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온통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과 ‘채동욱 검찰총장 사임’ 건으로 얼룩져 있지만, 추석이 끝나면 19대 국회는 박근혜 정부 들어 첫 번째  ‘국정감사(국감)’를 시작한다. 흔히 국감은 ‘의정활동의 꽃’으로 표현된다. 그만큼 많은 국회의원들이 국감에서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단 의미이다.

국감 기간을 앞두고 <미디어스>는 국감에 대한 전망과 분석을 진행한다. 모쪼록 이번 국감을 통해 정치가 ‘이슈’의 스펙터클을 따르는 이전투구가 아닌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정신과 대의제의 감시 기능에 충실할 수 있다면 좋겠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리는 2013년 국정감사는  박 대통령이 후보 당시 내걸었던 공약이나 지난 대선의 시대정신이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정도를 확인해 볼 수 있단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또한 국회의원의 ‘기량’ 측면에서는 두 번째 맞이하는 국감이기 때문에 의원들의 전문성을 평가할 수 있는 자리가 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10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부 그리고 여야 의원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에 따라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단 점에서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기도 하다.

국회 여러 상임위 중 ‘방송’과 ‘통신’ 기관을 다루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선교, 이하 미방위)는 특히, 여야 의원들 간의 뜨거운 논쟁이 오가는 상임위로 유명하다. 이번 국감에서도 역시 △유료방송시장 동등규제 이슈 △KT의 ‘노무관리’ 및 이석채 회장 퇴진설, △‘티브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 △종편 재승인 심사안 논란 △국정원 대선 개입 관련 지상파 ‘편향보도’ 논란 등의 사안을 두고 여야는 뜨거운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국감을 앞두고 관건은 역시 어떤 증인들이 채택될 것인지의 여부이다. 2013년 국감, 누가 미방위 증인석에 서야하는지 짚어봤다.

   
▲ 이석채 KT 회장(뉴스1)

비상식적 노무 관리…이석채 KT 회장, 문재철 KT스카이라이프 사장, 이상윤 티브로드 사장

올해 국감 증인채택의 초미의 관심 인물은 역시 KT 이석채 회장이다. 지난해 국감에서도 민주당 등 야당은 KT 이석채 회장을 반드시 ‘증인’으로 채택해야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정부의 집요한 ‘방해’로 무산됐다. 당시 민주당은 △CP프로그램 등 비상식적 노무관리, △국무총리실 민간인사찰 대포폰 개설, △개인정보 유출, △7대자연경관투표 국제전화요금 부과, △통신비 인하 문제 등에 따른 진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주장했으나, 새누리당은 극렬히 반대했다. 당시, KT는 사활적인 ‘국회 로비’로 이석채 회장의 증인 채택을 막기도 했다. 그래서 당시, 여야는 서로 한 발짝 양보해 KT 서유열 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했었고, 서 사장이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대포폰을 개설해준 당사자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그는 업무 차 해외로 출국해 결국 불출석했다.

2013년 미방위 국정감사 증인채택의 최대 분수령 역시 KT 이석채 회장이다. 지난해 KT관련 이슈들은 여전히 모두 살아있다. 여기에 더해 이석채 체제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죽음이 그의 실패라는 사회적 여론까지 형성되어 있는 중이다. 정책적으로 보더라도 현재 미방위 최대 쟁점이 되고 있는 SO-PP 유료방송 규제방안 역시 KT와 뗄 수 없는 상황이다.

또 한 명의 주목되는 인물은 KT스카이라이프 문재철 사장이다. KT는 지난 2010년 4월 우리투자증권이 보유하던 스카이라이프 주식 368만주를 인수해 32.12%의 지분을 소유하면서 스카이라이프를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그 후, KT의 비상식적 노무관리가 스카이라이프에서 그대로 재현되면서 논란이 뜨겁다. 2011년 4월 KT는 이석채 회장의 친구 김성익 씨를 스카이라이프 상근 감사로 임명하고, 같은 해 7월에는 노무담당으로 오기웅 부장을 파견 보내면서 KT 내의 유이한 ‘민주노조’인 언론노조 산하 스카이라이프지부에 대한 본격적인 탄압을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KT의 ‘우리사주조합장 선거’와 ‘노조위원장 선거’에 사측이 불법 개입했다는 정황들이 드러났다. 실제, 해당 선거 당시 임원과 보직자들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회식 및 면담을 하면서 특정 후보(사측이 미는)를 찍으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이는 KT의 정확한 노조 와해를 위한 단계 중 하나이다. 이미 2011년 환노위 국정감사에서 KT 전 임원이 노조 선거 과정에 회사가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을 위해 노조 간부 및 노조원들과 주 4~6회 술자리를 가지면서 얻은 ‘림프종’으로 사망해 산재를 인정받은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KT스카이라이프와 관련해서는 정책적 논란도 있다. 현행법상 IPTV는 직사채널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KT는 계열사 스카이라이프에 자체 콘텐츠 제작을 담당하는 자회사 한국HD방송의 사외이사를 전원 KT쪽 인사로 채우고, 감사를 교체하는 등 스카이라이프의 직사채널 운영권을 KT의 직사채널로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문재철 사장은 이석채 회장과 함께 반드시 증인으로 나와 해명해야한다는 것이 KT노조와 시민사회 측의 주장이다.

