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이후 철강업황 악화 속 사업 다각화 위해 비철강 M&A 적극적으로 나서

시너지 미약하고 재무부담만 키워…국제 신용등급도 B급으로 강등

계열사 소유 국내외 백화점과 쇼핑몰 매각도 1년 가까이 '방치?'


[본 콘텐츠는 9월 4일 10:51에 인베스트조선(Invest.chosun.com)의 유료고객 서비스를 통해 소개되었습니다.]

 

이석채 KT 회장에 이어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사퇴 압박설이 불거진 미묘한 시기에 국세청이 포스코에 대한 세무조사에 전격 착수했다.

3년 만에 실시되는 포스코 세무조사에 대해 재계에선 1년6개월가량 임기가 남아있는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퇴진을 위한 압박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정기적인 세무조사"라고 일축했다. 지난 2일 여성가족부와의 업무협약식 참석했던 정준양 회장은 세무조사 착수 이후 별다른 외부 일정을 갖지 않고 있고, 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정권교체 이후 '사퇴압박설'에 시달리고 있는 정 회장에 대한 경영능력 평가는 엇갈린다. 연임에 성공해 재임 5년차에 접어든 정 회장은 포스코 공채 출신으로서 회장에 오르며 샐러리맨 신화를 써내려 갔다. 하지만 철강업황이 악화한 상황에서 무리한 기업 인수합병(M&A) 추진으로 회사의 체력을 약화시켰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이력은 독특하다. 1975년 공채 8기로 포스코(당시 포항제철)에 입사, 27년만인 2002년 임원으로 승진했다. 2004년 전무로 승진한 정 회장은 2006년 부사장, 2007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2008년말에는 포스코건설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 회장은 지난 2009년 임기를 1년2개월 남기고 자진 사퇴한 이구택 전 회장에 이어 포스코 7대 회장에 취임했다. 포스코건설 사장을 맡은 지 불과 2개월 만에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직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졌다. 말 그대로 샐러리맨의 신화다.

다만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이뤄진 조치인만큼 그 과정에서 정치적 변수가 작용했다는 의혹이 정 회장에게는 항상 짐이었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정 회장은 강력한 경영목표 하에 실적으로 증명, 정치권으로부터 영구 독립할 수 있는 계기 마련에 나섰다.

대표적인 것이 M&A를 통한 사업 다각화였다. 정준양 회장이 취임과 동시에 신성장동력을 강조하면서 비철강 업체에 대한 과감한 M&A에 나섰다.


포스코 내부에는 '전략사업실'이라는 새 부서가 생겼다. M&A 관련 실무를 총괄하는 부서다. 정 회장과 최종태 당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큰 방향의 의사결정을, 전우식 전략사업실장(전무)이 실무를 총괄하는 방식이었다.

포스코는 2009년 이후 3년간 지분투자 및 M&A에 총 5조원가량을 쏟아부었다. 계열사 수는 2009년 36개에서 2010년 48개, 2011년 61개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70여개에 달하기도 했다. 3년새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인수 실적만큼 시너지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포스코가 인수하거나 지분투자를 한 기업은 오히려 수익성이 나빠졌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이어진 철강업황 악화로 회사의 곳간이 비어가는 상황에서 무리한 M&A로 포스코의 재무구조는 급격히 악화됐다. 2009년 4조원에 못미쳤던 순차입금이 2011년 20조원, 2012년 18조5000억원으로 급증했다. 60%에 못미쳤던 부채비율도 90%를 넘어섰다.

이에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리겠다며 압박했고 결국 지난해 10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무디스는 A3에서 Baa1으로 하향조정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A급 철강사의 면모를 보여줬던 포스코가 정 회장 임기 중 B급으로 떨어진 것이다.

국제 신평사들은 채권 발행 등 부채성 자금 조달을 줄이고 대신 비(非)부채성 자금을 조달해 자본을 확충, 재무구조 개선을 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이에 포스코는 시나리오 경영 전략을 4단계인 ‘S4’로 격장시키는 등 부채 줄이기에 비지땀을 흘렸다.

하지만 실적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다보니 재무구조 개선 속도도 기대에 크게 못 미치쳤다. 이에 S&P와 무디스는 포스코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포스코의 신용등급 하향 악몽은 아직 진행형인 셈이다. 포스코는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SK텔레콤 등의 지분을 매각하고 1조원 규모의 하이브리드 채권을 발행하는 등 자본 확충에 매진하고 있다.

방망경영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포스코가 지난해 내놓은 계열사 소유의 국내외 백화점과 쇼핑몰 3곳 매각안 역시 1년이 다되도록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준양 회장이 연임을 의식하고 너무 무리하게 M&A에 나섰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수익성이 저하된 상황에서도 2조원가량을 추가로 투입해 대한통운까지 인수하려 할 만큼 M&A 시장에서 너무 지나친 행보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당시 3년 임기가 정해져 있던 정 회장으로서는 연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고 이를 위해선 업적 쌓기를 위한 M&A에 더 집중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도 “국내외 사업 환경이 과거보다 악화했는데도 대규모 M&A와 설비투자를 시행한 탓에 포스코의 재무안정성이 저하됐다”며 “연임 이후에는 적극적인 M&A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일이 시급했는데 이를 실기했다”고 평가했다.

박근혜 정부는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의 관계에서 어느 정도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정 회장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만찬 초청자 명단에서 제외됐다. 또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10대그룹 총수 간담회에도 정 회장이 참석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청와대는 “순수 민간그룹만 초청했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정부의 ‘거리두기’라는 해석들이 나왔다.

거기에 이석채 KT 회장의 청와대 사퇴 종용설과 3년 만에 이뤄진 국세청의 대대적인 세무조사가 정 회장의 사퇴 압박설에 불을 붙였다. ‘민간기업’ 포스코가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을 꾀하기 위해 추진한 정 회장의 사업 다각화 노력이 오히려 실적 및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지면서 사퇴 압박에 처한 모양새가 된 셈이다. 이석채 KT 회장과 정준양 포스코 회장에 대한 사퇴 압박은 공기업 ‘태생’의 민간기업 거버넌스에 대한 정치권 개입 논란에 다시 한번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by 100명 2013. 9. 5. 15: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