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은 서울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석채 회장은 더 이상 회사를 해코지하지 말고 미련 없이 떠나라”고 촉구했다.

KT 이석채 회장은 최근 경영실적 악화에 따른 책임론과 함께 ‘안기부’, ‘친박’ 낙하산 논란이 이어지면서 퇴진론이 나왔다. 조선일보는 구체적 실명을 적시하며 청와대발 ‘퇴진 압박’ 소식을 전했다. ‘정보통신부 차관 출신으로 KT 민영화를 추진한 김아무개씨가 회장에 내정됐고, 이석채 회장은 9월 10일 전후 퇴진한 뒤 야구단 연고지인 수원지역에 출마를 노리고 있다’는 구체적 소문까지 나왔다.

그런데 ‘황금 주파수’를 싼값에 매입한 직후 이석채 회장은 자신의 실적을 과시했다. 지난 1일 전체 직원에게 보낸 메일을 보면 이 회장은 자신이 ‘통신 ONLY 기업’ KT를 ‘통신+IT+미디어 기업’으로 만들고, 경쟁사 대비 1/3~1/6에 불과한 생산성을 높이는 등 10가지 혁신을 시도했다며 이 같은 혁신이 “최종단계를 향한 마지막 과정에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일 사내행사에서 이석채 회장은 내부 비판세력에 대한 ‘대반격’을 선언했다. 그는 “자기 울타리, 자기 회사 무너져가는데도 불구하고 바깥에 대고 끊임없이 회사 중상모략하고, 회사가 이렇다 저렇다 이렇게 끊임없이 소식을 전하고 앉아서 월급을 받고 낮에는 태연하게 회사 임원으로 행세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많다”며 자신의 경영전략에 비판적인 의견을 가진 다른 경영진을 비난했다.

이 회장은 이어 행사에 참석한 직원들에게 “(미디어) 전쟁에 나가지 않으면 최소한 해코지하지 말라는 이야기 확실히 전하라”고까지 말했다. 모바일로 이동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지 않고 기존 수익모델에 의존하는 직원에 대해 그는 “게으른 사람”이라며 “나가라고 걷어차야 한다”고 비난했다.

   
▲ KT 사내 결의대회에서 이석채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KT 사내방송 화면을 유튜브에서 갈무리.
 
이를 두고 이석채 회장 취임 뒤 KT계열사에 편입된 스카이라이프와 BC카드 노동조합의 상급단체인 언론노조와 사무금융노조는 KT 계열편입 뒤 달라진 노무관리 방식, 노동조합 탄압 등을 거론하며 “KT를 해코지하고 있는 사람은 이석채 회장”이라고 주장했다.

두 노동조합은 기자회견문에서 최근 이어지고 있는 KT 내 ‘죽음의 행렬’을 지적하면서 “이석채 회장이 KT에 온 뒤 인력퇴출 프로그램과 성과연봉제 등 이른바 ‘죽음의 노무관리’는 KT 노동자들을 죽음의 행렬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KT노동인권센터에 따르면 KT그룹의 사망자는 2009년 34명, 2010년 41명, 2011년 43명, 2012년 56명으로 해마다 늘었다. 올해만 8명의 현직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두 노동조합은 이어 “KT를 ‘1인이 전횡을 부리는 죽음의 기업’에서 국민의 기업으로 다시 세우자는 것이 사회 각계의 요구”라며 이석채 회장을 국회 국정감사 증인석에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에 대해서도 “이석채 회장은 경제민주화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파렴치한 경영자”라며 “더 이상 묵과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 언론노조 강성남 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석채 회장 퇴진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by 100명 2013. 9. 5. 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