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경매 뒤에도 이석채 회장 퇴진론이 피어나고 있다. KT는 ‘청와대발 퇴진 종용’에도 “근거 없다”며 일축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조선일보는 “조원동 경제수석이 제 3자를 통해 이석채 회장에게 ‘임기와 관련 없이 조기 사임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는 정부 고위관계자 말을 인용하며 ‘조기 퇴진설’을 보도했다. 그러나 조원동 수석은 이 같은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 같은 언론보도는 KT 작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KT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이름이 나온 것을 보면 청와대가 퇴진을 종용한 것은 맞지만 결국 청와대가 이 보도를 부인할 거라는 게 예상되는데 누가 장난을 쳤겠느냐. 바로 이석채 회장 측의 ‘협상용 시간끌기’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석채 KT 회장
 
일부 언론이 ‘지분 없는 정부가 사기업을 흔든다’고 비판하는 가운데 이석채 회장 퇴진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KT의 한 관계자는 조 수석과 가까운 한 사외이사를 통해 이 같은 입장이 두 차례에 걸쳐 이석채 회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KT사정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도 “이석채 퇴진론은 수석비서관 이상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분명한 건 이 회장이 퇴진을 미루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KT의 한 관계자는 “이석채 회장이 검찰 수사 무마를 약속받기 위해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대검찰청 등 내부 수사팀도 이 회장의 친인척 특혜와 부동산 헐값 매각 의혹, 안기부 낙하산 문제, 내부 사업 비리 의혹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후보군도 좁혀지고 있는 분위기다. KT 안팍에서는 청와대 미래수석에 이름을 올린 김창곤 전 정보통신부 차관,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과 함께 KT 민영화를 추진한 김동수 전 정보통신부 차관 이름도 빠지지 않고 거론된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같은 대구고 출신에 행정고시 동기인 형태근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도 후보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황금주파수 획득 이후 이석채 회장이 ‘해코지 임원’을 거론하며 엄포를 놨지만 KT내부도 다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미디어오늘 취재결과, 적어도 2개 이상의 KT그룹이 차기 회장의 내부 파트너 자리를 노리고 움직이는 것으로 확인된다. 모두 전무급이 포함됐고, 검찰과도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단행한 인사 폭은 예상보다 소폭이었다. KT 관계자는 “사실 올해 중반 이후 (이 회장은) 제대로 된 인사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초동 사옥 주변에서는 ‘이석채’ 이야기도 못 꺼낼 만큼 계엄령 상태이었지만 ‘12일 기자회견 설’ 등 요즘 다시 구체적 날짜까지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KT의 한 이사는 “결국 정치가 결정할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by 100명 2013. 9. 12. 1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