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국내 연구진, 역학 검사 발표

“정부, 사용규제 기준 마련을”


국내 연구진이 화장품에서 양말, 아기 젖병에 이르기까지 항균제품에 널리 쓰이는 은 나노입자가 크기에 상관없이 동일한 독성을 나타내며 뇌와 고환에서는 배출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호서대 나노융합기술학과 유일재 교수 연구팀은 11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10㎚(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와 25㎚의 은 나노입자를 실험쥐에게 먹이는 실험을 한 결과, 나노물질 크기에 상관없이 흡수·분포·대사·배설 등에서 똑같은 독성역학 현상이 나타남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은 나노입자는 항균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가전이나 생활·의료용품 등에 사용하고 있지만 환경·보건 규제기관은 나노입자의 크기에 따라 독성 현상이 달라지는지를 알 수 없어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기 어려웠다.

유일재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로 은 나노는 입자 크기에 상관없이 동일한 독성역학을 보인다는 사실이 밝혀져 규제 물질을 개별적으로 심사할 필요없이 100㎚ 이하의 은 나노에 대해 동일한 위해성 관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나노물질은 한개 또는 한개 이상의 1~100㎚ 크기를 가진 물질을 말한다.

연구팀이 10㎚와 25㎚ 크기의 은 나노입자를 실험쥐에게 하루 한번씩 28일 동안 먹인 결과 콜레스테롤 등의 혈중농도가 증가해 간독성을 일으켰다. 실험에서 은 나노입자는 크기에 상관없이 비슷한 양이 혈액·간·신장·난소·뇌·고환 등에 축적됐으나, 다른 기관·장기들은 서서히 은 나노가 제거된 반면 뇌에서는 더디게 제거되고 고환에서는 아예 제거되지 않았다.

유 교수는 “미국 환경청(EPA)은 항균 제품을 등록하도록 하고 있으며, 위반시 하루 3만5000달러의 벌금을 매기고 있다. 우리나라도 100㎚ 이하의 은 나노입자의 사용에 대해 규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의 논문은 독성 분야의 과학저널 가운데 인용지수(9.18)가 가장 높은 <입자·섬유 독성학> 최근 온라인판에 실렸다.

by 100명 2013. 9. 12. 0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