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통첩’이라고 해야 할까? 우로는 청와대로부터 좌로는 시민사회단체에 이르기까지 전 방위적인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KT 이석채 회장에게 사실상 ‘최후통첩’이라고 할 수 있는 퇴진 이유가 전달됐다.

참여연대, KT새노조, KT 을 피해자 모임, 민주당 등은 12일 오전 KT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석채 KT 회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석채 회장이 퇴진해야 하는 이유를 총망라해 6가지의 퇴진 근거를 제시했다.

   
▲ 이석채 KT 회장(뉴스1)
하나, KT는 '낙하산' 기업이다

이들은 이석채 체제의 KT를 한 마디로 “정상 기업이 아니다”고 규정하며, 이석채 회장이 경영한 KT는 “낙하산을 위한, 낙하산에 의한, 낙하산의 기업"이었고, " 경영실적, 노동인권, 고객에 대한 책임, 대리점 등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사회적 책임 모든 면에서 최악의 결과를 빚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청와대가 이석채 회장의 사퇴를 종용했단 언론 보도 이후 일각에서 ‘민간기업 인사에 개입한다’는 비판을 하는 것에 대해 “이는 온갖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MB 낙하산 이석채 회장을 비호하는 논거로 작동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둘, KT는 '반노동' 기업이다

이들이 꼽은 이석채 체재 KT의 가장 대표적인 악행은 ‘노동인권’ 문제이다. 계속되는 노동자들의 죽음에 ‘죽음의 기업’이라는 섬뜩한 타이틀을 달게 된 KT는 이석채 체제 이후 206명에 달하는 노동자가 사망했고, 이 중에서 자살자가 무려 26명에 달한다. 노동자들의 잇따른 죽음의 배후에 “악명 높은 인력퇴출 프로그램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KT의 자회사인 KTIS의 경우 “난청 환자를 콜센터로 발령내놓고 실적이 부진하다며 20여 회에 걸쳐 경고장을 남발하는 등 사실상 정신학대를 가하고 있다”는 점을 진단서와 경고장 등의 자료를 통해 제시했다. (사진 참조)

 

 

 

 

 

 

   
▲ KT 새노조가 제시한 '경고장'과 '진단서' 이미지 캡처.

셋, KT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횡포' 기업이다

이들은 뜨거운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는 ‘갑을 관계’에 있어서도 KT의 횡포가 도를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대리점을 운영함에 있어 “전산차단, 구두지원 약속 파기, 강제할당, 밀어내기, 차감제도를 통한 우월적 지위 남용 등은 이미 일상”이 되었으며 “임대업의 경우 임대료 일방적 인상, 임대기간 일방적 조정 등 갑으로서의 횡포가 끝이 보이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이석채 회장 퇴근길에 있는 대리점에 대해 밤 10시가 넘도록 대리점에 불 켜놓을 것을 지시”하는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석채 체제 KT의 횡포는 상식을 초월하는 수준이란 지적이다.

넷, KT는 '부실'화되고 있다

경영상의 실패 문제도 지적됐다. 이석채 회장 취임 이후 KT의 실적이 완전히 주저앉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 취임 이후 타 통신사가 30%의 가치 상승을 보이는 동안 KT의 주가는 9% 가량 하락했고, 비통신 분야 인수합병으로 연결재무제표 상의 매출만 늘 뿐 통신분야에서는 매출, 순이익이 모두 하향 추세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 KT는 지난 7월 역사상 처음으로 141억 원의 월간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 이석채 체제 KT의 부동산 매각 현황.(제공=KT새노조)

더욱 비관적인 것은 가입자 감소와 자산 감소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 회장 취임 직후 31.5%를 기록하던 KT의 무선가입자 점유율은 2013년 7월 30.3%로 떨어졌다. 자산 역시 감소하고 있는데, 이 회장 체제에서 무려 39개의 부동산을 금액으로는 1조원 가량을 팔아 치웠단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부동산 매각 현황 참조) 이들은 “불필요한 부동산을 매각한 게 아니어서 매각 부동산에 KT가 임차료를 내고 있는데 임차료 급증이 매출감소와 함께 7월 적자의 요인으로 꼽히는 지경"이라고 밝혔다.

다섯,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하산의 ‘연봉’은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이석채 회장과 낙하산의 연봉은 늘고 있단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석채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자신이 포함된 이사들의 보수는 44%, 임원진 급여는 123% 인상한 바 있는데, 그 혜택은 주로 낙하산들의 몫이었단 것이다. 현재 KT에는 △친박계 낙하산(홍사덕, 김병호 등) △국정원 출신 친YS 낙하산(김기섭, 오정소 등) △MB 낙하산(김은혜, 오세현 등) △친인척 낙하산(이석조 등) 수와 종류를 헤아릴 수 없는 낙하산 인사들이 모여 있는데 이에 대해 “KT 낙하산을 모으면 웬만한 매머드 정당이 만들어진다”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여섯, 경영의 '비윤리성'이 심각하다

총체적 난국이라고 할 수 있는 경영 상태에서 더욱 심각한 것은 경영의 윤리성 실종이다. 현재 KT는 이석채 회장이 각종 비리 의혹으로 고발된 상태이며 ‘제주 7대 경관 국제전화 사건’, ‘870만명의 개인 정보 유출’, ‘친인척 회사 고액 인수’ 등 끊임없는 잡음이 일고 있다. 이들은 KT의 비윤리 경영이 ‘억울하면 소송하라’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런 태도가 횡행하는 것은 “회장의 전횡을 견제할 그 어떤 장치도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석채 회장 이후 KT 내부의 분위기를 ‘공포경영’이라고 규정하며 “브레이크 없는 고장 난 자동차”에 현재 KT의 상황을 빗댔다. 벌써 1년이 넘도록 이들은 이석채 회장 퇴진만이 “KT가 정상화 되는 유일한 길”이자 “국가대표 통신 기업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길”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들의 믿음은 결실을 볼 수 있을까? 전망은 엇갈린다. 이 회장의 거취는 광대역 주파수 확보를 기점으로 ‘실적을 만들었으니 한 숨을 돌렸다’는 전망과 ‘할 일을 다 했으니 더 시간을 끌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인사들이 벌써 차기 회장의 하마평에 오르고 있지만, 최소한 12월 까지는 현 체제가 유지될 것이란 얘기가 함께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by 100명 2013. 9. 13. 1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