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국내 최대 민영화기업인 포스코와 KT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흔들기가 노골화되고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양사 최고경영자 퇴진 압박설이 지속되면서 해당 기업 임직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포스코와 KT의 CEO에 대한 퇴진 압박설이 양사의 공식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더욱 노골화, 구체화 되고 있다.

실제 일부 언론은 최근 청와대가 지난달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 이석채 KT 회장에게 조기 사퇴 의사를 타진했다고 전했다. 사퇴 요구에 정 회장은 "명예롭게 은퇴하는 길을 택하겠다"며 수용 의사를, 반면 이 회장은 "아직은 때가 아니다"며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고 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정 회장에게 확인한 결과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없지만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평소 소신은 그대로다"고 전했다. KT 역시 "이 회장이 그런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고 설명했다.

양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최근 정황은 단순 '설'에 그치지 않고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 박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동행 경제사절단 명단에 정 회장과 이 회장의 이름이 나란히 빠진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앞서 지난 7월 박 대통령 중국 방문 시 국빈만찬과 지난달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과 그룹 총수 회동 자리에도 양사 회장은 불참했다. 게다가 포스코는 지난 3일부터 세무조사까지 받고 있다. '우회적인 사퇴압박-언론 흘리기-사정'으로 이어지는 흔들기의 전형이다. 우연이라고 보기엔 예사롭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재계도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의 특정 세력이 양사 회장 자리를 자신들의 사람으로 채우려고 한다는 것이다.

실제 역대 정권도 사실상 양사의 CEO를 입맛에 맞는 인물로 앉혀왔다. 정권이 바뀌면 으레 교체 대상이 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됐다.

사실 이번 퇴진 압박설 당사자인 정 회장과 이 회장도 이전 이명박 정부 당시 낙하산 인사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정 회장의 경우 이명박 정부 시절 실세 그룹이었던 '영포라인(영일ㆍ포항 출신)'과 손잡고 CEO에 올랐다는 소문이 지금까지도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TK(대구 경북)출신인 이 회장도 인사 배경에 대해선 자유롭지 못하다. 재계 일각에서 청와대가 전 정권 때 잘 나갔던 기업을 손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따라서 이제는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때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기업이 정권 때마다 CEO 리스크에 시달리면서 기업 경영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자산 81조원)와 KT(35조원)는 각각 재계 순위 6위, 11위를 차지, 국가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이들 기업은 이미 오래 전 민영화되면서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다. 100% 민간기업으로, 경영권은 기업 자체의 몫이라는 뜻이다.

재계 관계자는 "민간기업의 CEO 자리는 경영 성적표에 따라 자연스럽게 스스로 이뤄지는 것이 맞다"며" 청와대와 정치권이 포스코나 KT와 같은 민영화 기업을 논공행상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자체가 기업 경영에 부작용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by 100명 2013. 9. 6. 1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