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한 방 먹었다. 그것도 한때 한식구로 지냈던 사람에게 말이다. 나영석 PD와 KBS의 얘기다. 나 PD의 '의도치 않은' 공격 때문에 KBS가 궁지에 몰렸다.

나 PD가 tvN '꽃보다 할배'에 이은 '배낭여행 프로젝트 2탄'을 준비 중이란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오는 11월 방송 예정인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여배우들. tvN 측은 윤여정, 김희애를 비롯해 톱 여배우들과 접촉 중이다.





tvN '꽃보다 할배'에 출연한 신구(오른쪽)와 함께 포즈를 취한 나영석 PD. 사진='꽃보다 할배'

'꽃보다 할배'를 통해 '히트메이커'란 사실을 입증한 나 PD의 차기작인 만큼 인터넷상에서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이 소식이 주목을 받았던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KBS2 '마마도'와의 유사성 때문이다.

'마마도'는 방송 시작 전부터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김영옥, 김용림, 김수미 등 '할매'들이 여행을 떠난다는 점에서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 '할배'들이 여행을 떠나는 '꽃보다 할배'의 컨셉트를 그대로 베꼈다는 것. 이 때문에 이 프로그램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마마도'란 제목 대신 '꽃할매'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전파를 타기 시작한 '마마도'는 첫 방송에서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비교적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출연진은 표절 논란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진솔한 모습을 보여줬다. '마마도' 측으로선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기대했던 상황.

하지만 나 PD가 '배낭여행 프로젝트 2탄'을 준비 중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꽃보다 할배'의 여성 버전이란 부분에서 '마마도'와 유사하다. 그러나 나 PD는 '할매'를 섭외하는 대신 여배우들을 내세웠다. "'할배'들의 여행을 그려봤으니 이번엔 '할매'들의 여행을 그려야지"란 생각에 그치지 않고 한 발짝 더 나갔다는 점에서 '마마도'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 여기에 이승기가 출연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승기는 나 PD가 KBS에서 '1박2일'을 연출했을 당시 이 프로그램의 인기를 이끌었던 주역이다. 나 PD의 네임벨류까지 고려하면 '마마도'가 '배낭여행 프로젝트 2탄'과의 기싸움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나 PD가 KBS를 완전히 보내버리려는 것 같다", "이제 '마마도'는 기억에서 완전히 잊혀지는 걸까"라는 등의 댓글이 눈에 띄었다. 나 PD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시청자들에게 보여지는 겉모양새가 그렇다는 얘기다.

사실 나 PD의 전작인 '꽃보다 할배' 역시 KBS에 치명상을 입혔다. 이 프로그램은 '1박2일' 연출 경험을 바탕으로 나 PD가 만들어낸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여행 버라이어티였다. '1박2일'이 동시간대 시청률 최하위까지 추락하는 등 고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꽃보다 할배'는 연일 화제 몰이를 했다. '1박2일'을 통해 처음으로 예능 프로그램에서 주목 받기 시작했던 이서진은 '꽃보다 할배'에 '할배'들의 '짐꾼'으로 출연하며 맹활약했다.

시기도 묘하다. KBS는 전반기 예능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후반기에 다양한 새 프로그램들을 파일럿 형식으로 선보이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중매 오디션 프로그램인 '너는 내 운명', 남자 연예인들의 육아 도전기를 그린 '날 보러와요' 등이 KBS가 새롭게 내세운 프로그램들. 하지만 나 PD의 새 프로그램이 인터넷상에서 끊임 없이 이슈 몰이를 하고 있는 가운데 이 프로그램들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꽃보다 할배'에 이어 '배낭여행 프로젝트 2탄'까지, '한 발짝 앞서가는' 나 PD 때문에 KBS로선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by 100명 2013. 9. 6. 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