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회장의 중도하차 여부는 ICT업계를 넘어 경제계 전반에서 여전한 관심사입니다. 적어도 6개월째 이런저런 근거를 앞세워 다양한 모습으로 ‘조만간 사퇴설’을 양산했지요.

최근에는 양상이 퍽 달라졌습니다. 이석채 회장은 숙원 주파수(인접 1.8GHz)를 가져온 후, 사실상 대내외를 향해 ‘중도하차 없다’를 못박은 후, ‘안에서 분란을 일으키지 말고, 일 열심히 해!’라는 취지로 일갈했지요. 안팎의 도란도란 입방아를 일거에 잠재울 요량이었을까요.

대체로 ‘곧 하차’를 함께 전하던 언론도 점차 두 갈래로 나뉩니다. 대표적 진보성향의 신문과 보수성향의 신문이 각각 ‘사퇴해!’와 ‘그냥 둬!’란 내용을 담아 연일 기사를 내보냈지요. 진보와 보수 간 힘겨루기 느낌마저 자아냅니다. 지난 해 종편이 뜰 무렵 잉태된 신문사 간 ‘사적(社的) 감정’이 KT를 매개로 불거졌다는 진단도 나옵니다.

▲KT 사정과 무관하게 정치권, 기업인, 전문가 그룹의 각계 인사들이 KT회장을 향한 레이스를 준비하고 있다.  그림=최민    © it타임스

지난 6개월여 기간, 비KT 출신으로서 KT수장을 향해 뛰었거나, 뛰고있는, 또는 뛸 것이라는 인사는 13명에 이릅니다. 크게 정치인, 전문가, 관료, 기업인으로 나뉘지요.

정치인 중에는 국회의장을 지낸 K씨가 유일합니다. 지난 2008년 KT수장 선출 당시에도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이름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전문가 중에는 인수위 참여 후 청와대로 간 Y씨,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을 지낸 후 대학에 있는 L(1)씨, 공공기관장을 지낸 후 제4이동통신 컨소시엄의 대표를 지낸 B씨가 있습니다.

관료 출신은 제법 많습니다.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후 대학총장으로 간 N씨, 우정사업본부장을 거쳐 공공기관장을 지낸 G씨, 기술고시 출신으로 정통부 차관을 지낸 K(2)씨, 행정고시 출신으로 정통부 차관을 지낸 K(3)씨,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H(1)씨, 방통위 고위직을 지낸 후 통신관련 협회를 이끌고 있는 S씨 등입니다.

기업인으로는 삼성맨이 대부분입니다. 삼성전자 부회장을 지낸 Y(2)씨, 삼성전자 부회장을 지낸 후 대학연구소장으로 있는 L(2)씨, KT를 거쳐 삼성전자 사장으로 있는 H(2)씨 등입니다. 여기에 여성CEO로 세계적인 가방브랜드를 만들어낸 K(4)씨도 코믹스런 느낌으로 참새들의 입방아를 통해 살짝 이름을 걸쳤습니다.

사전등록의 의미를 ‘(KT수장을 향해)스스로 주변을 챙겨 만나며, 의지를 내비치거나 도움을 청한 사람’으로 정의할 때, 이에 부합하는 인사는 Y, B, K(3), H(1), H(2)씨 등 5명입니다. 다만, 정치인 K씨가 사전등록의 의미와 무관하게 줄곧 유력호보로 거론됩니다.

나머지는 타천(他薦) 형식을 빌어 이름만 올려 놓은 채 등록은 않고 있습니다. 이석채 회장이 건재한 까닭에 장(場)이 서지 않아서일까요.

Y씨는 지난 정부 이후 줄곧 장관급 하마평에 올랐지만, 말 그대로 말에 그쳤지요. ‘청문회 기피설’이 확산되면서, 자연스럽게 장관급(?) 자리로 일컬어지는 KT를 조준했었다는 전언입니다. 청와대로 간 후 일단 조준을 멈췄지요. 훗날 재조준에 필요한 준비를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B씨는 당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박근혜 정부 초대조각이 마무되고 이석채 회장 사퇴설이 나오기 시작하던 지난 3월 이후, 나름 지인들을 부지런히 만나며 KT를 향한 가능성을 타진했지요.

K(3)는 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선수로 KT 안팎에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이후 조심스럽게 전현직 KT인들의 조언을 들으며, 정치권과 정부 인사들을 만나왔지요. 워밍업이 너무 길었을까요. 위(?)로부터 은인자중(隱忍自重)하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받았다는 후문입니다.

H(1)도 K(3) 못지않게 일찌감치 등록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여당 대표의 지원에 힘입어 선전할 것이라는 시선이 제법 많았지요. 정부에서 정한 ‘퇴직 공직자의 민간기업 취업 규정(기간)’과 ‘KT 전반에 흐르는 개인적 안티’ 탓에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았을 터입니다. 8월 즈음, CEO가 아닌 고위직 임원행을 노크했다는 전언입니다.

H(2)는 KT에서 신사업과 휴대인터넷 부문에서 일했던 이력에 삼성의 후광이 더해지면서, 부지불식간 유력주자로 떠올랐습니다. 여타 삼성맨들이 ‘(제조사인 삼성이 주는)스스로 지닌 무게로 인한 걸림돌을 나름 걷어내면서, 레이스에 뛰어들었다는 소식입니다.

KT수장을 향해 ‘뛰고 있다, 뛰다 말았다, 뛸 생각이 있다, 남들이 뛰라고 한다’... 어느 쪽에 있든, ‘빼든 칼 무라도 베다’가 아닌 ‘좌고우면(左顧右眄)일지라도 한번 더 생각’을 권합니다. KT수장의 역할과 KT안팎의 기대가 과거와 사뭇 다르기 때문입니다.

‘혁신’은 참 무섭고 고통스럽습니다. 성패를 떠나, 과정에서 살갗이 벗겨지는 아픔이 자리하니까요.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어쨌든 이석채호(號)는 혁신을 기치로 항해 중입니다.

혹 항해를 잠시 멈추고 새 선장이 배에 오른다면, 아픈 상처 위에서 새로운 항해를 시작해야합니다. 어렵고 힘들겠지요. ‘너도나도 저요 저!’ 형국에서 얼핏 읽혀지는, ‘흥겨운 마당’은 아니라는 얘깁니다. KT의 현실이 그렇습니다.

by 100명 2013. 9. 10. 0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