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모(58`수성구 신매동) 씨는 최근 8월분 케이블TV 요금고지서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7천700원 하던 요금이 1만원으로 올랐던 것. 고지서에는 기본사용료 1만5천원과 장비임대료 7천원, 부가서비스료 5천원 등 모두 2만7천원이 케이블TV 사용료로 책정됐고, 기본사용료 1만5천원과 부가서비스 2천903원을 할인해 1만원(부가세 포함)을 납부하라고 나와 있었다.

오 씨에 따르면 두 달 전 A케이블TV 업체 직원이 찾아와 무료로 디지털 전환기기를 달아준다고 해 설치했다. 그런데 그 뒤 기본사용료가 두 배나 올랐고, 지난달까지 없던 장비임대료와 부가서비스료가 추가된 것을 알고 오 씨는 A업체에 항의했다.

이에 A업체 측은 “올 4월부터 3년간 새로운 약정 계약을 맺었고 이 때문에 부가서비스 등이 새로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 씨가 “새로 계약한 적이 없다”고 하자 A업체는 계약기간이 올해 4월 19일부터 2016년 4월 18일까지인 계약서 사본을 20일 팩스로 오 씨에게 보내왔다. 계약서를 본 오 씨는 계약서의 사인이 자신의 것과 다른 것을 발견하고는 계약 해지를 요구했지만 되레 업체는 해지하려면 위약금을 내야 한다고 맞섰다.

A업체 측은 서명을 한 계약서가 분명히 있고 디지털 전환기기도 동의하에 설치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케이블TV 업체들의 얌체 상술에 이용자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업체들은 무료라며 디지털 전환기기를 설치한 뒤 요금을 올려 받거나 이용자가 설치한 기기를 회수할 것을 요청하자 되레 반환금을 요구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김모(38`동구 방촌동) 씨는 최근 디지털 전환기기를 설치했다. B케이블TV 업체 직원이 아날로그 방송이 중단되고 디지털방송으로 변환되면 디지털 전환기기를 무조건 설치해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설치비는 무료라고 했다. 그러나 나중에 방송통신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디지털 전환기기가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김 씨는 기기를 다시 가져갈 것을 요구했고, B업체 직원은 디지털 전환기기를 회수해갔다. 그런데 지난달 받은 요금고지서에 ‘설치비 반환금’ 4만원이 더 청구돼 있었다. 김 씨는 “꼭 필요하지도 않은 기기를 속여 설치한 것도 분한 데 이를 반환하는 비용을 이용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에 더욱 화가 난다”고 말했다.

최모(33`수성구 범어동) 씨는 지난해 12월 이사를 하면서 C케이블TV 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그런데 지난달 통장을 정리하다가 C업체 이름으로 돈이 계속 빠져나간 것을 알았다. 최 씨는 환불을 요청했지만 C업체는 해지요청 기록이 없다며 거부했다. 최 씨가 지난해 케이블을 회수해간 직원이 해지 사실을 알기 때문에 이름을 알려달라고 하니 업체 측에서는 당시 직원에 대한 기록이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최 씨는 결국 지난달 말에 다시 해지신청을 해야 했다.

B업체 측은 설치 계약서에 김 씨가 직접 서명을 했기 때문에 그에 따라 반환금을 내야 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고, C업체 측은 최 씨가 서류가 아니라 구두로 해지 신청을 했고, 당시 담당 직원도 해지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에 자동이체 된 돈을 무작정 돌려줄 수는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양순남 대구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업체들이 디지털 전환을 핑계로 무료라며 기기를 설치하거나 계약서에 서명하게 하는 경우 장비임대료나 서비스비용이 이용자에게 추가로 청구되는 사례가 많다”며 “이용자들은 원하지 않는 부가서비스나 과도한 위탁금을 피하기 위해선 업체의 말보다 계약서를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by 100명 2013. 9. 9. 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