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서 유료방송 점유율 규제가 방송통신 업계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입법예고한 케이블 방송 사업자(SO) 점유율 규제 완화와 전병헌 민주당 의원 등이 지난 6월 발의한 IPTV 점유율 규제 강화가 충돌하고 있다.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도 지난달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다. SO와 IPTV, 국회가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업계 판도가 뒤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다.

먼저 SO들, 특히 CJ헬로비전의 숙원 과제인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미래창조과학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있어 강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경재 방통위 위원장도 최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IPTV와 SO의 규제 내용이 다른데 동일 서비스는 동일 규제라는 방향으로 잡았다”고 밝힌 바 있다. KT의 발목을 잡게 될 IPTV법 개정안도 이런 정책 기조에 따라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방송법 시행령에는 한 SO 사업자가 전체 케이블 가입자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 업계 1위 CJ헬로비전의 경우 6월 말 기준으로 가입자 수가 356만명에 이른다. 전체 케이블 가입자는 1495만명, 점유율은 23.8%에 이른다. CJ헬로비전은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우면 가입자 유치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업계 3위 씨앤엠 등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씨앤엠 가입자는 248만명, 점유율이 16.6%에 이른다.

CJ헬로비전과 씨앤엠의 점유율을 더하면 40.4%나 되기 때문에 인수합병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지만 만약 전체 유료방송 시장(2500만여명)을 기준으로 점유율 규제가 완화되면 가입자를 최대 750만명까지 늘릴 수 있게 된다. 한때 CJ 특별법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규제 일원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모법을 손대지 않고 시행령 차원에서 개정하면 되기 때문에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유료방송 업체별 가입자 점유율(KISDI)
 
홍문종 의원 등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과 전병헌 의원 등이 발의한 IPTV법 개정안은 내용이 거의 같다. 미래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모법으로 끌어올리고 IPTV 규제까지 포함하는 내용이다. SO와 위성방송, IPTV 등 모든 유료방송 플랫폼을 통합 규제해야 한다는 취지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SO 따로 IPTV 따로 점유율 규제를 받는 게 아니라 전체 시장을 기준으로 3분의 1만 넘지 않으면 된다.

IPTV법 개정안에는 특수 관계자의 점유율을 규제에 포함하는 내용이 담겼다. KT의 IPTV 가입자는 6월 말 기준으로 448만명인데 IPTV 시장 점유율이 아니라 전체 유료방송 시장 기준으로 점유율 규제를 받는다. 점유율은 17.9% 수준. 문제는 특수 관계자인 스카이라이프 가입자 401만명을 더하면 34.0%로 3분의 1 규제를 훌쩍 넘어선다. 결합상품 가입자를 빼더라도 거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IPTV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KT는 더 이상 가입자를 늘릴 수 없는 상황이 된다. KT가 완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이 개정안을 반대하는 사업자는 KT 밖에 없다. 동종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등은 당연히 개정안에 찬성 입장이다. 한때 2015년이면 국민의 절반 이상이 KT로 TV를 보게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잘 나갔던 KT가 결국 동종 업계의 견제에 발목이 잡히게 된 상황이다.

결국 SO와 KT 이외의 IPTV 사업자들이 KT를 협공하고 있는 국면인데 워낙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데다 여야 의원들도 입장이 제각각이라 9월 정기국회 통과 여부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SO 업계 한 관계자는 “IPTV법 개정안 통과 이전에 국회 의결이 필요 없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먼저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3년 가까이 끌어온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료방송 업체별 가입자 비교 (방송통신위원회)
 
KT와 스카이라이프는 비상이 걸렸다. 당초 지난해 방통위가 마련한 개정안에서는 KT와 스카이라이프의 점유율을 따로 계산하고 권역별 규제를 전국 규제로 완화하는 방안이 담겨 KT 특혜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였는데 이번 전병헌 의원 개정안은 KT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KT 관계자는 “경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맹목적인 규제가 가입자들에게는 오히려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배경에는 종합편성채널의 반발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종편 입장에서는 SO가 유일한 갑인데 1위 사업자의 덩치가 커지는 게 결코 유리할 게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CJ 그룹 오너 일가와 상속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CJ 특혜라며 반발하는 의원들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O와 IPTV, 위성방송이 하나의 시장을 두고 다투는 시대가 됐다. 전문가들도 동일 서비스에 동일 규제라는 원칙 아래 칸막이를 허물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지만 이른바 CJ 특별법과 KT 특별법이 동시에 통과될 경우 결과적으로 CJ헬로비전이 혜택을 보고 KT는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이밖에도 9월 국회에서는 케이블 채널 사업자(PP) 매출 규제 완화와 DCS(접시 없는 위성방송) 허용 등 업계 현안이 산적해 있다.

by 100명 2013. 9. 5. 1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