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업으로 불리는 포스코·KT CEO(최고경영자)의 조기사퇴 압력설이 불거지면서 정부가 민간기업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해도 좋으냐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분명 잘못된 일이다. 누가 기업의 CEO를 결정할까? 기업의 주인은 주주니까 주주들이 결정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에는 주인 노릇을 할 지배주주가 없다. 그러다보니 지금껏 정치권에서 인사권을 가지고 있었다. 과거 민영화 과정에서 주인 없는 기업으로 만들면서 비롯된 일이다.

무늬만 국민기업이지 사실은 공기업인 셈이다. 국민기업의 허구성이 드러난 것이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기업들이 여럿 있다. 은행들이 대표적이다. 은행은 아예 법으로 대주주의 존재를 금한다. 이들 금융권 기업의 CEO 또한 정부가 실질적으로 결정한다.

민간기업에 대해 정부가 주인 노릇을 하는 것은 관치의 폐해를 부른다. 조속히 민간에 이양할 일이다. 하지만 지금 주인 노릇을 하는 상태라면 분명히 하는 것이 경제적 혼란을 줄인다. 아닌 척하면서 숨어서 하다보면 오히려 경제적 폐해만 커지기 때문이다.

기존 경영진도 머뭇거릴 일이 아니다. 자신도 그렇게 인선됐으면서 아닌 척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이다. CEO는 기업의 주인이 바뀌면 그냥 버티고 있어선 안 된다. 새 주인에게 재신임을 묻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가 임명하면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하는 이들이 있지만 기득권 노동계층의 자기이기주의를 포장한 말이다. 자칫하면 노조가 회사를 경영하는 함정에 빠지기 십상이다. 

정권이 바뀌면 수천 개의 자리바꿈이 일어난다. 투표제를 선택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이다. 공기업의 임명직 인사는 정권과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인사가 맡도록 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공기업이야 정부가 주인 노릇을 해야 하니까 정부가 인사권을 갖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껍데기만 민간기업인 유사 공기업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사실 공기업의 지배구조가 가장 뒤처진 지배구조임을 인정한다면 시장의 경쟁과 압력을 이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본질은 주인을 찾아주는 일이다. 주인 없이 표류하는 기업을 국민기업이니, 지배구조가 선진적이니 하면서 치켜세우는 것은 자본주의의 기본원리를 왜곡하는 주장이다.

시장에서 선택권을 가진 소비자를 쳐다보지 않고 정치인들의 입맛을 쳐다보는 CEO가 무슨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하겠는가. 정부를 쳐다보는 경영은 본질적으로 보신경영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민영화는 기업이 제 역할을 하게 만드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제조업에서 금융기업까지, 심지어 증권회사와 신문사도 정부가 주인인 기업이 많다. 정부가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면 민간이 주인 노릇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업에는 주인이 분명해야 한다. 주인이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해야 CEO가 성과를 내도록 만들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는 지배주주를 무력화하는 법률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이번에 반기업정서에 치우친 내용을 포함한 상법개정안도 그렇다.

주인 없는 포스코·KT의 인사논란은 상법개정안이 추구하는 미래 모습인 셈이다. 주인이 불분명한 조직을 만들면 공공이 통제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활력 없는 경제에 빠지는 지름길이다. 주인 없는 기업에 주인을 찾아주는 노력이 경제를 살리는 본질적 해법이기도 하다.

 

by 100명 2013. 9. 23. 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