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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스마트폰에 기본으로 탑재한 앱인 ‘올레 TV now’에는 삭제 버튼이 없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삭제가 불가능한 스마트폰 기본 탑재 앱(Pre-load app)이 도마에 올랐다. 기본 앱은 스마트폰 용량과 속도를 떨어뜨리는데도 제조사와 이통사는 계열사 앱 홍보를 위해 기본 앱을 수십 개씩 탑재해 놓아 고객 편의를 무시한 지나친 홍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박대출 새누리당 의원이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국내 3개 이통사에서 판매되고 있는 삼성전자 갤럭시S4와 LG전자 옵티머스G 프로의 기본 탑재 앱 수는 64~78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통사별로는 SKT가 69개와 78개(갤럭시S4, 옵티머스G 프로)로 가장 많고 LG유플러스 66개·73개, KT 64개·71개로 뒤를 이었다.

기본 앱은 사용자가 마음대로 삭제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제조사와 통신사가 OS(운영체제) 수준의 시스템 영역에서 기본 앱을 설치해 놓았기 때문이다. 쓰지도 않는 무용지물 앱을 할 수 없이 넣어 다니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계열사 앱 홍보 위해 수십 개 설치

소비자 선택권 침해…가이드라인 필요


SKT는 11번가, 네이트, 싸이월드 등을 서비스하는 SK플래닛, SK커뮤니케이션즈 등 계열사가 제공하는 앱이 삭제되지 않도록 해놨다. KT와 LG유플러스 역시 지니(Genie), 올레 TV 나우, 엠넷(Mnet), 아프리카 TV 등 자사 관련 앱을 지울 수 없게 해놨다. 자사 앱에 한번 길들여지면 타사 앱으로 옮기기 어렵다는 ‘선점효과’를 노린 것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다. 앱이 늘어날수록 스마트폰의 가용 용량은 줄어들고 데이터 처리 속도는 느려진다. 메모리가 2GB인 스마트폰의 실제 가용 메모리가 700~800MB밖에 안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특정 앱들은 주기적으로 네트워크에 연결을 시도하고 따라서 항상 액티브(active) 상태로 돼 있기 때문에 배터리도 빨리 소모된다. 또 장기적으로는 앱 개발사 간의 경쟁을 저해하는 문제도 있다. 사용자가 새로운 앱을 앱 장터에서 내려받기보다는 기본 탑재 앱을 사용하는 것이 접근성 면에서 더 쉽기 때문에 중소 앱 개발사는 불리한 상황에서 경쟁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불공정 경쟁으로 인한 품질 저하는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이를 제지할 만한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기본 앱을 지우려면 제조사가 OS를 중간 업그레이드할 때 이통사와 협의해 기본 앱을 제외해야 한다. 하지만 계열사 앱 홍보에 여념이 없는 이들에게 스스로 지우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 정부도 뒷짐만 지고 있다. 박대출 의원은 “제조사와 이통사 꼼수에 소비자가 우롱당하고 있는데 규제기관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담당부서조차 없이 수수방관하고 있다. 스마트폰 기본 앱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시급히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앱 선택권을 위해 기본 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모바일 솔루션 전문업체인 네무스텍의 한경철 기획마케팅부장은 “애플 iOS는 아예 제조사와 이통사의 기본 앱 설치를 허용하지 않는다. 안드로이드도 해외의 경우 앱을 설치하지 않고 아이콘만 띄워놓는다.
 
클릭하면 앱 장터로 연결돼 다운로드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스마트폰 용량과 속도, 배터리 등을 감안했을 때 삭제 가능한 ‘아이콘 앱’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앱 개발사 대표는 “기본 앱 중 소비자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앱은 20~30%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공간만 차지하고 있는 불필요한 앱”이라고 꼬집었다.
by 100명 2013. 9. 5. 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