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외국인이 140만 명이 넘습니다. 규모가 상당히 큰 소비자 집단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인터넷 쇼핑은 외국인이 이용하기에 너무 복잡하고 까다롭습니다. 그러다 보니 막대한 구매력을 외국 인터넷 쇼핑에 빼앗기고 있습니다.

류 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3년째 서울에 거주하는 영국인 콜린 씨.

국내 사이트를 통해 여러 차례 온라인 쇼핑과 금융거래를 시도해 봤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회원가입부터 약관까지 온통 한글인데다 결제 절차가 까다로웠기 때문입니다.

[콜린 그레이/영국대사관 대변인 : 언어 소통과 결제 방법뿐 아니라 웹사이트 등록이라는 장벽을 넘어야 합니다.]

사이트 가입부터가 넘어야 할 벽입니다.

10개 넘는 개인정보에 답하고, 각종 약관에 동의하고 나면, 보안 접속에 해킹방지, 방화벽 프로그램을 설치하라고 계속 뜨는데 모두 한글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세계적인 회사의 카드인데도 결제가 안 되는 사이트가 대부분이고, 휴대전화 인증 절차는 국내 통신사 전화가 아니면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30만 원 이상 구매하려면 공인인증서를 받기 위해 일일이 국내 관련기관을 방문해야 합니다.

[이동산/카드결제시스템 개발 담당자 : 한국만 특이하게 복잡한 절차를 거치고 있습니다. 국내 보안 구조 같은 경우에는 개인한테 너무 많은 책임을 씌우고 있는 한국어를 아는, 한국에 익숙한 외국인들도 어렵게 어렵게 친구 도움을 받아서 하고….]

실제 국내 거주 외국인 가운데 60% 이상이 복잡한 인증 단계 때문에 온라인 구매를 포기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외국 쇼핑 사이트의 경우 필수적인 개인정보 한 두 개에 신용카드 번호만 입력하면 구매할 수 있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자체 보안 체계가 잘 돼 있기 때문인데, 미국의 쇼핑 사이트 '이베이'는 해마다 보안 기술 개발에 투자 예산의 10%를 쓰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1%도 쓰지 않습니다.

기업이 강력한 자체 보안망을 구축하지 않고 이용자에게 보안 책임을 떠넘기면서 140만 국내 체류 외국인들의 막대한 잠재 구매력을 잃고 있습니다.

by 100명 2013. 9. 25. 07:58