KT 이석채 회장과 문재철 사장에 이어 ‘다크호스’도 있다. 태광그룹 티브로드 이상윤 사장이다. 이 사장은 현재 티브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전면파업 중이라는 점에서 주목되는 인물이다.

   
▲ 케이블방송 티브로드 지부가 9월 4일 파업에 돌입했다 (사진=참세상)

케이블방송 티브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재 불법 하청 문제로 전면파업 중이다. 티브로드 협력업체는 서류상에는 별개의 법인이지만, 원청인 티브로드가 센터의 사장에 대한 임금을 책정하고 지급했을 뿐 아니라 노동자들에 대한 실적목표제까지 시행했다. 실질적인 고용주가 티브로드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티브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역시 논란거리 중 하나이다. 티브로드 본사는 센터장에 대해 ‘성과급’ 보상체계로 전환했고 그 후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 강도를 더욱 심화됐다. 티브로드 설치·A/S 기사들의 노동시간은 △평일 2시간 연장, △토요일 월평균 4회 출근, △일요일 월 평균 1.7회 출근 근무했다. 그럼에도 법적으로 보장된 연장근로수당 지급은 없었다. 그러면서도 노동자들의 한달 평균 임금은 171.7만원에 불과했다. 이 같은 결과는 케이블방송 티브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결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으로 미지급된 금액이 4억8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티브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은 방송통신산업 내 ‘나쁜 일자리’에 대한 저항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방송통신 산업 내에 이 같은 나쁜 일자리가 정부 정책을 통해 고착·양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티브로드 노동자들의 파업이 향후 어떤 결말을 갖게 되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미방위 최대 이슈, CJ E&M 강석희 대표-CJ헬로비전 변동식 대표

현재 미래창조과학부는 SO-PP 규제완화를 골자로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에 있다. IPTV의 경우 유료방송 가구수의 1/3으로 시장점유율이 제한돼 있으나 해당 규제에 계열사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KT는 스카이라이프를 통한 시장점유율을 얼마든지 늘릴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국회에서는 유료방송시장에 대한 동등규제 차원의 논의들이 진행 중에 있는데, 현재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과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각각 IPTV 점유율을 규제하는 법안을 제출한 상태이다. 이른바 ‘KT규제법’이다. 이종 매체를 소유한 특수관계자 역시 가입가구 상한 조항의 적용을 받게 돼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와 IPTV ‘올레TV’를 모두 소유한 KT는 가입가구 제한 규제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KT의 경우 이석채 회장의 거취 문제와 함께 여야 모두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KT와 함께 유료방송 시장을 끌어가고 있는 CJ 계열사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의 최대 수혜를 CJ가 입게 된단 점에서 일부 언론사에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CJ특혜법’이라고 비판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국감에서는 강석희 CJ E&M 대표와 변동식 CJ헬로비전 대표의 증인 출석 역시 관심대상이 되고 있다. 강석희 대표의 경우 이른바 문화산업의 ‘수직계열화’에 따른 독점 문제로 미방위 뿐만 아니라 교문위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CJ헬로비전 역시 국내 최대 케이블방송사업자로 유료방송 시장의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몇몇 미방위 의원들이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단 후문이다. 또한 현재 케이블방송의 고용형태가 대체로 티브로드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CJ헬로비전이 향후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티브로드는 물론 씨앤앰, HCN, CMB등 유료 방송 시장 전체의 노동문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주목된다.

이 밖에도 2013년 국정감사에서 △종편 재승인 심사안 논란, △국정원 대선 개입 관련 지상파 ‘편향보도’ 등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관련자들의 증인 출석 또한 눈여겨볼 대목이다. 

 

by 100명 2013. 9. 18. 1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