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징어 태아, 부화 전부터 먹잇감 찍어

(서울=연합뉴스) 알에서 아직 깨어나지도 않은 갑오징어 태아들이 알 바깥을 내다보며 장차 먹잇감이 될 동물들의 모습을 익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BBC 뉴스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동물이 태어나기도 전에 시각 이미지를 학습한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진 것은 프랑스 캉 대학 연구진이 동물 행동 저널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를 통해서이다.

이들은 실험실에 여러 개의 수조를 놓아두고 어떤 알 옆 수조에는 성체 오징어들이 좋아하는 먹잇감인 게를 놓아두고 어떤 알 옆에는 아무 것도 놓아두지 않는 실험을 반복한 결과 게 옆의 알 속에 있던 갑오징어들은 알을 깨고 나온 뒤 게를 즐겨 잡아 먹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처럼 투명한 유리로 분리된 별도의 수조에 게를 놓아둠으로써 연구진은 알 속 갑오징어들이 시각적으로만 게를 인식할 수 있을 뿐 냄새나 소리를 알 수는 없도록 했으며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게를 볼 수 없는 곳으로 옮기고 부화 후 1주일 동안 다른 먹잇감은 볼 수 없도록 했다.

그 후 게와 새우 등 갑오징어들이 좋아하는 먹잇감 동물들이 가득 든 수조에 놓아두자 알 속에서 게를 본 적이 없는 어린 갑오징어들은 새우를 좋아했지만 알 속에서 게를 보았던 갑오징어들은 게를 더 좋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게의 모양을 더 똑똑히 볼 수 있는 환경에서 깨어난 갑오징어일수록 게를 더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갑오징어 태아들이 반투명 알껍질을 통해 바깥을 내다 볼 수 있는 것이 분명하며 어떤 동물이 잡아 먹을 가치가 있는지를 미리 학습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알 속의 갈매기 새끼들이 부모들의 경고음을 배우고 연어나 개구리 태아들도 깨어나기 전 주변 환경의 화학적 신호를 학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태어나지 않은 동물이 시각 이미지까지 학습한다는 것은 이 연구로 처음 밝혀졌다.

연구진은 갑오징어 새끼들이 두뇌가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이처럼 놀라운 학습능력을 보인다면서 이들은 태어나기 전에 이미 완전히 발달한 눈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by 100명 2008. 6. 7. 1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