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에서 '삐삐' 사업 시작…국내 3대 스마트폰 제조사 성장

실적 부진 책임…'경영난 타개 위한 승부수' 관측도

'샐러리맨 영웅'으로 주목받던 팬택의 박병엽(51) 부회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통신장비 회사의 영업사원에서 시작해 국내 3대 휴대전화 제조사를 세운 자수성가형 최고경영자(CEO)로 주목받아왔다. 이번 그의 사의 표명으로 인해 그동안 써온 신화가 막을 내릴지 주목된다.

박 부회장은 25살인 1987년 맥슨전자의 영업사원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평범한 샐러리맨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것은 29살이던 1991년이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팬택을 차린 그는 직원 6명과 함께 무선호출기(삐삐)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무실은 10평짜리 집을 담보로 대출받은 4천만원으로 마련했다.

'삐삐 사업'에 성공한 박 부회장은 1997년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이동전화 단말기 사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미국 모토로라와 1천500만달러 규모의 전략적 제휴를 체결해 OEM(주문자상표부착) 방식으로 연간 3억달러 상당의 수출을 하며 착실하게 내실을 다졌다.

팬택이 중견 그룹의 위치를 확보하게 된 전환점은 2001년 매출규모 1조원에 이르는 현대큐리텔을 인수하면서 부터다. 이어 2005년 7월 SK텔레콤의 단말기 자회사로 '스카이' 브랜드 회사인 SK텔레텍을 인수해 국내 시장점유율에서 LG전자를 누르고 삼성전자에 이어 2위로 부상했다.

맨주먹으로 시작해 팬택을 굴지의 IT기업으로 끌어올린 박 부회장에게는 '샐러리맨의 성공신화'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하지만 팬택이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한 모토로라의 휴대전화 '레이저'에 밀려 유동성 위기를 맞아 2007년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박 부회장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2011년 연말까지 팬택은 4년8개월간 이어진 워크아웃의 긴 터널을 지나야 했지만 박 부회장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워크아웃 중 17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회생에 성공하는듯 했다.

박 부회장은 특히 팬택이 워크아웃을 '졸업'하는데 '사퇴'라는 승부수를 사용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워크아웃을 받는 동안 신체적·정신적으로 지쳤다"며 돌연 사의를 표했고, 이 카드는 채권단을 압박하는데 성공했다. 채권단은 결국 박 부회장의 사퇴 발표 하루만에 워크아웃 종료에 전격 합의했고 박 부회장은 1주일만에 사의를 철회했다.

워크아웃 말기 이미 스마트폰 전문회사로 변신을 시도한 팬택은 베가S5, 베가R3를 비롯해 풀HD 디스플레이의 베가넘버6, 세계 최초 일체형 금속 옆면을 갖춘 베가 아이언, 세계 3번째 LTE어드밴스트(A) 스마트폰인 베가LTE-A 등을 잇따라 내놓았다.

팬택은 삼성전자, LG전자과 함께 3대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 중 한자리를 지켰지만 두 재벌기업의 영업력에 밀려 판매 부진에 시달려야 했다.

지난 5월에는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자사 지분 10.03%를 내주며 자금난 해소에 나서기도 했지만 즉각적인 실적 개선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팬택은 2분기 영업손실 495억원을 기록해 1분기(78억원)보다 큰 적자폭을 기록하며 4분기 연속 적자를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부회장은 연초 자신의 연봉을 자진해서 삭감했고, 과장급 이상 임직원들 역시 자발적으로 월급의 10∼35%를 깎기로 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기도 했다.

박 부회장은 지난 3월부터 이준우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추가 선임해 자신은 외부 투자자금 유치와 재무구조 개선, 중장기 경영 구상에 집중하고 이 부사장에게는 회사 업무와 현장 경영을 맡겨왔다.

팬택 측은 박 부회장의 사의 표명 이유로 스마트폰 판매 실적 부진, 건강상의 문제 등을 들었지만 박 부회장의 정확한 의중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다만 2011년 워크아웃 종료 직전 사퇴 당시 1주일만에 복귀했을 때와 달리 현재 보유 중인 지분이 없어서 복귀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 부회장은 2011년 당시에는 회사를 되살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박 부회장이 사퇴로 팬택과의 공식적인 인연은 끊기지만 '팬택=박병엽'이라는 상징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사의 표명이 경영난 타개를 위한 일종의 '승부수'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by 100명 2013. 9. 25. 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