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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장 상영이 아직 끝나지 않은 올 여름 흥행작 '더 테러 라이브'는 IPTV의 VOD서비스로 안방에서도 만날 수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12일까지 557만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 찾은 지난 여름 흥행작 '더 테러 라이브'는 아직도 극장가에서 상영 중이다. 11일엔 전국 47개 스크린에서 418명이 이 영화를 찾았고 흥행가도를 달릴 때에 비교하면 쑥스럽지만 일일 흥행 순위 18위에 이름을 올렸다. 아직은 엄연한 극장 상영작인 셈이다. 하지만 '더 테러 라이브'는 지난 4일부터 안방에서도 만날 수 있다. 1만원을 결제하면 IPTV 등이 제공하는 VOD를 통해 이 영화를 굳이 극장까지 가지 않더라도 볼 수 있다. 집에 대형 스크린을 갖추고 프로젝션까지 구비했다면 영화관이 따로 없다. 1만원에 가족이 함께 즐긴다면 분명 돈을 절약하는 영화 관람법이다.

IPTV가 영화 유통질서와 영화 관람 문화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극장 개봉한지 1주일 밖에 안된 영화를 거실에서 편하게 볼 수 있는 한편, 극장 종영을 앞둔 최신 흥행작을 소파에 앉아 가족끼리 즐길 수 있게 됐다.

최근 국내 VOD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IPTV와 디지털케이블TV의 VOD 시장 규모는 782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515억원)보다 51.8%나 늘어난 수치다. VOD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국내 영화계의 IPTV 등에 대한 의존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극장에서보다 극장 종영 뒤 시장을 노린 영화들이 속속 제작되고 있고, 해외 영화시장에선 국내 영화수입사들이 입도선매식으로 외화 수입계약을 맺는 경우도 늘고 있다. 영화계는 1990년대 비디오 시장보다 더 큰 부가시장이 IPTV 등을 통해 열릴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TV편성이나 영화의 개봉 전략처럼 IPTV를 통한 영화 공개도 나름의 셈법이 있다. '더 테러 라이브'는 종영 2주일쯤을 앞두고 IPTV 영화서비스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어차피 극장에서 끝물이니 극장 상영이라는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안방을 찾는 게 유리하다는 계산이 숨겨져 있다. 1회 다운로드당 1만원은 극장 티켓 값에 비하면 불리해 보이지만 계산기를 두드리면 이익을 더 챙길 수 있다는 판단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다. 극장 상영을 마치고 다운로드 구매액을 1만원에서 4,000원 수준으로 낮추면 가격할인처럼 보이는 일종의 착시효과를 부를 수도 있다. 배형준 롯데엔터테인먼트 콘텐츠사업팀 대리는 "극장사업에 손실이 갈 수 있다는 위험이 있지만 종영 전 IPTV서비스는 마케팅 역할도 해 이익이 더 많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더 테러 라이브'처럼 극장에서 인기를 얻은 영화와 달리 개봉 일주일만에 IPTV 동시 서비스를 택한 영화들도 많다. 에로영화 촬영현장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려낸 '아티스트 봉만대'와 멀티플렉스 상영 중단 논란을 일으킨 '천안함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극장에서 환대 받지 못한 '아티스트 봉만대'는 야한 소재를 다룬 영화의 속성상 되려 IPTV에서 더 사랑을 받을 것이란 자체 판단이 작용했다. '천안함 프로젝트'도 호기심을 지닌 관객들이 많으나 극장 상영이 제한적인 현실에서 IPTV를 대안으로 택했다.

제 아무리 IPTV가 영화시장에서 힘을 발휘한다지만 IPTV에서 바로 볼 수 없는 영화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최근 국내 영화로는 925만 관객이 찾은 '설국열차'를 들 수 있다. '설국열차'의 극장 상영도 '끝물'에 해당하지만 미국 등 해외시장 상영을 앞둔 영화라 IPTV행을 주저하고 있다. 불법복제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기술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해외 수입업자들은 불법파일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한다'며 "IPTV서비스가 이뤄진 영화의 경우 수입가격을 깎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할리우드영화들도 언감생심이다. 할리우드영화 대부분은 미국 극장에서 상영이 끝난 뒤 부가시장에 영화가 제공된 다음에 한국에서도 IPTV 등에서 만날 수 있다.

by 100명 2013. 9. 18. 1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