와 코레일 등도 사장 공모절차를 다시 시작했다. 이들 공기업의 사장 인선은 대부분 이번 달 중에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주요 공공기관장들의 사장 인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MB맨'으로 분류되는 공공기관장의 거취도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인선 재개와 맞물려 최근 'MB맨'들의 사의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장태평 한국마사회 회장은 지난 2일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만나 사표를 제출했다. 임기가 1년 2개월여 남은 상태였다. 정정길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도 임기를 8개월 남겨놓고 지난달 30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장 회장과 정 원장은 대표적인 'MB맨'으로 분류된다. 장 회장은 MB정권 초기 2년간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을 지냈고, 정 원장은 비슷한 시기 청와대 대통령실장을 맡았다.

임기 1년여 남기고 지난달 30일 갑작스레 사의를 표명한 김정국 기술보증기금 이사장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김 이사장은 행시 9회로 공직생활을 시작, 공정거래위원회 국장, 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관, 재정경제원 차관보 등을 거쳐 지난 2011년 기보 이사장에 임명됐다. MB 정권에서 임명됐다는 이력 때문에 올 초부터 꾸준히 교체설이 흘러나왔다.

'MB맨'으로 꼽히는 이석채 KT 회장과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거취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 회장과 정 회장은 2009년 1월 각각 KT 회장과 포스코 회장에 취임했다. 또 지난해 3월과 2월 나란히 연임에 성공, 2015년 초까지 임기가 남아 있는 상태다. 하지만 청와대를 중심으로 자진사퇴론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정 회장의 경우 국세청이 이날 포스코에 대한 세무조사에 전격 착수하면서 사퇴론이 확산되고 있다. 포스코 측은 정기 세무조사라고 밝혔지만, 지난 2005년과 2010년 5년 단위로 정기 세무조사를 받은 바 있어 3년만에 이뤄진 이번 조사가 정 회장을 겨냥한 특별 세무조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KT와 포스코는 모두 국민연금이 1대 주주긴 하지만 민영화된 이후 정부 지분이 없다. 그럼에도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청와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 유상부 포스코 회장이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났고, 이명박 정부 출범 1년 뒤인 2009년에는 이구택 회장이 임기를 1년 남겨두고 중도 퇴임했다.

by 100명 2013. 9. 4. 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