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이석채 회장은 주변의 사퇴논란 속에서도 글로벌 행보를 보이면서 위기극복에 나서고 있다. 그림=최민 ©it타임스
 

남중수 대림대학교 총장은 KT에 참 많은 체취를 남겼습니다. 정통 KT맨이지요. 지난 2005년 이용경 사장에 이어 KT의 민영2기 사장을 지냈습니다. 연임에 성공했지만, 자연스럽지 못한 모양으로 중도에 하차했구요.

사장취임 일성이 ‘KT는 민간기업이다!’였습니다. 모토는 ‘주주가치 실현’이었지요. 공기업의 때를 벗고 민간기업으로서의 역사를 새롭게 쓰겠다는 의지였을 것입니다.

매출과 이익이 뒷받침 되지 않은 게 문제였습니다. IPTV와 와이브로를 비롯한 신규사업들이 정부의 정책결정 지연 등에 따라 시작도 못한 채 시장성을 잃어갔고, 매출은 경제전반의 침체 조짐에 편승해 사실상 감소세에 들어갔습니다.

남 사장은 ‘6년 째 제자리(매출)’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극복하기 위해 현장을 중심으로 허리띠를 졸라 매고 또 맸습니다. ‘허리가 너무 아프다’는 현장의 불만을 특유(?)의 조직관리로 눌렀지요. 오죽하면 “화장실에 화장지가 없을 정도로 졸라맸다”는 말이 나왔을까요. 이래저래 직원들의 심리적 지지도는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사장추천위원회는 2007년 12월 ‘경영외적 환경에 기인한 성장정체’라는 판단 아래, 주변의 우려를 뒤로하고, 사실상 ‘잘 할 때 까지 맡긴다’는 취지로 남 사장의 연임을 결정했습니다.

그로부터 다시 6년 후. KT에 대한 관심이 오로지 ‘이석채 회장의 거취’로 모아진 듯한 시간이 9개월 여입니다. 여느 그룹이나 기업의 주인 또는 수장들이 도무지 따라오지 못할 만큼 숱한 내용으로 세간에 이름을 올렸지요. 덕분에 KT는 이른바 ‘CEO리스크’라는 불편한 혹을 털어내기 위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 11월 사장 내정자 신분이던 이석채 회장은 KT의 의미를 ‘일개 통신기업이 아닌 한국경제의 주춧돌’로 정리했습니다. 말하자면 ‘광폭KT’입니다. 대학 강의를 마치고 귀경하던 차 안에서 “IT를 통해 한국경제를 다시 한번 끌어올려야 합니다. KT는 주주가치 실현에 머물지 않고 한국가치 실현을 이끌어야할 것입니다”고 말했지요.

이 회장의 ‘광폭KT’ 의지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한 달여 전 KT의 비전과 관련해 “아프리카와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무대에서 KT의 미래와 위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우선)주파수 문제가 해결되면, 성장흐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지요.

굳이 걱정을 숨기지도 않습니다. 전가의 보도(傳家의 寶刀)로 여기는 ‘혁신(革新)’ 밖, 이른바 ‘원래KT(구KT)’에 대한 불만입니다. 스스로 ‘혁신 지체세력’으로 정리했다고 할까요.

매년 300명 씩 4년 동안 현장에 투입한 1,200명에 이르는 젊은 영업사원들에 대한 만족과 기대를 예로 듭니다. 성과를 통해 기존 직원들 보다 훨씬 많은 수입을 가져간다는군요. “잘 나갈 때(과거 KT가 독점적 지위에 있을 때) 누가 (상품을) 못팝니까. 어려울 때 창의와 열정으로 일해야만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고 했지요.

주변의 사퇴설과 상관없이, ‘광폭’과 ‘혁신’으로 정리되는 이 회장의 경영의지는 확고해 보입니다. 지속적인 ‘확 바꿔’를 통해 궁극적으로 ‘KT發 한국경제 위상제고’를 이끌겠다는 것이지요.

문제는 내부고객인 직원들의 생각입니다. 전현직 ‘원래KT’인들은 지친 기색을 감추지 않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젓습니다. 가죽을 벗겨내는 혁신을 통한 결실이 손에 잡히지 않으니까요.

적벽대전이 떠오릅니다. 조조로부터 인정을 받고싶은 ‘장간’이 적군을 지휘하는 옛친구인 주유를 찾아가 세객(說客, 말솜씨로 상대를 설득시키는 자) 역할을 수행합니다.

하지만 어줍잖은 장간은 자신도 모르게 주유에게 되레 농락당하며, 조조의 알토란  같은 두 수군장의 목을 날리게 만들지요.

거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이어 벌인 세작(細作. 첩자) 짓은 결과적으로 주유의 고육계(苦肉計)·사항계(詐降計)·연환계(連環計)를 이끌어 성공시키면서, 조조를 적벽대전의 참담한 패자로 떨어뜨립니다.

이 회장 주변에는 엷고 얇은 세객들이 없을까요. 제갈량으로 포장되고 오인된 수 많은 ‘장간’들이 버티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적지 않은 KT인들이 오죽하면 ‘내(원래KT) 가죽 벗겨 남의(올레KT) 뱃 속 채우는 것 아니냐’는 격정 담긴 속앓이를 삭일까요. 심지어 “남 사장 때 허리통증(허리를 졸라 맨 탓에)이 좋았지. 지금은 피부병이 곪아(혁신 후유증) 심장이 떨린다”는 자조 마저 나옵니다.

KT를 향한 시선이 ‘흥미’에서 ‘관심’을 지나, ‘우려’로 옮겨온 지 오랩니다. 혹자는 ‘고민’으로 넘어왔다고도 합니다. 말 그대로 ‘ICT 리더그룹’이자 ‘국민기업’이니까요.

‘원래· 올레’ 구분 없는 좋은 평판 속에서 시쳇말로 잘 나가는 현직 KT임원의 전언이 귓 가에 아련합니다. “지금이 바닥이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오를 일만 남았을테니까요”

by 100명 2013. 9. 25. 0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